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때가 묻지 않은

by 다혜로운

두 달 전이었다.

아들은 체육시간에 하는 티볼에 대해 말했다.


“나와 타격력이 비슷한 친구는 체격이 좋아서 4번 타자가 됐어.

나는 전략을 잘 세워서 후보 선수하는 날이 많아.

타석에 못 서는 날도 있는데, 전략을 짜는 게 재밌어. “


아들은 한 달 내내 티볼 이야기를 했다.

누구의 타격이 어떻고, 누가 발이 빠르며, 전략대로 됐다는 내용이었다.


반 별 대항전을 앞두고, 아들은 노트를 보여줬다.

여섯 개 반의 타자 이름을 순서대로 적어놓았다.

별표가 쳐진 이름도 있었다.



오늘, 생활통지표를 가져왔는데

체육 칸이 눈에 들어왔다.


‘티볼 경기에서 타격 시 공을 힘 있게 치지 못하지만-’


선생님이 써 놓을 정도의 타격력이 그려졌다.

티볼에 눈빛이 달라졌던 아들도 떠올랐다.


차이나는 타격력에 기죽지 않은 아들

전략을 잘 세워서 후보 선수가 된 아들

타석에 못 서도 그 시간을 즐긴 아들


그 순진함,

실제보다 자기를 더 크게 보는 우월감.


어른의 때가 묻지 않은,

열두 살 남자아이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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