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D.C.(#02)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31)-7월 5일(토)

by N 변호사

2008-08-10 오전 11:40:06


워싱톤은 내게 있어서 이 번이 세 번째 가는 것이다. 앞의 두 번은 내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교적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호텔이 있는 Reston에서 워싱턴 다운타운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다.

토요일 오전의 한적한 길을 달려서 포토맥 강을 건너 워싱턴으로 들어갔다.

지난 번에 설명하였다시피 워싱턴 디.씨.는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지역이다.

연방정부 청사(백악관, 국회, 대법원 등) 건물들이 몰려 있고, Smithsonian Museums과 기념관들이 있다. George Town University와 George Washington University가 있다. 호텔들과 상가 건물들 그리고 약간의 단독주택가가 있다. 그게 다다. 즉 별로 크지 않은 도시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Smithsonian Museums 주변의 동전을 넣고 주차시키는 street parking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유료주차장을 찾아 갈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주차를 시키는데 가격이 의외로 싼값인 20달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말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주말에는 워싱턴의 모든 street parking 지역이 공짜였으므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울 바에는 그 유료주차장 근처의 street parking 지역 아무 곳에라도 주차시키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유료주차장의 하루 주차료가 그렇게 쌌던 것이었다.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Smithsonian Museums의 중심 건물이 있는 Smithsonian Institution Building까지 걸어 갔다. 그곳에서 관광지도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Smithsonian Museums은 영국의 과학자였던 James Smithson이 1829년에 사망하면서 지금의 화폐가치로 약 1,2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지식의 증진과 보급을 위해서” 사용해 달라고 미국에 기부함으로써 설립되었다. 정작 본인은 평생 동안 미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그 돈을 받아서 잘 관리하고 추가로 기부를 받은 것을 보태서 Washington D.C. 한 복판에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National Gallery Of Art’ 등, 10개 이상의 세계적인 박물관을 건설했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박물관 건물들이 양쪽으로 이어져 있는데 그 지역을 National Mall이라고 부른다. 이 각 박물관에의 입장료는 무료다.

제일 먼저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들렀다. 나는 예전에 한 번 와 봤던 곳이고 이런 종류의 박물관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쓰고 싶어했다.

아내와 아이들끼리만 다니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곳을 찾아 다니다가 나중에 저녁 무렵에 만나기로 하였다.

나는 지난 번에 왔을 때 의회(U.S. Capitol)도 구경하지 못했고 그 유명한 의회도서관(The Library Of Congress), 대법원(The Supreme Court)도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보고 싶었다.

반면에 아이들은 영화에 자주 나오는 Lincoln Memorial, Washington Monument, Korean War Veterans Memorials 같은 곳을 먼저 봐야 할 것이었다.

우리는 흩어져서 각자 다니다가 National Gallery Of Art 같은 곳에서는 마주치기도 하였다.

National Gallery Of Art 같은 곳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다. 어차피 이곳은 며칠을 다녀도 제대로 다 보지 못한다. 그러니 오늘은 그 분위기만 느끼기로 하였다.

나의 인생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55살 이후에 1년에 한달 이상을 세계 박물관(미술관) 순례 여행을 하는 것이다. 55살 되는 해는 파리에서, 56살 되는 해는 런던에서 등등이다. 그런데 55세가 되는 2014년까지 불과 6년 밖에 남지 않았다. 향후 6년이라는 시간은 부족하기도 하고, 충분하기도 하다. 포기하기는 이르고 그렇다고 멍하게 보낼 시간도 없다.

하여튼 그 때 이후에 이곳에 다시 오기로 하고 오늘은 맛만 보고 나왔다.

나는 발걸음을 서둘러 US Capitol로 갔다. 그 건물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역시 대단하였다. 그 안에 들어가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 안에 들어가려면 미리 예약을 하여야 한단다.

미국에서도 국회의원들 같은 정치인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은 대단하다. 국가의 이익보다는 당파적 이익을 생각하고 지역구민의 이기주의에 영합하려는 경향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미국 국회의원은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하고도 뚜렷한 차이는 미국 국회의원은 본연의 임무인 입법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당락을 결정짓는 선거법 외에는 법률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폭로 같은 한건주의에만 관심이 있다.

제대로 된 입법, 잘못된 입법의 폐지나 수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률은 거의 모두 행정부가 다 만들고 국회의원은 거수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행정부가 만드는 법률은 필연적으로 부처 이기주의적 성향을 띨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점은 세월이 가면서 국회의원들의 질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옆에는 House Office Buildings라고 하여 고풍스런 석조건물들이 연이어 있었다. 국회의원이나 그 참모진들이 일하는 사무실이 그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 빌딩들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여러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보면 의회인력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의회 도서관에 들어갔다. 아, 이번 워싱턴 관광의 하이라이트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천장은 마치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곳곳에 품위 있게 세워져 있는 조각상들도 지성의 향기를 느끼게 해줬다.

2층에는 Thomas Jefferson이 기증한 장서를 모아 놓은 Jefferson Library가 있었다. “I can’t live without books”라고 제퍼슨이 말했다는 문구가 벽에 새겨져 있고 제퍼슨이 생전에 모아 놓은 많은 장서들이 벽의 서가에 꽂쳐 있었다.

사람의 뇌는 쓸모와 관계없이 복잡한 것을 계산하고 추론하는 것 그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좋은 책을 읽으면 그런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 책을 읽고 그 지식을 습득해서 어디에 쓸 것인지는 따질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도서관 홀의 벽에는 아름다운 글씨로 “Knowledge comes, Wisdom lingers.”라고 써 있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으면 그것은 지혜로 녹아서 우리 몸에 머문다는 의미 아닌가. 멋진 경구가 아닐 수 없다.

아쉽게도 일정 부분 이외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1층 열람실 안을 바깥의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점잖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대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열심히 그 안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U.C. Berkeley에 있었던 내 경험에 의하면 미국의 대학교 도서관은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한다. 주마다 다르고 도시마다 다르고 학교마다 다르고 학교의 도서관 마다 그 정책이 다르겠지만 하여튼 내가 알기로는 그 학교 학생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오히려 예외적이다.

이곳 의회 도서관도 아마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일반인들도 들어와서 연구하거나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 도서관도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다.

나는 석휘, 석윤이에게 이 의회 도서관 내부를 보여 주고 싶었다. 지금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내일이나 모레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오기로 하였다.

의회도서관을 나와서 그 옆에 있는 미국 연방 대법원 청사에 갔다. 역시 그리이스, 로마 시대 때 볼 수 있는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석조건물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아쉬워서 바깥만 빙빙 돌았다.

그럭저럭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아서 약속 장소인 그 유료주차장 건물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빨리 걸어도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걸어 가면서 보는 워싱턴의 건물들이 다 볼만해서 심심하지 않았다.

워싱턴에는 이른바 하늘을 찌르는 듯한 마천루 빌딩이 없다. 대신 옆으로 넓게 퍼져 있고 하나같이 석조건물이다. 런던에 와 있는 기분이다. 도시 전체의 건물을 마치 한 사람이 지은 것처럼 통일성이 있다. 그리고 품격이 있다.

나는 이 번에 워싱톤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왜 이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지 의아해질 정도였다.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미드인 “The West Wing” 의 영향도 조금 있었을 것이다.

거리를 걸어 가면서 FBI 건물도 봤다. 이 건물의 사이즈도 엄청나게 컸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근처의 서점 Border에 들어갔다. 대강 아무 책이나 뽑아서 근처의 소파에 앉아 아픈 다리를 쉬게 하였다. 읽다가 그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다. 예일대 법대 교수가 쓴 추리소설이다. 복잡한 문장에 어려운 단어가 많았지만, 매우 지적인 소설처럼 느껴졌다.

오늘 나도 그렇고 아내와 아이들도 그렇고 우리 가족들이 걸은 총거리는 아마 20km는 충분히 될 것이다.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는 Check-in 할 때 쿠폰을 줬는데 호텔 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20% 할인이 된단다. 그래서, 오늘은 호텔 식당에서 우아하게 잘 먹기로 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다가 그 앞에 있는 식당 정문에 Early Bird For Dinner는 또 할인을 해준다는 팻말을 붙여 놓은 것이 보였다.

저녁 7시까지만 입장하면 된다는 취지였다. 우리 가족은 비상이 걸렸다. 부리나케 방으로 올라가서 샤워를 하고 전속력으로 움직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나는 맨 마지막으로 10분 이내에 샤워를 마치고 올림픽 단거리 선수처럼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뛰어간 후 1층 버튼을 눌렀다. 2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식당 정문에서 시계를 보니 6시 59분이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식당으로 들어가서 우리 테이블을 찾아 앉았다.

아내와 아이들의 표정이 시큰둥하였다. “왜 그래, 이제 막 7시가 되었어” 하고 내가 말했다. 석윤이가 말했다. “토요일에는 Early Bird가 없데. 평일만 된데.”

무지 약이 올랐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각자 스테이크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플로리다에서 없다던 여행안내책자를 내 가방에서 찾았다고 말도 안되는 주장을, 스스로도 웃긴지 킥킥거리면서 내게 하였다.

둘 중 누구냐고 자수해라고 하였더니, 석윤이란다.

배불리 먹고 우리는 식당을 나섰다. 아내는 이 동네 구경을 좀 하고 싶다고 하여 혼자 산책을 나가고, 아이들과 나는 호텔 방으로 올라왔다.

나는 아까 워싱톤의 Border에서 산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아이들은 각자의 노트북 컴퓨터로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서 킥킥거렸다.

인터넷이 대단한 것이 우리 가족은 이 번 여행 중에 호텔 방에 있는 텔레비젼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렇게 텔레비젼을 볼 시간도 없었지만 그 나마 있는 시간도 각자의 노트북 컴퓨터를 본다고 정신이 없었다.

바햐흐로 세계는 공간을 초월하여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Washington D.C.(#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