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22)-6월 23일(월)
2008-07-07 오전 7:09:21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Columbus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였다. 컬럼버스는 말로만 듣던 인도를 바닷길로 처음 찾아낸 줄 알고 기뻐하였을 것이다. (컬럼버스가 유럽인들 중에서 최초로 미대륙을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는 주장과 근거도 많이 있지만, 원래 사람이 살고 있었던 지역을 발견한 것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므로 누가 맨처음이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북미지역에서는 심심찮게 Columbia라는 지명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수도인 Washington D.C.에서 D.C.도 District of Columbia의 약자이다. 캐나다에서도 밴쿠버가 있는 주의 이름은 ‘British Columbia’라고 한다.
이 때의 Columbia는 컬럼버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서 아메리카 대륙의 옛날 이름 또는 다른 이름이다. 우리나라를 부르는 옛이름이 배달(倍達)이듯이 말이다. (남미의 Colombia와는 발음만 비슷할 뿐 철자도, 의미도 완전히 다르다.)
나아가 이 기회에 왜 미국의 수도가 있는 도시를 District of Columbia라고 부르는 지 내 나름대로 설명해본다.
미국은 50개 주(State)로 구성되어 있는 연방제 공화국이다. 그래서 미 대륙 연방 공화국(United States of America)가 자기들의 국호 아닌가.
그들은 50개의 주정부가 있고 1개의 연방정부가 있다. 50개 주는 각각 통치하는 관할지역이 있는데 연방정부는 직접 통치하는 지역이 이론상은 있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남한과 북한이 연방제로 통일하자고 합의를 하는 경우에 남한은 남한 정부가 통치하고, 북한은 북한 정부가 통치하되, 연방정부를 따로 만들어서 연방의 일을 결정할 경우에, 연방정부청사를 두는 장소는 있겠으나 연방정부의 통치지역이 따로 있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그 중 연방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지역을 하나 두자고 결정하였고, 그것이 Washington DC 지역이다. 미국에서 50개 주 어느 곳에도 속하지도 않고 연방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지역인 것이다. 그 이름을 미국의 옛이름인 Columbia를 따와서 District of Columbia라고 붙였다.
남한과 북한이 연방정부를 세울 경우에 그 연방정부청사를 판문점에 세우고, 그 판문점 지역을 연방정부의 직접 관할로 두기로 결정하고, 그 판문점 지역을 ‘배달(倍達)의 지구’라고 이름붙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 각국에서는 보물을 찾아서, 또는 종교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 또는 범죄를 저지른 후 처벌을 피해서 등, 각자의 이유로 신대륙으로 건너 갔다.
당시의 강국이었던 영국, 프랑스, 스페인에서 주로 건너 갔는데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캐나다 지역으로 상륙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남미 지역에 상륙하였고 영국의 청교도들 중 일부는 메이 플라워 호를 타고 지금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역에 도착하였다.
국경도 없었고, 나라 이름도 없었던 그 시절, 이렇게 유럽 각국의 사람들은 미대륙 전 지역에 흩어져 살았는데 Santa Fe는 그 중 스페인인들이 그곳 원주민인 멕시코인들을 지배하면서 만든 도시이다. 16세기 중반에 세워진 도시로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 전에 형성된 도시 중의 하나이다.
오늘 우리는 산타페에 도착하였다. 기온은 급상승하였다. 산타페에 도착해서 Visitor Center를 찾아 차에서 내리는데 뜨거운 햇볕으로 목덜미가 뜨끈하였다.
Visitor Center에서 얻은 Map을 펴 놓고, 우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다닐 것인지 계획을 짰다.
Santa Fe는 16세기에 지어 진 건물의 원형을 대부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매우 특색이 있었다. 영화나 책에서나 보던 흙집 같은 형태이다. 당연히 고층은 없고, 높아 봤자 2층이다.
길도 좁고 꾸불꾸불하다. 예전의 마차길을 자동차 도로로 개조해서 쓰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놀랄만큼 아름다웠다. Visitor Center에서 관광지도와 함께 나누어 준 Santa Fe의 안내책자도 그 세련미가 물씬하였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처럼 도시 한 가운에 조그만 Plaza(광장)가 있고, 그 주변으로 집과 오피스 건물들이 원을 그리며 퍼져 있는데, 하나같이 황토빛 색깔을 띠고 있다.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상가를 구경하였다. 외관은 오래된 형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는 모두 현대식으로 renovation을 하였고, 취급하는 상품들도 New York의 Fifth Avenue에서 파는 명품 브랜드들이다.
그외 이 작은 도시는 온통 미술관이나 세련된 Gallery들로 채워져 있었다. 길가에 나붙은 벽보도 concert 공연이나 music festival을 알리는 내용들이 많았다.
생각컨대 산타페는 resort이다. 아름다운 해변도, 멋진 스키장도 없는 resort이다. 즉, 내가 이름짓건대 문화적 resort이다. 예술적 취향이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노부부가 한 열흘쯤 머물면서 문화를 즐기는 그런 곳 말이다.
아이들은, visitor center에서 얻어 온 map을 한 번 흘끗 보더니 마치 이곳에 그 동안 오래 살아왔던 사람들처럼 도시 전체를 파악하고, 나와 아내를 인도하여 다닌다.
이곳에서는 멕시코 음식을 먹어야 제격이라는 아이들의 주장과 안내로 멕시코 음식점을 찾았다. 카페테리아 형식이라서 값이 별로 비싸지 않았으나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미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교회당, 이 도시가 있는 뉴멕시코주의 의사당을 찾아 다니면서 구경하였다.
오후 3시경 Dallas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옐로우 스톤 공원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남쪽으로만 줄곧 내려 왔는데 이제부터는 저 멀리 플로리다의 올란도에 이를 때까지 동쪽으로만 가게 된다.
산타페에서 달라스까지의 거리는 약1,000km 정도이다. 자동차로 11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오늘 절반 정도 가고 내일 나머지 절반을 가기로 하였다.
동쪽을 향하여 몇시간을 달리니까 Texas 주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목장과 석유의 주에 진입한 것이다.
또 한참을 달리니까 시간이 바뀌었다. 저녁 7시가 저녁 8시로 되었다. 시간에 맞추어 해가 일찍 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맞춘 것이겠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시간에 맞추어 갑자기 어두워졌다.
서쪽으로 갈 때는 눈 앞에서 해가 졌는데 이젠 백미러로 해가 지는 광경이 보였다. 강렬한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은 육중한 쇠뭉치인 비행기가 뜨는 장면을 바라볼 때처럼 늘 새로운 구경거리가 된다.
오늘 6시간을 가고, 내일 5시간을 달려 달라스를 잠깐 구경하려고 계획을 세웠었으나 우리의 계획은 대부분 장애를 만난다.
이 번의 장애는 그 동안 미국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교통 체증이었다. 약1시간 동안이나 도로상에서 꼼작없이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교통체증의 이유는 도로공사 때문에 한 차선을 막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이 번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미국의 도로가 많이 망가져 있어서 곳곳에서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후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홍수로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망가졌을 수도 있겠으나 어마어마한 무게를 싣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대형 트레일러가 도로 파손의 주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 짓는 도로는 예전의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라 단단한 재질의 콘크리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가끔 있는 아스팔트 도로 위로 다닐 때는 그 부드럽기가 비단같다. 그러나 콘크리트 길은 차 바퀴를 통해 느끼는 감촉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시끄럽다.
장거리 운전의 무료를 달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리고 조금이나마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가 싶어서 덴버의 서점에서 audio book을 샀는데 도로 소음 때문에 듣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이 여행에서 렌트하여 쓰고 있는 차에는 MP3 Player를 연결하여 들을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각자의 MP3 Player를 연결하여 음악을 들었는데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한국에서 내 MP3 Player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나는 클래식 음악이 듣고 싶었다. 내가 사 놓은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 CD만 들고 왔어도 이 번 여행 때 아주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라디오 음악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의 자동차가 계속 도시와 도시 사이로 하이웨이를 통하여 움직이므로 고정된 station에서 깨끗한 음질로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FM은 많은 방송국이 있고 각자 theme가 있다. country음악만 틀어 주는 곳, old pop song만 틀어 주는 곳 등. more music, less talk의 원칙을 고수하는 방송이 많다.
우리나라 FM은 우리 또래 나이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주는 곳이 없다. 기독교 FM 방송이 부족하나마 그 기능을 해주고 있다. 또한 대체적으로 DJ의 말이 너무 많다.
그런 면에서 이곳의 FM은 말이 없고 음악만 계속 틀어주니까 나처럼 old pop song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격이지만 아쉽게도 음질이 좋지 않고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계속 station을 찾아 다녀야 하니 한계가 있다.
우리는 늦은 밤에 하이웨이를 빠져 나와 가까운 Comfort Inn을 찾아서 그곳에 투숙하였다.
투숙하기 전에 근처의 Pizza Hut에 들러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 Pizza Hut은 문닫기 직전이라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피자 같은 고칼로리 식사를 하고 바로 잠에 드니 E.T.의 몸이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