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이 이십년가까이 되니 이제 주변 지인들 중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은 보통 팀장이나 임원급이다. 그중 팀내 불화를 겪던 지인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입방아에 오른 일이 있었다. 우리 세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팀원을 선도하고 팀전체를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뿐 이라고 변호하는 지인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직장내 괴롭힘까지는 아니어도 훈계는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에 꾸지람 항목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자주 일어난다. 월례보고에서는 사장이 화를 내고 주간 보고에는 팀장이 화를 낸다. 신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불려가서 여기저기 혼나는 게 일이다. 직장인은 왜 화를 낼까.
1. 사장은 초조해서 화가 난다.
스스로 시간에 쫒기고 실적에 쫒기는 상황에 여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긴장상태의 관리자는 초조해서 화를 낸다. 진행할 프로젝트가 쌓였고 고객과 주주를 설득할 일이 까마득하면 덮어놓고 화가 난다. 이 상황에 누가 서류 제목에 오타를 내거나 시덥지 않은 실수라도 했다가는 일장연설은 기본이고 앞길이 어두워질 것이다.
2. 팀장은 바빠서 화가 난다
위로부터 압박에 시달리는 팀장은 바쁘다. 당장에 해야할 일들이 밀려들고 팀원들은 비협조적인데 말일이 다가온다. 실무도 관리해야하고 팀원 평가에 경영진 보고에 각기 다른 성격의 일들을 하려면 각기 다른 자아를 끄집어 내야한다. 다른 성격의 일에 몰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드는지 아는가. 단적으로 집중했던 일에서 빠져나와 다른 일에 집중되기까지 평균 45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팀장은 업무 영역으로 볼때 최소 4-5가지 역할을 하는데 8시간 근무 중 영역 스위칭에만 3-4시간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바쁠까.
3. 대리는 몰라서 화가 난다.
이제 회사의 말단 업무들에 익숙해졌는데 승진과 함께 너무 많은 변화와 챌린지가 몰려온다. 다소 반복적이고 소모적이었던 업무가 더 좋았는데 연속성있는 일에 투입되고 보니 모르는 것 천지다. 이전 히스토리도 잘 모르겠고 진행하기위해 협업이 필요한 범위도 너무 넓다. 혼자 조용히 일에 집중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어제 입사한 신입이 자꾸 당연한 것과 나도 모르는 것과 당연히 나도 모르는 것만 물어본다.
4. 그럼 과장은 왜 화가 날까.
직장생활 중 가장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시기가 과장기다. 업무 숙련도가 보통이상이므로 업무량이 많아져도 그간의 경험으로 핸들링이 가능하고 팀내에 능력있는 대리라도 한명 있으면 어렵지 않게 결과를 낼 수 있다. 게다가 불만사항은 막내처럼 똑같이 팀장에게 청원할 수 있다. 아직 관리능력이 직접적으로 요구되지 않으므로 실무영역 꼭지점에 있는 과장은 유유자적 실력을 뽐내며 퍼포먼스로 인한 본인 성취감도 가장 높다.
과장은 이 모든 상황에 화가 난다.
과장은 실무 꼭지점이기 때문에 바쁜 게 정상이다. 그런데 만일 바쁘지 않다면 실무 이해능력으로 위기상황을 직감할 것이다. 사장이나 임원진과 마찬가지로 초조함이 엄습해서 짜증이 는다. 팀장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 같은 스트레스를 과장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장으로써는 해결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화가 난다. 이 와중에 대리가 자꾸 신입이랑 싸우고 분란을 일으키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조직은 의외로 단순하다.
몇가지 역할을 전담하는 소그룹을 직급으로 구분하고 그들에게 책임과 지위를 나눠주면 마치 물레방아가 돌듯이 조직이 굴러간다. 회사를 가족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그런 의미가 있다. 각 직급의 변하지 않는 역할에 충실해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관리는 왜 어려울까.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은 항상 불만이다. 일이 많아도 불만이고 적어도 불만이 생긴다. 일손이 부족해서 힘들다고 하다가 막상 충원을 하면 힘들지만 우리끼리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없다. 물리학적으로 모든 운동은 안정상태를 향한 움직임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다. 물은 기화되거나 얼어붙는 중이다. 그저 물로 머물러 있지 않다. 철사는 산화되는 중이고 인간은 늙어가는 중이지 않은가. 조직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당연히 어느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어느 상태에서도 안정적일 수 없다.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관리자의 몫이고 조직원들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