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 때쯤, 시부모님이 오셨다.
한쪽에 있는 텃밭을 놀리고 있는 게 아깝다며
배추모종을 심고 싶어 하셨다.
모종은 보름 후에야 심을 수 있어서
나는 그때 가서 심겠다고 했다.
보름 후, 배추모종 스무 개를 심고 약을 뿌렸다.
사러 가는 것, 품종을 고르는 것,
약 치는 방법을 찾는 것까지. 귀찮았다.
의무감으로 움직였다.
배추가 자라면서는 달라졌다.
아침마다 배추를 보면서 물을 주었고
어느 날은 두세 번도 들여다 봤다.
전 날보다 커진 게 눈에 띈 날도 있었다.
잎 위의 벌레를 떼어내고,
배추멍을 하며 쉬기도 했다.
산책길에 보니 다른 집 밭에 배추가 아직 있다.
나도 뽑지 않고, 그 배추로 자주 국을 끓인다.
책임감으로 심은 배추가 마음 한켠을 채운다.
아이를 키우는 일, 집안일,
피할 수 없는 역할을 하면서도
이런 경험을 한다.
하다 보면 뜻밖의 순간에 뿌듯하다.
오늘도 엄마로서 하루를 시작하며
한쪽에 앉아 글을 쓰는데,
한 문장을 남기고 아이를 혼냈다.
“왜 엄마만 모든 집안일을 해야 하니.
너 옷은 네가 좀 갖다 놓아야지.”
아이는 울며 정리했다.
오늘 아침은
만족스러운 게 없다.
늘 만족감이 따라오는 건 아닌가 보다.
배춧국이라도 끓일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