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와 심전도 사이, 어느 조용한 사투
1. 차트와 심전도 사이의 사투 병원은 본래 **사색(思索)**의 공간이다. 흰 벽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누구나 인생의 유한함을 곱씹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내 옆자리의 남자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색(死色)**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벽면에 걸린 대기 명단이 아닌, 스마트폰 속 수직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다. 붉은 기둥이 솟구치면 억지로 참았던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푸른 기둥이 바닥을 치면 그의 안색은 수술을 앞둔 환자보다 더 창백하게 질려갔다. 남들이 삶의 마지막 고비나 내일의 건강을 생각할 때, 그는 숫자와 도표가 뒤엉킨 정글 속에서 홀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2. 박자가 어긋난 비극의 주인공 그의 엄지손가락은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연신 ‘새로고침’을 눌렀다. 힐끗 훔쳐본 화면 속은 이른바 ‘불꽃 불장’의 끝자락, 잔치가 끝나가는 고점이었다. 그는 남들이 축제를 즐기고 퇴장할 때 가장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고, 모두가 공포에 질려 도망칠 때 가장 헐값에 자기 영혼을 팔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조차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그 기묘한 박자감. 그는 단순히 운이 없는 게 아니라, 어쩌면 세상의 모든 행운과 정반대로 달리는 독보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의 병을 고치러 온 이곳에서, 그는 실시간으로 마음의 병을 더 깊게 도지게 하고 있었다.
3. 진단명 없는 영혼의 손실 그의 화면 속 '파란 기둥'은 단순한 숫자의 하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트라는 이름의 심전도였고, 깎여나가는 잔고는 곧 그가 오늘 이곳에서 치료받아야 할 에너지의 총량처럼 보였다. 의사의 진단명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자산의 사망판정'이었다. 그가 전전긍긍하며 붙잡고 있는 스마트폰은 사실 구명줄이 아니라, 그의 생기를 빨아먹는 흡혈귀에 가까웠다. '빨간 마음'과 '파란 마음'이 교차할 때마다 그의 안색에 짙게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보며 깨달았다. 우리는 때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파랗게 멍들게 방치하기도 한다는 것을.
4.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물려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에 물려 있는 환자들일지 모른다. 누구는 주식에, 누구는 헛된 욕망에, 또 누구는 이미 지나간 후회라는 고점에 물려 저점의 일상을 헤매고 있다. 진료실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병명을 확인하러 들어가지만, 대기실에 남은 우리는 이미 스스로 내린 '오판'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주식창을 보며 사색(死色)이 되는 것보다 정말 무서운 건, 그 고통을 통과하면서도 단 한 줄의 문장조차 길어 올리지 못하는 진짜 '빈손'이 되는 일이다. 통장의 잔고는 나를 배신해도, 내가 써 내려간 실패의 기록은 배신하지 않는다. 계좌는 파랗게 멍들었을지언정, 적어도 내 문장은 피가 돌 듯 붉게 살아있어야 하기에 나는 다시 펜을 든다.
누구나 마음속에 절대 꺾이지 않는 '파란 기둥'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죠. 오늘 당신이 가장 전전긍긍하며 들여다본 것은 무엇인가요? 화면 속 숫자인가요, 아니면 결코 꺾고 싶지 않았던 당신의 고집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