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건네는 위로

by 다혜로운

홍콩에 갔었다.

야경을 꼭 봐야 한다길래, 홍콩의 강가를 따라 걸었다.

소문만큼 화려하고 볼만한 경치였다.

높이가 다양한 빌딩들이 야경을 만들었다.

나는 한동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야경을 만드는 것은 특별하지 않았다.

빌딩 안 사무실에서 나오는 빛과

빌딩 위, 회사 이름이 쓰인 네온사인이

야경의 중심이었다.


빌딩 면을 비추는 빔도 쏘였지만,

사무실과 간판에서 나오는 빛을 이기지 못했다.

그 야경은 일상이었다.



해 질 즈음에,

아이들과 바닷가를 걷다가 멈췄다.

저 멀리서 불이 하나씩 켜졌다.

거기는 바다일 뿐이었는데 빛은 점점 더 많아졌다.


한치잡이 배, 갈치잡이 배의 빛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붙잡았다.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면서도 담으려 했다.


고기잡이 배 위에서는

젖은 옷이 마를 틈 없이

추위에 무뎌진 손으로 그물을 올리며

살기 위해 버티고 있을 것이다.


홍콩의 빌딩 안에는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이유와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오가며

일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하루에도 스무 번은 더 싸우는 아이들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부족한 내 모습을 보며

수시로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고 있다.


아이들은 싸우고

나는 소리 지르는 이 순간도

멀리서 보는 어느 날,

빛 비슷하게 보일 거라며

겨우 마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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