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방향에서 시작된 하루

by 다혜로운


"종점이에요. 손님, 내리세요."

"여기가 OO동이에요?"

내 말에 기사님은 소리 내어 웃으셨다.


내일까지 내야 할 서류가 있었다.

가보지 않은 지역이고

주차가 어렵다고 해서 버스를 탔다.

간 김에 맛집과 카페도 가보려고

버스에서 알아보고 있었다.

반대 방향의 버스를 탄 채.


버스 기사님의 웃음소리 때문에

나도 웃으면서 내렸지만

내 안에서는 다른 소리가 올라왔다.

'바보 같아. 확인은 왜 안 한 거야.'


동시에 나를 비난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올라왔다.

'서류는 내일 내면 돼.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어.

오늘은 이 동네에 여행 온 셈 치자.'


나는 그 자리에서 식당을 검색했다.

백반과 찌개를 파는 곳이었다.

오픈까지는 10분이 남아 있었지만

식당 주인은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식당 주인은

계란프라이, 생선 한 토막, 두부구이를 내주셨다.

“막 해서 따뜻해요. 이거 먼저 드세요."

음식은 따뜻했고,

식당 주인의 말은 더 따뜻했다.

문득 버스 기사님의 웃음이 떠올랐다.

안타까움과 다정함이 묻어난 웃음소리.


덕분에 내가 나를 몰아세우지 않을 수 있었고,

또 다른 다정함을 만났다.

그 다정함은 음식이었고, 누군가였으며,

나 자신이기도 했다.


내일은 운전해서 가겠지만

반대 방향에서 시작된 오늘이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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