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마지막)-7월 8일(화) ~12일(토)
2008-08-10 오후 9:58:23
[7월 8일(화) - Baltimore]
뉴욕으로 가는 길에 Baltimore에 잠깐 들렀다. Baltimore는 너무나 오래된 도시였다.
건물이든 길이든 집이든 너무나 낡아서 보기에 흉하였다. 그러고 보면 뉴욕이나 보스톤도 오래된 도시일텐데 그렇게 낡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끊임없는 renovation 작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Baltimore에 있는 명문대학교인 Johns Hopkins University을 구경삼아 찾아갔다. 석휘는 이 학교에서 waiting admission을 받았다.
이 학교의 건물들도 마찬가지로 낡았다. 석휘는 이곳에 합격을 해도 NYU를 가겠다고 하지만 만일 이곳에서 연락이 온다면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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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수) - New York(#01)]
차를 운전하여 뉴욕의 맨하탄으로 들어 갔다. Toll Booth에서 무려 10달러를 toll 요금으로 냈다.
이것만 봐도 뉴욕은 정말 생활비가 많이 드는 비싼 도시이다.
멀리서 보이는 뉴욕의 맨하탄은 과연 도시의 황제다웠다. 이렇게 규모가 크면서 이렇게 대단한 빌딩들이 왕창 모여 있는 곳은 세계에서 이곳 밖에 없을 것이다.
맨하탄 시내를 차로 돌아 다녔는데 교통 체증이 대단하였다. 한 블록을 지나 가는데도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뉴욕은 걷거나 전철을 타고 다녀야 할 도시이다.
먼저 석휘가 다닐 학교인 NYU로 갔다. NYU의 상징은 보랏빛 삼각 깃발에 횃불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사촌동생들이 세명 모두 NYU를 나왔기에 20년 전에 NYU를 처음 와 봤었고 그 후에는 올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인연 때문인지 석휘가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서 이렇게 다시 오게 되었다. 사촌동생들이 모두 Harvard를 다녔었다면 석휘도 그 인연으로 거기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수준 이하의 생각을 잠시 했었다.
NYU를 둘러본 후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를 갔다. 내가 뉴욕에 오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그 동안은 차 없이 왔었는데 오늘은 차를 가지고 오는 바람에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주차료를 물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 오면 나는 한군데만 간다. 바로 고흐의 그림을 포함하여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모아 놓은 전시실이다.
이곳에 가면 정말 아무리 그림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도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다. 너무, 너무 그림들이 매혹적이다.
사진으로 보는 그림들은 실제와 많이 다르다.
예전에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물감을 쏴서 진짜 그림과 똑같이 만들었다는 복사판 그림들의 전시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나는 궁금해서 가봤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제법 비싼 돈이 들더라도 나는 고흐 그림들을 살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고흐 그림의 진본을 직접 눈 앞에 가져다 놓고 그것을 면밀히 관찰하여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므로 고흐 그림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그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것인데 그렇다면 결국 고흐 그림의 사진 수준으로 그 그림을 만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이 맞았다. 직접 물감이 뿌려져 있는 그림이지만 고흐 그림의 진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으로 찍어 놓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만큼 메트로폴리탄에서 보는 고흐 그림이나 그 밖에 영국,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은 경이롭다. 이 번에는 특히 영국의 유명한 풍경화가인 터너 그림 특집전이 열리고 있었다. 터너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글에서 자주 인용되는 화가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시간 정도가 흘러 갔다. 늘 아쉽다. 내가 뉴욕에 살 수만 있다면 보다 더 자주 올 수 있었을텐데.
55살 이후의 museum project가 실천이 될 수 있다면 그 때 한달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실컷 볼 수 있을 것이다.
호텔로 돌아와서 어제 형욱이의 집에서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하지 못했던 석휘의 짐 정리를 하였다. 아이들이 세탁실에 함께 가서 빨래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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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목) - New York(#02)]
형욱이는 우리를 위해서 오늘 하루 휴가를 냈다. 아침 일찍 형욱이 집에 가서 골프장으로 향하였다. 오늘의 멤버는 형욱이와 나, 석휘, 그리고, 이곳에 연수차 와 있는 검사 후배 한 명이다.
날씨가 너무 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치니까 별로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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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금) - New York(#03)]
드디어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에 JFK 공항으로 향하였다. 이상하게 이 네비게이터는 JFK 공항에 갈 때마다 애를 먹인다. 엉뚱한 길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 동안의 공이 대단하므로 이 정도 실수가지고 네비게이터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하여튼 이 번에도 JFK를 찾아 가는데 고생 좀 하였다.
공항에 도착하여 아이들을 KAL이 있는 입구에 내려다 주고 짐도 함께 주었다. 아내와 나는 차를 돌려 주러 Rent Car 사무실로 향하였다.
그 동안 이 차는 거의 10,000마일(16,000킬로미터)을 움직였다. 타이어에 못이 박혔던 일, 엔진오일을 한 번 갈아 넣었던 일 외에는 아무 문제 없이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모셨다.
그 무더운 더위 때도 차 안에서는 그 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할만큼 에어컨 성능도 좋았고 승차감도 좋았으며 짐을 싣는 공간도 넉넉하였다. 다만 스피커의 성능은 별로였다.
Rent Car 사무실에서 타이어 수리비와 엔진 오일 교체비에 대해서 영수증을 주고 그에 해당하는 돈만큼 렌트비를 공제받았다. 렌트비는 400만원 가까이 나왔다.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타는 일은 늘 신난다.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KAL은 Asiana와 더불어 서비스가 최고다. 내가 외국 항공사를 다 타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타 본 외국항공사의 그 어느 승무원도 우리나라만큼 하지 못한다.
오히려 일부 승객들의 과도한 서비스 요구가 눈에 거슬린다. 일부 소비자들의 억지, 몰염치함, 엉뚱한 권리 주장, 무례함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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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토) - 귀국]
비행기안에서 좋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내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인 과학과 종교간의 관계, 지구온난화는 과연 진실인가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마음에 쏙 들었다.
1930년대에 미국의 어느 주에서 용감한 젊은 생물교사는 진화론을 가르친다. 기독교가 절대 종교로 군림하였던 그 시절에 그 생물교사는 당연히 온갖 비난을 받고 쫓겨나고 급기야는 재판까지 받게 된다. 재판결과는 유죄였다.
그런데 바로 몇 년 전에 이 번에는 필라델피아의 어느 조그만 소도시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 이루어진 학부모 단체가 학교에 압력을 넣어서 생물시간 때 지적 설계론, 즉 신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모든 생물을 설계하였다는 이론을 가르치게 하였다.
이에 그 생물 교사는 재판을 신청하고 그 재판과정에서 다윈의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은 치열하게 맞붙는다. 각자 자기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과학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증인이 된 과학자들은 상대방의 논리에 대하여 과학적 증거를 들이대며 반박한다. 결과는? 지적설계론의 완패고, 진화론의 완승이다. 이 재판은 당시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도착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빠른 시간인 토요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장인어른께서 내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오셨다. 큰 SUV에 속하는 내 차이지만 적재 공간에 짐이 넘쳐서 사람이 앉는 좌석 하나를 비워야 하였다. 그것을 보면 확실히 미니밴의 적재 공간이 크다.
아내가 아이들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여 가고 장인어른과 나는 공항버스를 타고 분당의 집으로 갔다.
집에다 짐을 풀어 놓고, 집 앞의 단골 삼겹살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거의 40일만에 집에 돌아왔다. 시차 때문에 며칠 동안은 잠을 잘 자지 못하겠으나 그 장거리, 장시간 여행 동안 온가족이 무탈하게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는데 며칠 잠을 잘 못잔다고 하여 그게 뭐 문제 되겠는가.(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