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나를 추적하는 정체 모를 스토커
내 일상은 그녀에게 완전히 점령당했다.
어두운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 등 뒤로 서늘한 공기가 흐른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그녀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 결코 먼저 다가오는 법이 없지만, 내가 걸음을 멈추면 그녀도 멈춘다. 내가 무사히 귀가하는지, 혹시 곁에 다른 여자를 데려오진 않았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는 그녀의 시선은 내 뒤통수에 구멍이라도 낼 듯 뜨겁고도 시리다.
어느 날은 내 코트 깃에서 그녀의 흔적을 발견한다. 가늘고 긴 머리카락, 그리고 낯선 향기. 그녀는 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내 몸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 둔다. 내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면, 그녀는 어느 집착적인 연인보다 더 가까이 내 등 뒤에 서 있다. 문이 닫히기 직전,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그 낮은 숨소리는 공포보다 더 짙은 광기를 닮았다.
비가 퍼붓는 밤에도 그녀는 집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창문 너머 젖은 옷을 입고 웅크린 채 밤새도록 내 방 불빛을 감시한다. 내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웃음소리를 내면, 그녀는 유리에 바짝 얼굴을 맞대고 내 사생활을 낱낱이 수집한다. 커튼을 걷으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 속으로 달아나고, 불을 끄면 다시 나를 향한 집착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끔 내 집 문 앞에 정체 모를 '선물'을 두고 가기도 한다. 피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것들. 자신의 잔인함을 과시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향한 뒤틀린 구애인지 알 수 없다. 편의점에 갈 때도,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그녀는 유령처럼 내 모든 동선을 취조하듯 뒤쫓는다.
도대체 왜 나를 선택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려 할 때--
그녀는 내 영혼까지 꿰뚫어 볼 듯 광기로 번뜩이는 노란 눈동자를 치켜뜨고,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다.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갈아온 서늘한 흉기가 나를 향해 소리 없이 뻗어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둠이 갈라지듯, 낮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