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내 생일날.
꼭 축하해 줄 한 명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엄마였다.
2년 전, 내 생일 전날,
엄마는 큰 수술을 받았다.
그 후로 1년에 한 번씩 며칠간 입원해서 온몸을 검사받는다.
그래서 내 생일날에 엄마는 병원에 있었다.
엄마가 검사를 받지만, 전화를 못하는 게 아니었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감동할 것도 아니고,
보내줄 얼마가 아쉬운 것도 아니다.
미역국 먹었냐고 물으면
무슨 미역국이냐고 했을 것이고,
돈을 보냈다고 하면
엄마 쓰지 왜 보냈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전화가 없었다.
병원 복도를 오갔을 엄마가 그려졌다.
'병원에 더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나.'
'혹시 응급 상황이 생긴 건 아닌가.'
‘아니야. 그럼 동생이 연락했겠지.’
약 부작용으로 깜빡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엄마, 나 생일이야.
정신없어서 깜빡했지? 그래서 말해주는 거야."
전화해서 말하려다가
병원에 혼자 있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안 했다.
이틀 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너 엊그제 생일이었는데 뭐 좀 챙겨 먹었니.
오늘 검사 두 개만 하면 끝이고, 내일 퇴원하래.
병원에서는 별다른 건 없는 것처럼 말하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지내.”
순간, 2년 전이 떠올랐다.
엄마는 수술을 하고 며칠 동안 잠을 잤다.
잠에서 깬 뒤 처음 면회를 갔을 때,
엄마는 여러 장치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고,
종이에 몇 글자를 적었다.
"딸, 생일 축하해"
엄마가 처음 적은 글이었다.
그랬던 내 생일을 이렇게 덤덤하게 말하다니.
나는 의아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틀 전, 엄마와 통화를 끝내려는데
엄마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오늘 동지야. 팥죽 사 먹어.”
갑자기 버튼이 눌렸다.
“딸 생일은 몰라도 동지는 아나 보지?”
“아이고, 왜 그러냐.
시장에 가니까 동지라고 팥죽 끓이더라.
옆집 할머니도 팥죽 한 그릇 나눠 주고.”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지만, 있었다.
나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나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그랬지?
이 말, 어디서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