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racuse, Buffalo & Irie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10)-6월 11일(수)

by N 변호사

2008-06-13 오후 1:42:38


어젯밤 늦게 들어왔기에 아침에 아이들을 일부러 깨우지 않았다. 10시쯤 되서야 아이들은 일어났다. 모두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갔더니 벌써 11시 30분쯤 되었다. 앞으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7시에는 모두 일어나기로 아이들과 합의를 하였다.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고 시라큐스를 향하여 떠났다. 시라큐스를 특별히 가고 싶어 간 것이 아니라 시카고 가는 먼 길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들른 것이었다.

난 맥도날드에서 나온 후 뒷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석휘가 앉아 있었다. 석휘는 음악을 크게 틀어서 차 안은 시끄러웠다.

아내가 “왜 경찰차가 계속 따라오지?” 하였다. 라디오 볼륨을 줄였다. 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오른 쪽으로 차를 세우라고 하였다.

경찰차는 우리 뒤에서 섰고, 경찰관이 우리 차를 향하여 걸어왔다. 아내가 창문을 열자 경찰관은 화를 참는 표정으로 무려 2마일을 따라 왔는데 왜 차를 세우지 않았느냐고 하였다. 뒤이어 우리 차가 65마일 속도제한인 곳에서 85마일로 달렸다고 하였다.

경찰관은 아내의 운전면허증(아내는 캐나다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다.)과 자동차 등록서류를 달라고 하여 자기 차로 돌아가더니 한참 있다가 다시 왔다.

속도위반과 정지명령위반 두가지 티켓을 자기 차에 프린터로 뽑아 와서 주었다. 그런데, 과태료 금액이 적혀진 티켓이 아니라, 우리가 7월 8일까지 그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지, 마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원에 우편으로 자진 신고 하라는 것이었다. 인정하지 않으면 법정에 출석하여 항변을 하라는 취지의 내용도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 과태료 액수가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몇십만원은 될 것이다.

미국의 하이웨이를 다녀보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게 귀신이 곡할 정도로 갑자기 경찰차가 뒤에 나타난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경찰차가 숨어 있다가 단속하는 것에 대하여 범법을 유도한다는 등 말이 많았고, 선진국에서는 그렇지 않는다는 등 열변을 토하는 자들을 봤으나 함정단속은 미국이 훨씬 심하다.

아내는 운전을 잘 한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어려운 주차 상황이 생기면 아내가 운전할 때라도 아내는 내리고 남편이 대신 운전을 하여 주차시키는데 우리집은 반대다. 나보다 주차 능력이 더 낫다.

또한 그래서 속도도 많이 낸다. 85마일이면, 무려 14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이다. 물론, 길이 하도 넓고(한 차선의 간격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넓고 보통 편도 4차선이다.), 곧바로 뻗어 있어서 150킬로미터를 달려도 전혀 무리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불필요한 돈을 쓰게 되었다.

억지로 긍정적인 방면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남아 있는 한달 간의 긴 여행 동안 안전하게 65마일 이내의 속도로 운전하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티켓을 끊고 우리 모두 기분이 많이 상했으나 억지로 기분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시라큐스로 들어갔다.

아내의 말대로 관광지로 이름난 곳은 그 이름값 대로 볼거리가 있고, 시라큐스처럼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은 곳은 그만큼 볼 것이 없다. 시라큐스는 아무런 볼 것이 없었다.

쇼핑 몰에 들러서 MP3 플레이어를 자동차 라디오에 연결시켜서 듣는 장치와 multi-consent를 샀다. 그리고, Queen의 CD를 샀다. 3장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이 번 여행 때 음악을 준비해오지 않는 것은 큰 실수였다. 장거리 운전일 때 가장 큰 위안거리는 음악이다. 아이들이 즐겨 듣는 음악은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시라큐스를 떠나서 다시 시카고로 가는 먼 길을 향하였다. 시라큐스를 떠나서 시카고로 가는 도중에 제법 큰 도시로는 Buffalo와 Irie, 그리고, Cleveland가 있다.

한 달 동안의 여행 중에 가족간의 화목은 특히 중요하다. 가족과의 여행은 제일 편안하면서도, 제일 불편한 여행이 될 수가 있다. 24시간을 좁은 공간에서 함께 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행 도중에 충무의 조언대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여행 전에 굳게 결심하였다.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번 여행에서도 며칠이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고, 게임기로 오락을 하고, MP3로 음악을 듣는다, 책이라고는 단 한자도 보지 않는다. 보다 못해, 한마디를 하면, 잠깐 보는 척하다 만다. 차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를 일으킨다는 변명은 어디서 배워 왔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오락은 한다^^) 호텔에서도 줄곧, 노트북과 MP3를 가지고 논다.

아이들 둘을 미국의 보딩 스쿨에 보내고, 미국에서 사립대학을 다니게 하면, 1년에 드는 비용이 최소한 벤츠 1대 값이다. 해마다 벤츠를 물에 빠뜨려서 버리고 새로 1대를 사는 꼴인 것이다.

아이들도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감사해한다. 여행할 때도 자기들 스스로 가격부터 먼저 확인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없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대학 랭킹은 외우면서도 어떻게 한 달 동안의 여행을 그냥 놀려고만 드는 것인지 그 태도가 괘씸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책을 읽으라는 것은 공부에 관한 교과서를 읽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아무 것이라도 좋으니까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미국 아이들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vocabulary power가 부족하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보충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이 커져서 공부하기가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 중 가장 큰 효용은 지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지적인 삶은 물질적인 삶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부족해도 행복한 삶을 해주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골프 초보자에게 골프 프로가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골프 초보자가 못알아 듣는 것과 같다. 골프 프로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고쳐야 할 점도 골프 초보자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자기가 아는 범위대로 스윙하는 것이 편안한 것이다. 결국 시간이 가야 한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속이 탄다. 현주씨 말대로 ‘도 닦는 심정’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버팔로를 들렀다. 시시하였다. 초라한 도시였다. 근처에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데 이곳은 이미 두 번이나 가본 곳이므로 이 번에 갈 필요가 없다.

다시 Irie를 향하였다. 바다만큼 넓은 오대호를 끼고 있는 도시이다. 이리는, 버팔로보다는 나았다. 호숫가를 찾아 갔다. 바다만큼 드넓은 호수는 보기에도 시원하였다.

호숫가의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나는 seafood을 먹고 석휘는 파스타, 석윤이는 스테이크를 먹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맥주를 마셨다. 석휘에게도 조금 주었다. 석휘를 보면 나와 닮은 점이 많다. 장점만 닮았으면 좋으련만 단점을 더 많이 닮았다. 더 악성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알아 듣게 이야기하였다. ‘남의 말을 중간에 자르지 말라. 아는 이야기라도, 또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짐작이 가는 이야기라도 끝까지 들어라’, ‘자기 입장을 일일이 설명하고 변명하지 말아라’, ‘말투를 부드럽게 해라’, ‘상대방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fact가 틀린 이야기를 하더라도, 일일이 캐묻거나 바로 잡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등등이다.

Wharf(부두)라는 이름의 그 식당은 손님이 가득하여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무려 1시간이나 있다가 나왔다. 그 동안 빈 속에 맥주를 제법 마시고, 허기가 진 상태에서 과식까지 하였더니 호텔을 찾아서 체크인할 때 어지럽고 현기증까지 났다.

이래저래 오늘도 일찍 자기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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