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지인을 만났다.
그는 윗세오름에 가는 길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있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요?
저는 원피스에 구두를 신어서 못 가요.
다음에 따라갈게요.”
지인은 차림새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가다가 힘들면 내 신발을 빌려줄게요.
가는 길에 우리 집에 들러도 되고요.
지금 갑시다. 일단 가요.”
나는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의 말에 이끌려 산으로 향했다.
며칠 전 꾼 꿈이 아직도 생생하다.
작은 것도 오래 망설이는 나는
이 꿈을 떠올릴 때마다 눈가가 촉촉해진다.
윗세오름에 몇 번 가봤다.
오름 위쪽은 평원이지만 거기에 닿기까지는
좁고 가파른 돌길을 지나야 한다.
등산화뿐 아니라 등산스틱도 필요하다.
나는 무릎보호대까지 챙긴다.
꿈은 이것저것 생각만 하다가 멈추는
내 한계를 넘어서라는 것 같았다.
내 바로 앞의 한 걸음을 알려준 것도 같았다.
"지금 갑시다. 일단 가요."
그래서 별 것 없는 글을 쓴다.
지금의 나로 한 걸음만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