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lando(#01)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26)-6월 28일(토)

by N 변호사

2008-07-18 오전 5:51:21


점심 무렵 플로리다 주에 들어섰다. 주와 주의 경계는 사람들이 임의로 그어 놓은 선에 불과한 것인데도 플로리다 주에 들어선 순간 마치 다른 태양이 뜬 것처럼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다.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하이웨이 주변에 있는 rest area도 루이지애나주의 그것과는 달리 부티가 넘쳤다. 플로리다주는 돈이 많은 주 같았다.

레스트 에어리어에 차를 세우고 차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눈부셨다. 아무 것도 해를 가리는 것이 없는 해변의 백사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자나 방갈로처럼 지붕이 있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밥은 항상 꿀맛이다.

굶주린 나와 석윤이는, 석휘가 쇠고기 장조림 깡통을 따다가 손에 뭐가 묻어 잠시 티슈를 찾는 짧은 순간에, 3분의 1밖에 열리지 않은 깡통 뚜껑 밑으로 동시에 젓가락을 디밀어 절반 이상을 해치우는 신속한 조치로 석휘를 분노케 하였다.

점심을 먹고 올란도를 향해서 달려가는 데 하이웨이 주변에 크게 세워진 입간판에 Disney World / Sea World / Universal Studio Ticket Outlet이라고 쓰여진 것이 보였다.

Outlet이라면 싸게 파는 곳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찜찜하였다. 물건이야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지만, 그곳에서 입장권을 샀다가 막상 올란도에 들어가서 그것이 쓸모없거나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면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이곳까지 다시 와서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내는 한 번 가보자고 하였다. 나도 무슨 일이든지 ‘귀찮아서’ 뭘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outlet이 있다는 exit로 빠져 나왔다.

Exit 근처에 있는 주유소 가게의 한 귀퉁이에서 그 ticket을 팔고 있었다. Ticket를 파는 사람은 나이가 일흔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이었다.

그 할머니의 설명에 의하여 여기서 ticket를 사면 1인당 2달러 정도 싸다는 것이었다.

1인당 2달러 할인이라 해봤자 4명이면 8달러 정도인데, 8달러를 save하기 위하여 risk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석휘 말대로 ticket를 사기 위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save한다는 이점도 있었으므로 사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하였다.

Orlando는 LA에 있는 Disney Land와 Universal Studio, 그리고, San Diego에 있는 Sea World가 규모를 더 크게 하고, 신식 기술을 입혀서 새로 건설된 장소이다.

이 Outlet에서도 그 세곳의 ticket(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종류가 다양하였다. 예컨대 Universal Studio의 경우, 두 곳의 theme park로 이루어졌는데 하루에 그 두 곳의 theme park를 다 돌 수 있는 입장권, 이틀에 그 두 곳을 다 돌 수 있는 입장권, 하루에 한 곳만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 등이 있었다.

Sea World의 경우는 하루 입장권을 사면 그 다음 날도 그 입장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그 점이 이해되질 않았다. 어떻게 유니버샬 스튜디오의 입장권은 하루짜리와 이틀짜리가 구별되는데, 시월드의 경우에는 하루짜리로 이틀을 갈 수도 있다는 말인가.

시월드의 경우에 하루짜리로 이틀을 갈 수 있다면 그 날 내가 그 입장권으로 다 구경하고 나온 다음에 그 입장권을 내 친구에게 줘서 그 친구가 그 다음날 그 입장권을 사용할 수 있지도 않은가,

이러한 내 의문을 그 할머니들에게 물어 보라고 석휘에게 시켰다. 석휘는 아빠는 쓸데없이 의심이 많다며 짜증을 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시월드는 회사가 서로 다르므로 policy가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고 시월드의 경우에 입장권을 다른 사람에게 몰래 주는 것을 막을만한 장치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1일 입장권의 경우에도 1인당 10만원 가까이 하는, 그래서 우리 가족 4명의 티켓을, 디즈니,유니버셜, 시월드까지 다 사면 거뜬히 몇백만원이 되는데 돈을 내는 사람은 나지 석휘가 아니므로, 내 입장에서는 확실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할머니는, 시월드의 경우에, finger print로 입장권 양도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아니 입장객들에게 어떻게 지문을 받는다는 말이냐는 식의 궁금 사항들이 연이어 생겼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 통역을 시켜서 또 묻기는 버거웠다. 통역은 모름지기 공무원들처럼 영혼이 없어야 하거늘...

결국 시월드는 1일 입장권을 샀고 유니버셜은 1일에 두곳을 다 둘러보는 입장권을 샀다.

그러나 가장 방대한 디즈니 월드 입장권은 현장에서 사기로 하였다. 디즈니 월드는 5곳인가, 6곳인가의 theme park로 구성되어 있고 그곳을 하루에 다 가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할만큼 지역이 방대했기 때문에 어차피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였는데 그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고 그 outlet에서는 여러가지 옵션 중 일부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차를 타고 올란도로 향하였다.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서부터는 경찰차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우리는 여행초반에 뉴욕주에서 티켓을 한 번 받았기 때문에 그 후부터는 절대로 속도 위반을 하지 않으리라 하면서 조심스럽게 운전해왔다.

그러나 길 좋은 하이웨이에서 달리는 자동차라는 것이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저절로 가속이 되어 제한속도를 넘기 때문에 운전하면서 계속 계기판을 보면서 그 속도를 줄였다, 늘였다 하는 것이 참으로 번거로웠다.

Cruise 기능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리라. Speed Limit에 맞추어서 속도를 입력해 놓고 그 다음부터는 핸들만 조정하면 속도는 지가 알아서 조정되는 것. 예전에는 그 기능이 왜 필요한 지 몰랐는데 우리처럼 제한속도를 꼭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기능이 큰 의미가 있게 다가 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 차에는 그 기능이 없었다. Cruise 기능은 보통 핸들 위에 그 조종 버튼 등이 있는데 우리 차에는 그런 버튼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잘 쓰이지도 않는 그 기능은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일본제인 이 차에서는 생략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지지만 사실은 그 기능이 있었다! 매뉴얼을 읽었어야 했다.)

나는 계기판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데 아내는 험한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 그런지 그런 면에서 주의력이 부족하였다. 전과자임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달리는 경우가 아직도 많았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하이웨이 주변에 좍 깔린 경찰차를 보자 마침 그 때 운전대를 붙잡고 있던 아내에게 제발 계기판을 확인하면서 운전해라고 주의를 줬다.

그리고 잠시 졸았다. 갑자기 차의 속도가 주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내가 공포와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차를 길 가에 대고 있었다. 경찰차가 뒤에 따라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절대로 속도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내게 호소하였다.

지난 번 경찰에게 단속 당하였을 때 아내가 운전하는 옆자리에는 석휘가 타고 있었는데 티켓을 끊기고 난 다음에 난 석휘를 나무란 적이 있었다.

당시 차안에서 아이들이 음악소리를 크게 하여 듣고 있어서 처음에는 경찰차의 사이렌 신호를 듣지 못하였고, 나중에는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따라오는 것을 알았지만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 바로 차를 길가에 차를 정차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아내가 잘 몰랐었다.

그러한 상황을 아내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였고 그래서 속도 위반 티켓뿐만 아니라 경찰의 정차명령을 위반했다는 티켓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 때 석휘가 경찰관에게 그와 같은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였다면 최소한 정차명령 위반 티켓은 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석휘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자기 역할을 모르는채 그냥 앉아 있었고 아내는 경찰이 왜 2마일이나 차를 세우지 않고 그냥 갔느냐고 물었을 때 영어능력의 한계상 간단히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만 대답하자 경찰관은 이 아줌마가 자기를 놀리느냐고 생각하여 화가 나서 정차명령 위반 티켓까지 발부하였다.

이 번에는 아내가 신속히 하이웨이 갓길로 차를 세웠다. 조금 있다가 조수석쪽으로 경찰관이 다가 왔다. 운전석 쪽으로가 아니라 조수석쪽으로 다가 오는 것이 이상했다.

조수석쪽에는 석휘가 앉아 있었다. 지난 번 나의 나무람이 있었기에 석휘는 이 번에는 그냥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굳게 하고 있는 듯 하였다.

지난 번에는 티켓을 끊든, 끊지 않든 자기 일이 아니었고 또한 티켓을 끊을 때 그 금액이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었으나 이 번에 또 티켓을 끊게 되면 변호사 역할을 잘못한 죄로 석휘는 내게 중징계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경찰관은 차 창문이 열리자마자 아내에게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을 달라고 하였다.

석휘는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물었다.

경찰관은 경찰차가 갓길에 있을 때는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를 옮겨 가야 하는데 우리는 계속해서 2차선으로 갔기 때문에 정차시킨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게 무슨 황당한 법인가 싶어서 왜 그런 규정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석휘에게 시켰다.

경찰관은, 갓길에 경찰차가 있고 다른 차를 단속하고 있을 때 2차선으로 계속 차가 오면 단속하고 있는 경찰관을 칠 수가 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규정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우리차의 경우에 단지 갓길에 세울 것이 아니라 갓길보다 더 바깥쪽의 풀밭으로 차를 정차하여서 경찰관의 안전을 생각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 때서야 경찰관이 운전석쪽으로가 아니라 조수석쪽으로 다가온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남석휘 변호사가 혼자 알아서 잘 했다. 우리는 그러한 규정을 전혀 몰랐다.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지 않고 여행 중이다. 이 차도 렌트한 차이다. 그러한 규정이 이곳 플로리다 주에만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그런 일로 티켓을 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이 번에는 한 번 봐달라는 식으로 열변을 토했다.

경찰관은 자동차 등록증을 보고 면허증을 보더니 여행객은 맞는 것 같다고 하면서 좀 생각을 하는 듯 하였다. 그러면서 이 규정은 플로리다주 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규정인데 모를 수 있느냐고 질문하였다. 석휘는 당연히 우리는 몰랐으니 2차선으로 간 것이 아니겠느냐고 답변하였다.


경찰관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 번에는 서면경고를 하는 것으로 그치겠다면서 자기 차로 돌아가서 경고장을 들고 와서 아내에게 사인하라고 하였다. 변호사 역할에 재미를 붙인 석휘는 이 번에는 구두 경고와 서면 경고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서면 경고는 어떠한 효력이 있는지 꼬치꼬치 묻기 시작하였다. 탄력을 너무 받은 것 같아 뒤에 앉아 있던 나는 “고마 해라, 많이 물었다아이가”하면서 자제시켰다. (현재시점에서의 보충 : 석휘는 대학 졸업 후에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 로스쿨에 들어갔고 지금은 뉴욕의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간이 콩알만해졌다가 구제된 아내는 다시 조심조심 차를 몰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부터도 오늘 무슨 날인지 경찰차가 수시로 발견되었는데 그 때마다 아내는 잽싸게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면서 move over 규정을 충실히 지켰다.

드디어 올란도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벌써 오후 5시였다. 오늘 아침 우리가 호텔을 출발할 때의 시간이었던 중부표준시가 올란도 근처에서 동부표준시로 바뀌는 바람에 오후 4시에 도착해야 할 것이 오후 5시가 된 것이었다.

바로 호텔을 찾아 들어가느냐, 아니면 오늘 남은 시간에라도 디즈니나 유니버셜, 시월드 중 한곳을 구경하느냐의 주제를 놓고 차속에서 열띤 세미나가 있었다.

시월드의 1일 입장권을 샀고 그것은 이틀도 된다고 하므로 오늘 시월드를 갔다가 내일도 시월드에 다시 가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예전 샌디에고에서 시월드를 구경갔던 나의 경험으로는 시월드를 그렇게 이틀 동안 볼 것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1일 입장권이고 이틀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므로 오늘 그곳으로 가면 시간이 부족하여 입장권을 썩히는 꼴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디즈니 월드에 가기로 하였다. 이틀 입장권을 끊어서 오늘, 내일 디즈니 월드를 구경하고, 그 다음날에는 시월드, 그 다음날에는 유니버셜을 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은 오늘 아침 일찍 도착하여 시월드를 구경하고, 내일은 디즈니, 모레는 유니버셜을 구경하고 그 다음날 마이애미로 가려고 하였는데, 아침에 일찍 출발하지 못하였고, 또한 표준시 변경으로 한시간을 잃는 바람에 부득이 올란도에서 하루를 더 쓸 수 밖에 없었다.

디즈니 월드 입장권 매표소 쪽으로 갔다. 디즈니 월드는 Magic Kingdom, Disney’s Hollywood Studios, Epcot, Animal Kingdom, Blizzard Beach, Typhoon Lagoon 등, theme park가 6개로 이루어졌는데, 각자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엄청 나서 하루에 2개 이상은 사실상 구경하기 힘들었다.

고심 끝에 Magic Kingdom, Disney’s Hollywood Studios를 선택했다.

Magic Kingdom은 LA에 있는 디즈니랜드나 우리나라 용인의 에버랜드와 유사하다. 디즈니 만화 영화에 나왔던 꿈의 세계를, adventure land, frontier land, fantasy land, tomorrow land 등으로 나누어서 놀이기구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아이들도 LA의 디즈니랜드나 용인의 에버랜드에 여러 번 갔고 나도 여러 번 갔으므로 이곳을 생략하고 싶었으나 그래도 디즈니랜드 하면 이것이 상징이므로 생략할 수 없었다.

Disney’s Hollywood Studios은, 디즈니 회사가 그 동안 만들어 왔던 헐리웃 스타일 영화의 각종 체험을 해주게 하는 곳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비슷한 곳이었다.

올란도 남쪽에 위치한 Disney World는 그 자체가 웬만한 도시보다 더 클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입구를 들어가면 그곳에서부터 안내를 따라 어느 theme park를 갈 것인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 Disney’s Hollywood Studios를 가기로 하고 그곳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방대한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입장권과 관계없이 별도로 주차료를 받았다. 괘씸하였다.

주차장에서 트램을 타고 Disney’s Hollywood Studios의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권값을 보니까 1일 입장권의 가격이 거의 1인당 8만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틀 짜리 입장권을 사나 1일 입장권 2개를 각자 사나 가격 차이도 없었다. 나는 이틀짜리 입장권을 사면 가격이 많이 쌀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미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었으므로 오늘 불과 몇시간만 놀 것인데 입장권을 산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더구나 줄이라도 길면 몇 군데 가지도 못하고 하루가 끝나는 것이다.

또한 이틀짜리 입장권도 하루에 한 개의 theme park만 갈 수 있게 되어 있었고, 하루에 두개 이상의 theme park에 가려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하였다.

비통한 마음으로 입장권을 샀다.

입장권을 들고 입장을 할 때 우리나라의 전철역 플랫폼으로 들어갈 때 있는 검표 기계 같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지문인식기에 두번째 집게 손가락의 지문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서야 그 outlet 할머니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너희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라고 하였다. 아빠, 엄마는, 시골에서 올라 온 노인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너희들이 이끄는대로 따라 다닐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일단 map을 보고 신속히 순서를 정하였다.

중간에 디즈니랜드에서 햄버거로 식사를 한 것 외에는 폐장 때까지 부지런히 아이들을 따라 다녔다.

나는 보지 못하였지만 영화까지 나왔다는 High School Musical이 길거리 공연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Beauty & Beast의 공연을 보고 싶어해서 제일 먼저 극장으로 갔다. 30분 정도,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Beauty & Beast의 핵심장면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인데 난 오리지널 공연도 예전에 봤지만, 그 오리지널 공연 못지 않았다. 특히 입고 있는 의상들이 화려한 조명과 어울려서 너무 예뻤다.

재미있는 것은 Fast Pass 라는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면 청룡열차 타는 곳에 가서 입장권을 자판기 같은 곳에 넣으면 몇시 몇분에 이곳에 다시 오라는 표시가 있는 Fast Pass Ticket이 발권된다.

모든 놀이기구 시설에는 Fast Pass Ticket 소지자가 들어갈 수 있는 줄이 따로 있고 그 줄은 길지 않아서 빨리 그 지정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

다만 Fast Pass는 한 번 발급받으면 일정한 시간 이내에는 다른 놀이기구 아무 곳에서도 발급받을 수 없다.

아이들은 이 시스템을 입구에서 나눠 준 안내자료를 통하여 알고서는, 제일 재미 있는 놀이기구에 가서 그곳의 Fast Pass를 일단 받은 후 다른 놀이기구에 가서 줄을 서서 타고 다니다가 Fast Pass 지정시간에 그 놀이기구를 빨리 탔고 우리 부부는 그런 아이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탄 놀이기구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The Twilight Zone이라는 공포영화 속에 나오는 엘레베이터였다.

엘레베이터를 타면(이 가짜 엘레베이터에서는 서지 않고 앉는다) 모든 조명이 꺼지면서 깜깜해지고, 그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건물 13층 높이까지 순식간에 끌어올린 후 엘레베이터 줄이 끊긴 것처럼 마구 추락한다.

내 몸은 밑으로 급강하하고 반면 나의 내장들은 미처 그 속도를 못 따라오는 것인지 내장과 내 몸이 분리되는 것 같은 쓰릴을 맛보았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 쓰릴을 맛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9시가 되었다. Disney’s Hollywood Studios의 가장 자랑거리인 Fantasmic Show를 보러 갔다.

공연 시작하기 30분 전인데도 자리는 가운데쪽으로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스탠드 한 가운데 제일 뒷쪽 3열은 장애인들 및 그 보호자들을 위해서 텅텅 비어 놓아 둔 것이 보였다.

이것은 앞으로 3일을 더 있게 되는 올란도의 다른 모든 놀이시설에서도 철저히 지켜지는 rule이었다.

우리는 운 좋게 가운데 비슷한 곳에 빈 자리가 있어서 자리를 잡았다.

마침 천둥과 번개가 치고 있어서 공연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안내 멘트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오늘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었기에 우리는 공연이 취소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공연은 제 시간에 시작되었다.

조그만 인공호수와 그 호수 건너편에 인공 바위 산을 만들어 놓고 물 위에는 수증기를 형성한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형형색색의 레이저 빛이 그 바위산을 향하여 쏘아진다. 그러면 그 바위 산과 수증기 속에 예를 들면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등의 신비한 영상이 만들어진다. 물론, 이 때 강렬한 사운드가 실감을 돋군다.

조금 있다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예쁘게 장식한 유람선이 화려한 조명 빛 아래 나타나서 떠 다니고, 갑자기 큰 용이 등장하다가, 록그룹이 나타나 음악을 연주하는 등, 30분 정도의 공연시간 동안 너무 황홀하였다. 순간, 오늘 지불한 4인분의 입장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돈이 아깝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전문가이다. 세금 내는 것이 아깝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좋은 정부이다.

우리나라도 에버랜드 같은 곳에서 로열티를 지불하고 이런 공연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면 여러분들도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밤11시가 폐장시간이었다. 하늘에는 폭죽이 펑펑 하면서 발사되고 있었고, 곧 밤하늘은 화려한 불꽃 잔치의 장이 되었다.

우리는 이곳에 오기 전에 전화로 double tree 호텔을 예약해 놓았었다. 이 호텔은 그 동안 우리가 자던 곳 중에서는 가장 좋은 곳인데도, 그리고 관광지인 이곳 올란도에 있음에도 더구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불과 5분 거리인데도 인터넷으로 보니까 비교적 숙박요금이 저렴하였다.

그래서 난 이 호텔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일단 하루만 예약하기로 하였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이 호텔에 도착하였는데 매 번 시골 숙박시설을 전전하던 아이들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호텔은 좋았다.

처음으로 로비에 음악이 연주되고 술을 파는 바가 있는 등 제대로 된 호텔에 들어온 것이다. room의 시설도 그 전의 것들에 비해서 가장 훌륭했다.

이곳에서 사흘 더 묵겠다고 front desk에 전화를 걸어서 숙박기간을 연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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