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sh, Yale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08)-6월 9일(월)

by N 변호사

2008-06-12 오후 9:44:31


나는 새벽에 일어났으나 아이들은 7시에 깨웠고, 모두 샤워를 한 후 호텔 내 self-service 식당에서 함께 아침식사를 하였다. 모처럼 온가족이 같은 시간 대에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올라와서 짐을 싸기 시작하였다. 나와 아내의 여행 짐에다가 석윤이가 여름방학 동안 쓰기 위하여 기숙사에서 나오면서 들고 나온 짐, 거기에 석휘가 학교를 졸업하여 기숙사를 아예 나오면서 들고 나온 일종의 이삿짐까지 있으니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내 것, 석휘 것, 석윤이 것, 해서 노트북 컴퓨터가 세개, 거기에 따른 각 충전 연결코드, 아내, 석휘, 석윤이의 MP3 Player 세개 및 각 충전 연결 코드 3개, 네개의 핸드폰 및 충전 연결코드 4개, 석윤이의 오락기 및 그 충전 연결코드 1개, 아내와 나, 석휘의 디지털 카메라 3개와 그 충전연결코드 3개, 이렇게 충전 연결 코드만 하여도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를 정도였다. (현재시점에서 보충 : 이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는 다 필요없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위대함을 알겠는가.)

그러나 이 번 여행에서 나는 아이들이 그 동안 얼마나 컸는지 알았다. 아이들은 자기 짐들은 각자 알아서 다 쌌을 뿐만 아니라, 차 트렁크에 그 많은 짐들을 넣을 때도 아내와 나를 배제시킨 후 형제 둘이 알아서 차곡차곡 정리해 넣었다.

또한 두 아이가 말이 자유로우니까 과거에 미국여행을 하면서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끙끙거리며 해야 했던 고생을 다시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두 아이에게 시키면 다 해결되었다.

석휘가 자기 학교에서의 졸업식 전날 senior talent show 동영상을 노트북 컴퓨터로 보고 있었다. Caith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여 주었다고 한다.

캠코더가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그렇게 장시간 동안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지 난 이 번에 처음 알았다. 내 것에도 물론 그런 기능이 있었다. 아, 이제, 골프 치러 갈 때 손바닥만한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샷을 하는 장면을 서로 찍어 주고 그것을 컴퓨터로 보면 되겠다. 그러면 자기 스윙의 문제점을 여실히 알 수 있을 것 아닌가. 그것 말고도 아이들로부터 신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태양’이라는, 가수인지, 노래인지가 아이들에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짐을 다 트렁크에 넣고, 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 있는 외부 온도계는 또 화씨 100도를 가리켰다. 너무 날씨가 덥다. 무거운 짐을 차에 정리하여 싣느라 고생한 아이들은 벌써 온 몸이 땀에 젖었다.

차가 출발하자 석휘는 자기 디지털 카메라로 바깥의 풍경을 찍으면서 ‘우리 가족은 이제 드디어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덥다.’ 어쩌구, 저쩌구 혼잣말을 하였다. 영상일기를 만들고 있는 중이란다.

첫번째 목적지는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 70km 정도의 거리에 있는 Lancaster이다. 이곳은 Amish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이다. 이곳 펜실바니아주에는 아미슈 사람들이 사는 곳이 많다.

전기나 자동차 같은 문명을 거부하는 아미슈 사람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으로 나온 ‘The Witness’라는 제목의 영화 때문이다. 20년도 훨씬 전에 그 영화를 봤는데 아직도 그 영화의 장면들이 생생하고, 특히 그 영화에서 배경 음악으로 자주 나온 ‘샘 쿡’의 노래는 지금 제목은 잊어버렸으나 멜로디는 지금도 가끔 흥얼거린다. (나중에 확인했다. Sam Cooke이 부른 Wonderful World)

내 business가 안정이 되면 제대로 된 home theater system을 갖춘 ‘영화/음악감상실’을 가지고 싶다. 김병종씨는 사춘기 시절, 영화를 보다가 영화가 끝나기 전에 저 은막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영원히 살고 싶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리 나이 또래처럼 청소년 시절에 영화가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사람들은 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영화는 단지 영화가 아니라 추억의 총합체이다.

‘The Witness’에서 해리슨 포드는 수줍은 아미슈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옛날 스위스의 산간 지방에서 요들 송을 부르며 살던 처녀들의 복장이 바로 지금 아미슈 사람들의 옷차림새이다.

랭카스터에 들어서자 마자, 바로 아미슈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아직도 마차를 타고 다니고, 말과 당나귀의 힘으로 농사를 짓는다.

석휘도 아미슈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아미슈 사람들은 자동차도 쓰지 않고 마차만 타고 다닌데.’하고 설명을 하려고 하였다. 그 순간 석윤이가 말했다. ‘그럼 저기 주차장에 있는 차들은 뭐야?” 집 앞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석휘는 조용해졌다.

아미슈 사람들은 저렇게 17세기 때의 생활방식으로 살면 행복할까? 물론, 아내는 옆에서 각자 가치관 나름 아니겠냐고 말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가치관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강요된 가치관이라면 그것은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인민처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문명은 지나치게 숭배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만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인간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은 책 한권이 아니라 수세식 화장실, 에어컨, 핸드폰이다.

아미슈 마을을 차로 대충 둘러보고 나서 우리는 뉴저지 주에 있는 형*이의 집으로 향하였다. 네비게이터에 형*이의 집 주소를 입력하니 약 3시간 30분 후에 도착할 것이라는 정보가 떴다. 약28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랭카스터를 뒤로 하고, 뉴저지로 출발하였다. 호텔을 나와서 랭카스터의 아미슈 마을을 들렀다가 뉴저지의 형*이의 집에 가는 길 동안 쉬지 않았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네비게이터가 가끔 하는 바보짓, 즉, high way로 안내하지 않고, local 도로로 안내하였고, local 도로는 신호등이 있을 뿐 아니라 교통체증까지 있었으므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내가 불만을 제기하였다. 다섯 시간씩 밥도 먹지 않고, 쉬지도 않고, 가면 되겠느냐, 그리고 이렇게 섭씨 40도 가까이 되는 날에 자동차도 쉬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목표지를 정해 놓으면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전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등산할 때마다 혜봉에게 늘 지적받는 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번 여행 때 많이 보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그 동안 미국여행을 할만큼 했고 또 아이들은 미국에 살고 있으므로 새삼 신기할 것도 없다.

이 번 여행의 목적은 한달 동안 가족끼리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어디에 가고, 말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하이웨이를 달리면서 차 안만 있어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느긋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늦잠을 잔다든지, 아무 이유없이 호텔방에 퍼져 있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느긋한 것이 아니라 게으른 것이므로.

날씨가 너무 더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섭씨 39도의 더위를 겪어 본 적이 있는가. 이 정도 더위이면 마치 몹시 추운 날에 잠시라도 바깥에 있는 것이 괴롭듯이, 잠시라도 바깥에 서 있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면서 금방 견디기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차 안의 에어컨은 잘 작동이 되어 차 안에서는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였다. 자동차는 대단한 발명품이다. 아내의 말대로 고마워해야할 물건이다. 아미슈 사람들은, 자동차 맛을 한 번 봐야 한다.

뉴욕에 들렀다가 보스톤으로 향하였다. 그 때가 오후 4시 30분쯤 되었다.

보스톤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호수가 곳곳에 있고, 숲이 우거졌다. 우리나라도 다녀보면 아름답고 깨끗한 동네가 있는가 하면 지저분한 동네가 있다. 미국도 그렇다. 도시마다 특색이 있다.

보스톤 가는 길에는 New Haven이 있고, 그곳에는 Yale 대학이 있다. 우리는, 저녁 무렵에 Yale 대학에 도착하였다.

군데 군데 흩어져 있는 고색창연한 캠퍼스가 위엄있고 아름다웠다. 동전을 넣고 1시간 동안 주차시키를 수 있는 길가 주차 박스에 차를 세워 놓고 Yale Book Store에 들렀다.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인 Barnes & Noble사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좋았다. 그곳에서 석휘, 석윤이의 책을 조금 샀다.

이어 Yale Law School과 도서관을 구경갔다. 미국의 Law School 중에 부동의 1위를 하는 곳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착하는 랭킹을 소개하면, 작년을 기준으로 할 때, Law School 중의 1위는 Yale이고, Harvard와 Stanford가 공동 2위이고, Columbia가 4위이고, NYU가 5위이다.

즉, 이곳 Yale Law School은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 중 하나들이 모이는 곳이다. 200년도 더 되었을 것 같은, 중세시대 스타일의 육중한 화강함 건물들로 Law School 캠퍼스는 이루어져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 볼 수 없는 것이 한이었다.

이곳 근처에서 공을 차고 노는 학생들, 벤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학생들은 선입관 때문인지 다 똑똑하게 보였다. 물론, 그 중에는 Yale과 무관하게 이곳 동네에 사는 조기 축구 회원들도 있을 것이고, 영어 강습 때문에 한국에서 여름방학 한달 동안 이곳에 온 학생들도 있었겠지만…

Yale을 뒤로 하고, 보스톤으로 향하였다. 미국 Highway를 달리다 보면, 중간중간에 이곳 Exit를 통해 나가면 식당, 주유소, 숙박지가 있음을 알리는 sign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여행 중 그런 곳에서 숙박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도시 내로 들어가면 숙박요금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가장 허름한 곳 중 하나(그렇지만 에어컨이나 욕실시설은 완비되어 있는 곳)인 숙박장소(Inn)의 숙박요금은 12년 전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여행할 때는 5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 동부지역에서는 최소한 100달러이다. 하급 내지 중급 호텔로 분류되는 Holiday Inn Hotel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최소한 150달러이다. 물가가 지난 12년 동안 이처럼 많이 올랐다.

밤이 깊어 9시가 넘었을 때, 우리는 근처 Exit으로 나가서 괜찮아 보이는 Inn에 투숙하였다.

이사짐 옮기듯이 개수가 많은 짐가방을 꺼내서 방으로 옮겼다. 나는 이렇게 투숙할 때마다 모든 짐가방을 꺼냈다가 다시 차에 넣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였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갈아 입을 옷만 꺼내서 그것만 가지고 들어갔다나오는 방법을 취해보자고 하였다. 며칠 동안 묵게될 때는 다 가지고 들어가서 빨래도 하고.

큰 배는 항구 먼곳에 정박하고 작은 배로 항구를 들락날락하듯이 말이다. 더 복잡할 것이라는 등 이견이 있었으나 나는 일단 해보자고 하였다. 연구하고, 해보면 다 된다. 단지, 안 하던 짓을 하려고 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귀찮다는 거부반응이 일어나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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