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의 정원
아랍인들이 이야기하는 사하라 사막의 전설은 매우 낭만적이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신은 평화로운 산책을 즐기기 위해 인간과 짐승을 모두 치우고 사막을 만들었다.
내가 몇년 전 발견한 만족감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출근길 차 안에서 바라본 어느 풍경과 함께 찾아왔다. 매우 정적이고 조용한 순간이었다. 물론 그것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고 그 순간이 오기 바로 전까지도 폭풍이 일듯 치열했다. 엄청나게 바쁜 날들이였고 매일 사고가 터졌고 그 당시 나는 그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 순간, 모래 폭풍의 가운데에서 나는 내 평생 가장 평온한 몇 분을 만났다.
사하라 사막이 알라의 정원일 수 있는 이유는 그곳으로 떠나는 순례자의 수고로움 때문일 것이다. 치열하게 대자연에 적응한 것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유목민들은 사막을 건너다가 물이 부족해지면 함께 이동하던 양떼 중 절반을 죽인다. 절반을 살려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그 과정을 알라의 뜻으로 여기고 담담하게 해낸다. 나는 과연 삶을 위한 희생에 겸허할 수 있을까. 아랍인들은 누구보다 삶을 경외하지만 ‘인샬라. 마크툽.’ 이라며 모든 일이 신이 정하신대로 일어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아이 유치원이며 학원까지 침투해서 전쟁통이 따로 없다. 졸업입학 시즌이라지만 설렘과 낭만은 간데 없고 불안과 혼돈뿐이다. 아이는 이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뿐이다. 너무 많은 부분을 ‘코로나 때문’에 제한하고싶지 않지만 날로 커지는 바이러스의 세력에 무력하게 뒷걸음질 치게 된다. 오늘도 아이는 유치원에 등원시키지 않았다. ‘오늘은 동생이랑 집에서 놀면 어때?’, ‘엄마랑 재미있는 것 할까?’ 아이와 일상을 가장한 피난생활을 언제까지 계속해야할지 모르겠다. 마음속에 폭풍을 애써 잠재우며 아이를 위해 행복할 이유를 찾는다. 아이 손에 꼭 맞는 거품기로 계란물을 풀고 야채를 쿠키커터로 찍어 저녁밥을 짓는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 중에 이 시간이 핵심기억이 됐으면 해서 아이와 더 많은 것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아마 부모 마음은 똑같은지 호텔마다, 캠핑장마다 가족들이 넘쳐나서 예약이 되는 곳이 없다.
평온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치열하게 싸워야할까.
*마크툽: 이미 일어날 일이었다는 뜻. (아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