작가가 뽑힌 머리털 대신 정신줄을 놓아야 하는 이유

동심은 어리게, 청춘은 아름답게, 중후함은 노련하게

by 무명초

1. 내 안의 초딩이 묻는다: "나 천재야, 바보야?" 글을 쓰기 전, 나는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일단 주민등록상 나이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정신줄을 놓지 않으면 '점잖은 척'하느라 문장이 가식의 슈트를 입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나는 열 살짜리 꼬마가 된다. 라이킷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누가 내 글을 안 읽어주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다시는 글 안 써!"라고 투덜대다가도, 숫자 하나가 오르면 금세 어깨에 108km/h급 '뽕'이 들어가는 찌질한 초딩. 그런데 묘하다. 이 모지람을 인정하고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순간, 문장은 비로소 날것의 생동감을 얻는다. 완벽하려 애쓰는 어른의 문장보다, 좀 모자란 듯 엉뚱한 초딩의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더 큰 행복을 준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2. 청춘의 패기로 차고, 중후함의 노련함으로 다듬고 그다음엔 대학생의 심장을 빌려온다. 내일이 두렵지만 일단 사고부터 치고 보는 패기,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 오글거리는 감성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그건 그냥 철없는 낙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중후한 어른'의 노련함이다. 미친 듯이 쏟아낸 감정의 파편들을 상도덕(?)이라는 잣대로 가지런히 수선한다. 핵심은 단 하나, '진실함'이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펴도 내 이야기가 아니면 독자는 금방 눈치챈다. 내가 겪은 비루한 일상, 내가 흘린 땀방울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때, 엉뚱함은 비로소 독특한 미학이 된다.


3. 미래를 꿈꾸는 0점짜리 작가의 상도덕 모지람은 과거로 돌아가는 티켓이고, 엉뚱함은 타인에게 주는 선물이며, 진실함은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다. 나는 오늘도 내 정신줄을 붙잡지 않기로 했다. 아니, 오히려 더 세게 놓아버릴 작정이다. 일상이라는 뻔한 스케치북에 초딩의 크레파스로 덧칠하고, 어른의 붓으로 마무리하는 작업. 누군가는 "이 사람 나이 먹고 왜 이래?"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나의 방식이고 나의 상도덕이다. 완벽한 100점짜리 글보다는, 읽고 나서 "피식" 웃음이 터지는 0점짜리 진심이 더 위대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기꺼이 정신줄을 놓고, 가장 나다운 사고를 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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