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886)
원제 : OUTLIVE - THE SCIENCE & ART OF LONGEVITY
저자 : 피터 아티아, 빌 기퍼드(Peter Attia, Bill Gifford)
출판연도 : 원서- 2023, 번역서-2024
책의 제목은 주제를 알려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많이 팔기 위해서 가짜 제목을 붙이는 출판사가 있다.
번역서의 경우에는 제목으로 장난치는 일이 더욱 많아진다. 번역서인 이 책의 제목인 '질병 해방'도 그렇다.
이 책의 주제는 장수(longevity)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단지 오래 살기(outlive)가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주제다. 따라서 원서의 제목, OUTLIVE - THE SCIENCE & ART OF LONGEVITY는 제대로 붙인 것이다.
저자는 - 공저이지만 화자는 의사인 피터 아티아이다. 빌 길포드는 그의 말을 글로 옮겼을 뿐이다. 글을 하도 잘썼기에 빌 길포드의 기여도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의학을 3단계로 나눈다. 대충 추측과 관찰로 병을 진단하고 병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히포크라테스 시대의 의학을 1.0 버전으로, 치료 및 생명을 구하는데 주력하는 현대 의학을 2.0 버전으로, 그리고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전대응 의학이 3.0 버전이다.
발병한 후에 치료하는 것은 이미 늦을 때가 많으니 질병으로 발전할 요소를 미리 찾아내고 미리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학이 저자가 정의한 의학 3.0이다.
저자는 100세 때 스스로 해야 하는 동작들을 열거하고 100세 때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미리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목표가 되는 동작 중 하나를 예시하면 '비행기에서 혼자의 힘으로 9kg 무게의 캐리어 가방을 들어서 머리 위에 있는 수화물칸에 넣기' 같은 것이다.
우선 저자의 이력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의 부모는 이집트 사람이고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저자는 캐나다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한 후 스탠포드 의과대학에 들어간다.
저자는 운동광이다. 젊었을 때는 권투선수를 했고 20대에는 바다수영에 취미를 붙이는데 무려 30km 이상을 헤엄쳐서 간다. 근육운동도 무시무시하게 하고, 취미로 경주자동차를 몰기도 한다.
수학에 강한 열정과 소질이 있어서 의사를 하다가 때려 치우고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겠지만) 투자은행에 들어가서 일을 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상인이 아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1%도 안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완벽주의자이고 성취지상주의자이며 일중독자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실제로 저자는 심각한 정신적 붕괴를 겪게 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저자의 명석한 설명에 따라 의학에 관하여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4가지 질병, 즉 심장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치매, 알츠하이머병), 2형 당뇨병(그리고 관련 대사 기능 이상)을 열거하고 그 병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서는 4가지 전략(운동, 영양, 수면, 정서적 안정)을 써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운동을 제대로 하는 방법, 영양에 대한 올바른 지식,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정서적 불안을 가져오는 원인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설명을 한다.
원래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저자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도 있었다.
초반 300 페이지까지는 글솜씨 때문에 마구 흥분되어서 단숨에 읽었다. 그러나 구체적 전술에 들어가면 - 저자는 전략과 전술로 분석하기를 좋아한다 - 답답해진다.
저자가 말하는 전술을 구사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시간도 많아야 한다. 돈이 많아야 하는 이유는 혼자서 할 수 없고 저자의 전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 트레이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운동 트레이너, 영양사, 심리상담사 등 분야별로 있어야 한다.
실제로 저자는 심리상담사만도 3명이 있다.
운동방법도 무지하게 복잡하다. 먹을 때는 혈당을 체크하기 위하여 비싼 장치를 써야 하고, 계속 수치를 측정해야 한다.
보통사람으로서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용을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준칙을 다 지키려면 머리가 아파서 오히려 일찍 죽을 것 같다.
초반의 흥분은 중간 이후로 가면서 맥이 빠졌다. 보통사람은 절대로 실천할 수 없는 방법을 주야장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소득은,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을 거의 각인 수준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또한 다이어트의 방법을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1. 열량 제한(CALORIC RESTRICTION, CR): 전체적으로 덜 먹기. 하지만 무엇을 먹는지 또는 언제 먹는지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2. 식이 제한(DIETARY RESTRICTION, DR) : 식단에서 특정한 요소를 덜 먹기(고기, 당, 지방 등).
3. 시간 제한(TIME RESTRICTION, TR) : 특정한 시간 동안 안 먹기. 여러 날 단식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한편, 내가 늘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 어느 날 갑자기 매일 와인 1잔은 건강에 좋다고 했다가 또 그 다음날은 술은 건강에 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가 (달걀, 우유, 커피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는 발표가 별로 근거가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그렇게 설문조사식으로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과학이 되겠는가. (피실험자가 된 사람들보고 앞으로 한 달 동안 커피를 마시지 마세요 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모두 제대로 말을 들을 것 같은가?)
이 책에서 매력을 느끼게 된 부분은 저자의 건강지식이 아니라 저자가 실제로 살아온 삶과 경력이었다. 저자의 치열한 삶의 태도는, 그리고 다양한 경력은 그 자체로 흥미의 대상이 된다. 빌 길퍼드의 문장력도 매력요소다.
이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미국이 우리나라 보다 앞서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두껍고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미움받을 용기' 같은, 과학적 내용이 없이 무턱대고 위로해 주는 이른바 힐링 요소가 있는 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