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887)
원제 : Rebecca
저자 :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
출판연도 : 원서-1938, 번역서-2018
'BBC가 선정한 도서 100'에 이 책, '레베카'가 있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였다. 대학시절에 추리소설을 제법 읽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쓴 '대프니 듀 모리에'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과문한 탓에 나는 몰랐지만 유명한 여류 추리소설 작가라고 한다.
대프니는 1908년생이다. 이 소설은 1938년에 나왔다. 옛날 소설을 읽으면 그 시대의 풍속을 아는 부수적 재미도 있다. 그 시대에 유행하던 문체도 알 수 있다.
긴 소설이었지만 지루함을 느낄 사이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슬그머니 과거 그 때부터의 이야기로 진입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소설 시작 부분으로 돌아가서 읽었다. 그 때서야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요즘의 소설, 드라마처럼 시점(時點)이 정신없이 (그리고 쓸데없이) 왔다 갔다하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이 소설의 그런 사소한 트릭은 좋았다. 1938년에 쓴 소설이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살인부터 냅다 일어나고 파이프 문 탐정이나 예리한 형사가 등장하는 그런 추리소설이 아니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될 정도다. 그리고 추리소설 답게 반전이 일어난다.
반전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그리고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추리소설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거의 80%가 실패한다. 그래서 추리소설이 대접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쓰릴이 있는 반전이면서 충분히 납득이 간다.
1938년에는 DNA 검사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시체가 부패했을 때 신분확인이 어려웠다. 또한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을 때도 친자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커갈수록 교회의 목사와 너무 닮아서 들통난 사건(실제사건이다) 처럼 얼굴이 아버지가 아닌 다른 누구를 쏙 빼닮지 않는 한.
과학이 발전하면서 진범을 잡는 효과도 있지만 어설픈 과학수사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 경우도 많다. 수십년 전에는 모발검사가 과학수사로 인정받았다. 미국에서는 그 놈의 모발검사 때문에 많은 수의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서 장기간 옥살이를 했고 사형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살인이나 강간 사건처럼 강력사건에서 모발의 일치가 증거로 채택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DNA 검사 기법이 발달되면서 모발 검사 결과를 검증하게 되었다. 모발로 동일인임을 맞추는 확률이 100%와는 거리가 멀었다. 즉 피해자 여자의 음부에서 발견된 남자의 음모가 A의 음모와 동일하다는 이유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는데 DNA 검사를 하였더니 A의 음모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것을 논픽션으로 써서 책으로 낸 사람이 유명한 소설가 존 그리셤이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추리소설을 읽으면 과학수사의 발전상이 보인다. 코넌 도일이 만들어 낸 셜록홈즈는 사람의 생김새만 보고 범인인지 아닌지 알아 맞춘다. 그리고 증거를 수집한다. 하하, 엉터리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사람의 생김새나 직업은 범인인지 여부와 완전 무관하다고 봤다. 따라서 코넌 도일보다 한 수 높았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탐정(포와로, 미스 마플 등)은 논리적 추론을 한다. 누구에게 동기가 있었는지, 누구에게 (범행의) 기회가 있었는지...
요즘처럼 '묻지마 살인'이 판치는 시대에는 동기로 범인 잡기는 글렀다. 범인을 잡는 1등 검거자는 CCTV다.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 아닌 곳에서는 CCTV 설치가 꼭 필요한 이유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