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독서록(882)

by N 변호사

원제 : Demon Copperhead

저자 : 바버라 킹솔버 (Barbara Kingsolve)

출판연도 : 원서 - 2022 / 번역서- 2024


완벽한 문학작품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번역자의 번역도 훌륭했다. 때로는 이해 안되는 문장도 있었다. 이럴 때 궁금하다. 번역자는 뜻을 이해하고 한국말로 옮겼는데 그 한국말로 된 문장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도 원문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에라 모르겠다하고 원문을 그냥 직역한 것인지... 어쨌든 이 소설의 원문 텍스트는 무지 어려웠을텐데, 번역자의 노고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뛰어난 소설가의 상상력은 - 물론 철저한 사전 취재 작업이 선행되었겠지만 - 거의 천재에 가깝다고 본다.


작가는 소설 속의 주인공(찰스 디킨스의 소설 '데이비드 카퍼필드'에서 주인공 이름을 따왔다)처럼 철저하게 파괴된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마약에 찌들어 산 적이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주인공의 삶을 그렇게 잘 묘사할 수 있는지, 마치 실제 체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아, 그리고 문장은 얼마나 대단한지. 모든 문장이 경탄할만 하다. 아래에 나를 위해 몇 개의 문장들을 옮겨 놓는다. ( ) 안은 내가 붙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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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은 몸속과 마음속에서 거절로 단계적으로 커질 수 있고 그와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약물을 참아내는 신체의 능력은 낮아진다. 이 약 저 약을 오가며 오랫동안 몸을 망칠수록 다음 번에 별을 보려다가 너무 먼 데까지 가버릴 확률이 높아진다. 처음으로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안도감이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안도감일지 모른다." (마약에 대한 설명이다. 마약같이 도파민을 만들어 내는 물질은 점점 강도를 높여야지 처음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작가는 "별을 보려다가 너무 먼데까지 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노력하려는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어색한 질문을 하였다." (처음보는 아이와 친해지려고 뻔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어떤 목적지로도 가지 못한다면 그 동안 지나온 여분의 거리에는 어떤 점수도 주어지지 않는다."


"운전면허가 없었으므로 현실적인 면에서는 나는 여전히 어린애였다. 내게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도리의 눈은 그냥 검은 게 아니라 깊은 물처럼 반짝이는 검은색이었다. 나는 그 물 안에서 벌거벗고 헤어치고 싶었다. 도리가 아빠의 휠체어를 밀고 자동문을 나서면 내가 죽는 쪽으로 시간이 미끄러지듯 흐르는 것만 같았다."


"페그 아저씨는 인생에서 매곳이 차지하고 있던, 오줌이 고인 공터의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아무 희망도 없는 삶에서 유일한 희망이 되는...)


"패스트포워드는 에미에게 한쪽 팔을 두른 채 왼쪽으로 운전했지만, 평소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였다. 더 나은 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그는 허들을 넘듯 한 번의 동작으로 울타리를 넘었다. 무릎이 상하지 않았으니까. 쿼터백은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이 추락을 감당하도록 한다."


"앵거스는 턱을 쑥 내밀고, 자기 입에 집어넣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이 꼭 정확해야만 한다는 듯,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듯 손의 평평한 부분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가 나의 행복을 바란 적이 있을까? 그랬다면 나를 아주 잘 속여 넘긴 셈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아마 엄마는 내 행복을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내 행복이 엄마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그것뿐이다. 그들은 상대가 자신의 계획에 맞아 들어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앵거스는, 오, 주여. 앵거스는 미친 기적이었다."


"나는 도시와 화해했지만, 이가 빠진 구멍에 혀를 밀어 넣어보는 것처럼 도시에 없는 것들을 더듬어 보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었다."


"훌륭한 이야기란 삶을 베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마주 밀어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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