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못 미더울 때 (feat.선배)

by 안이온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같은 맥락으로 사수는 완벽하지 않다. 사람의 삶을 꿰뚫어 홀로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되도록이면 나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능력자에게 매력을 느낀다.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을 동경하거나 증오하고야만다.


조직상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좋은 선배를 만나는 일이다. 동아리에서 어떤 선배를 만나는가에 따라 잘못하면 미래의 직장이 변한다. 회사는 업무효율성과 조직관리의 이점을 들어 사수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혹 공식적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신규 입사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사수가 되어줄 선임과 친해져야한다. 오피스정글의 생존법을 전수하고 엑셀의 늪에서 단축기와 함수로 마포대교를 쌓아올리는 비법을 알려줄 사람. 그리 다정하지는 않더라도 모르는 게 없는 만능인이면 저절로 정이 간다.


굿캅 vs 배드캅

선임 중에 유독 시니컬하고 엄한 사람들이 있다. 성격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일을 할 때 꺼내드는 인격은 보통 선택에 의한 것이다. 또는 유독 자상하고 유한 사람들이 있다. 잦은 실수에도 관대하고 개인사까지 다독여주는 멘토형 선임이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선임일까. 만일 당신이 이제 막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어떤 선임을 사수로 삼을텐가.


누구랑 일 해야 업무를 더 잘 배울까를 고민한다면 당신은 이미 실패했다. 어짜피 회사에서 정해주는 상사와 일하기 되므로 의미없는 고민이기는 하지만 만일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자기 성향과 상황을 고려해서 본인과 더 잘 맞는 사람과 케미를 쌓으면 된다. 다만 그 이후에 눈여겨볼 것은 사수에게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우고 있는지가 아니라 사수가 후임을, 그리고 여러 업무관계자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우리는 벤치에 앉기 전에 벤치를 닦는다. 이미 앉은 후에는 벤치가 더러워도 다시 닦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곧 사수의 의자에 앉게 된다. 그의 일하는 방식과 사회생활 스킬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한다.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을 받아들여서 그 보다 나은 사수가 될지를 연구하다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매니저는 관리능력을 평가한다.

왜 일 떠넘기는 게으름뱅이, 사내 정치꾼들은 승진을 거듭하고 성실한 실무 능력자들은 데스크에 남는지 잘 생각해보자. 실무 능력자는 실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그 일을 그보다 더 잘 할 사람이 없다면 굳이 그를 승진시켜서 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다. 나라면 실무 능력자에게 교묘하게 업무 협조를 구하고 사람간의 관계를 잘 파악하며 최소한의 역할로 결과를 이끄는 영악한 사람이 있다면 자기 장기를 발휘하도록 관리직에 앉히겠다. 이해를 돕기위해 극단적 예시를 들었을 뿐 이분법적으로 실무능력보다 눈치게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기억할 사실은 매니저는 관리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실무능력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평가항목이지만 그 이상을 원한다면 관리자의 눈을 키워야한다.


팀장클럽

어디가서 팀장 스킬을 배울까. 네이버에서 팀장클럽이라는 카페를 보고 사람들이 조직관리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공감했다. 관리 기술은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는 이미 조직 관리스킬을 신입 때 다 배웠다. 좋은 예와 나쁜 예는 있겠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모두는 우리의 첫번째 사수와 아주 많이 닮았다. 마치 삶에 필요한 기술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말하는 것처럼. 백지 상태에서 흡수한 것은 아주 오래도록 무의식의 영역까지 각인되어서 불쑥불쑥 핵심적인 사건에 개입한다. 출근 첫날, 첫주, 첫달의 당신을 돌이켜보자. 아직 당신의 사수가 보이지 않는다면 첫 해을 되짚어보자.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것이다.


좋은 사수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사수가 만일 지상 최악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면 부디 꼭 이를 기억하기 바란다. 몇년 후 당신은 그의 최악의 모습 몇 가지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