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he Brass Verdict

독서록(147)

by N 변호사

009-12-10 오전 11:48:15


제목 : The Brass Verdict

저자 : Michael Connelly

출판사 : Grand Central Publishing


내가 만일 소설을 쓴다면 - 그 확률은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우승할 확률과 같다 - 이 소설을 전범으로 삼을 것이다.


이 소설이 완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소설같으면 내가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나같은 사람도 넘볼 수 있을만큼 허접스럽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는 김연수나 김훈 작가 같은 사람들이 쓰는 소설같은 것을 죽어도 쓰지 못한다. 그들은 타고난 정통파 소설가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보다 지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 이상으로 나는 세상과 인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설이라는 연장(tool)을 들고 하는 게임에서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The Brass Verdict 같은 소설 같으면 그 형식적인 면에서 나같은 사람도 한 번 도전해 볼만하지 않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딱 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려면 우선 기본적인 줄거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통문학은 줄거리를 정할 때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시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줄거리를 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 같은 이른바 장르 소설은 줄거리 짜기가 쉽다. 사람을 하나 죽여 놓고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이 줄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짤 때 뭐 복잡한 상징성이나 대단한 담론을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범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야 하고,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졌을 때 그 이유가 수긍이 되어야 하지만 그 정도 고생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장르 소설이라도 소설인 이상 줄거리(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므로 어마어마하게 공을 들여야 한다.


자, 이 소설의 줄거리를 한 번 보자.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지.


그 동안 나는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남길 때 줄거리 소개는 일부러 피했다. 줄거리를 요약해서 쓰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 될 뿐만 아니라 혹시 그 소설을 찾아서 읽을 사람에게 스포일러가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어 나올 것 같지 않고, 일부러 원서를 찾아서 읽을만큼 가치 있는 내용도 아니므로 줄거리를 소개하기로 한다.


LA에 있는 어느 변호사가 살해를 당한다. LA 지역의 법에는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면서 만일 자기가 잘못 되게 되는 경우에 다른 어떤 변호사에게 이 사건이 넘어간다는 조항을 선임계약서에 넣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고객은 그 경우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인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사무실이 없다. 링컨 차가 그의 사무실이다. 돈 없는 의뢰인을 운전수로 쓴다. 수임료를 다 갚을 때까지 운전을 시킨다. 그러면서도 매일 일당은 어느 정도 준다.) 미키 할러는 지난 번 소설에서 총을 맞아 그 충격으로 1년쯤 놀고 있는데 어느 날 법원장으로부터 소환을 받는다.


허겁지겁 갔더니 법원장은 제리 빈센트 변호사가 어젯밤 살해 되었다면서 제리 빈센트는 당신을 후임자로 지정해 놓았으니 이제부터는 당신이 그 사건들을 승계받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제리 빈센트는 오래 전에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두명의 무고한 청년들을 살해한 악질 살인범을 기소하였다. 사형까지 구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법률구조공단에 근무하던 햇병아리 공익 변호사인 미키 할러가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이끌어 냈다.


그 바람에 제리 빈센트는 옷을 벗게 되어 변호사 개업을 하였으나 변호사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게 되어 미키 할러에게 오히려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사람이다.


미키 할러는 제리 빈센트의 사무실을 찾아 가서 고객 명단을 확보하고, 하나씩 그 고객들을 찾아 다니면서 자기에게 사건을 계속 맡기겠는지 아니면, 다른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겠는지 묻는다.


그 중 한사람은 헐리웃 영화계의 거물이다. 그는 자기의 젊은 아내와 정부가 놀아나는 현장을 목격하고 총으로 두 사람을 다 쏴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자다.


미키 할러는, 자기를 선임해 달라고 그 거물을 찾아가서 부탁한다. 그 거물은 미키 할러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그를 선임한다. 미키 할러는 그 거물이 제리 빈센트와 체결한 선임 조건을 그대로 베껴서 다시 약정한다. 이미 선임료로 제리 빈센트에게 지불된 돈 중 남아 있는 돈은 미키 할러의 계좌로 이체 되게끔 은행에다 명령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다.


문제는 제리 빈센트가 살해된 이유가 그 거물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그 살인범은 미키 할러도 살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키 할러는 거물인 의뢰인을 무죄로 풀어주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제리 빈센트의 살인범을 찾아 내서 자기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의뢰인의 재판일정은 이미 눈 앞에 잡혀 있으므로 미키 할러는 재판 준비할 시간을 벌리 위하여 재판 일정을 연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의뢰인은 재판 연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냥 예정대로 빨리 재판을 받고자 한다.


한편 경찰관이 미키 할러를 찾아와서 제리 빈센트가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수임료 중 거액에 해당하는 금액이 현금으로 인출되어 사라진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본다.


미키 할러는 그 돈이 뇌물로 사용된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즉 의뢰인이 자기를 선임한 이유는 자기가 우수한 변호사라서 선임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매수된 누군가가 의뢰인에게 재판 승소를 약속하였기 때문에 단지 재판 일정만 예정대로 진행되면 의뢰인이 이길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배심재판에서 재판을 이기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검사도, 판사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바로 배심원이다.


재판일정이 연기되어도 같은 판사나 같은 검사가 재판에 관여하지만, 배심원은 달라진다. 따라서, 의뢰인에게는 재판이 원래의 일정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미키 할러는 의뢰인을 추궁한다. 의뢰인은 너무 많이 알면 다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미키 할러의 압박에 이기지 못하여 의뢰인은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자신은 사실 플로리다 마피아 출신이다. 30년 전 마피아의 돈세탁을 위하여 마피아의 자금을 LA로 옮겨 와서 영화 산업을 시작한 것인데, 이렇게 크게 성공하였다.


아내가 이혼을 하자고 나섰다. 그 때 정부(情夫)가 있음을 직감했다. 혼인 전 계약에 의하여 20년 이상 살았을 경우에 이혼을 한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자기의 전재산 절반을 아내에게 주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재산은 자기 것이 아니라 마피아의 것이다. 마피아는 이혼을 하면 그 재산의 절반이 아내에게 갈 것을 두려워하여 아내를 처치하기로 결정하고 그 기회에 정부도 같이 살인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면서 의뢰인보고는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하여 그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다른 곳에 가 있으라고 지시한다.


의뢰인은 아내를 사랑하였기 때문에 아내를 보호하기 위하여 살인이 예정되어 있는 자기의 별장으로 달려 간다.


달려 갔더니 아내와 정부는 이미 살해된 후였다.


즉 자신이 죽인 것은 아니다.


의뢰인은 당시 현장에서 경찰에 전화로 범죄신고를 하였다. 경찰은 출동하였고, 그 날 저녁 경찰서에게 의뢰인을 신문하면서 옷에 대하여 탄약흔적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의뢰인의 옷에 탄약흔적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그것을 결정적 증거로 하여 체포하였다. 범행은 항상 motive(동기)와 opportunity(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의뢰인은 자신의 재산 절반이 빼앗길까봐 두려워하였고 또한 질투에 눈이 멀었다(동기). 또한 살해된 시간 근방에 현장에 있었고(기회), 옷에 탄약흔적도 있었다.


다만 살해 무기인 권총이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 등 직접 목격자는 없다.


마피아는 의뢰인이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마피아의 자금이 투자되고 의뢰인의 유능함으로 엄청나게 불어난 재산을 관리할 사람이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의뢰인이 모든 사실을 불까봐 두려워해서, 의뢰인을 무죄로 석방하기 위하여 배심원을 매수하기로 공작을 하였다.


만일 그 공작이 실패하여 의뢰인에게 유죄평결이 내려지면 마피아는 비밀누설을 막기 위하여 의뢰인을 암살할 것이다.


원래의 변호사였던 제리 빈센트는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았다. 그래서 마피아는 제리 빈센트도 살해한 것이다.


미키 할러는 고뇌에 빠진다.


미키 할러는 법원장에게 익명의 투서를 해서 매수된 배심원이 있다고 신고 한다.


그러나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매수된 배심원은 사라진다.


재판은 시작되었다.


미키 할러는 탄약흔적의 미스터리를 풀려고 고심한다.


그러다가 자기가 인수한 사건들 중 제리 빈센트가 아무 이유없이 무료변론을 맡은 사건에 대하여 의문을 품는다.


제리 빈센트는 무료 변론을 맡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키 할러는, 방에 혼자 갇혀서 일체의 외부 연락을 차단한채, 이를 그는 lock-up이라고 이름 붙였다. - 장고에 들어간다.


의뢰인의 사건과 제리 빈센트가 무료 변론을 맡은 사건에 대하여 각각 time-and-action chart를 그린다.

매 시간 대 별로 발생한 사건을 기록하고 그 기록 내용에 점점 더 정보량을 첨부하는 것이다.


미키 할러는 이 방법을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소나무만 사온다. 그러나 점점 더 장식을 붙이고 전구를 붙이면서 평범한 소나무는 화려한 크리스 마스 트리로 변신해 간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lock-up 상태에 있다가 드디어 그는 비밀을 풀었다.


제리 빈센트가 무료 변론을 맡은 사건은 의뢰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날 전날 밤에 근처의 공원에서 약간 정신이 이상한 전직 군인 출신이 밤새도록 혼자서 총을 쏴댄 사건이었다.


그 전직 군인 출신을 체포해서 경찰서로 옮길 때의 경찰 차와 외뢰인을 살인 현장에서 연행해 간 차가 같은 차량이었다.


체포된 전직군인은 그 차량의 뒷좌석에서 실려 갔는데 밤새도록 총을 쏘아 대서 온통 화약투성이었던 전직군인의 옷에 묻었던 화약이 뒷좌석에 일부 떨어져 있었고 몇시간 지나서 그 차에 다시 의뢰인이 뒷좌석에 실려 가면서 그 좌석에서 의뢰인의 옷에 그 화약이 묻었던 것이다.


제리 빈센트는 그 사실을 알고 무료변론을 한다는 명분으로 그 사건을 맡아서 그 사건 파일(기록)을 얻을 수 있었다.


미키 할러는 그 사실을 배심원들 앞에서 멋지게 증명하여 분위기는 무죄 분위기로 간다.


매수한 배심원이 사라지는 바람에 극도로 공포에 떨고 있던 의뢰인은 너무 기뻐한다.


미키 할러는, 그 날,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의뢰인이 한 이야기 즉 자신이 마피아 출신이라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미키 할러는 충격에 빠져 의뢰인을 붙잡고 따진다. 의뢰인은 마피아 이야기는 어떤 영화 극본에서 읽은 이야기였다고 교활하게 웃는다. 자기 변호사가 열심히 무죄 변론을 하려면 무죄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심어주기 위하여 그런 말을 지어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총은 어떻게 없앴냐고 미키 할러가 묻자 그 날 자기 여자 친구가 범행 현장에 같이 왔었고 살인 즉시 그 총은 여자가 가지고 가서 없앴다고 하였다.


현장에서 새 옷으로 갈아 입었고 살인 순간에 입었던 옷 역시 여자가 가지고 갔다고 하였다.


그런데 옷에 탄약흔적이 남아 있다고 테스트 결과가 나와서 자신은 너무 황당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배심원 매수 계획을 세웠다고 하였다.


그러나, 매수한 배심원이 갑자기 사라져서 그 때부터 극심한 공포에 떨었는데 그 문제를 미키 할러가 풀어주었다고 하면서 제리 빈센트가 죽어 주는 바람에 당신 같은 좋은 변호사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하였다.


미키 할러는 절망감에 휩싸인다. 두 명을 죽이고, 전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악당을 자기가 무죄를 받게 해 준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의뢰인이 살인범이라고 고발할 수도 없다. 변호사는 의뢰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어떠한 경우라도 발설할 수 없게 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날 밤 미키 할러는 살해를 당할 뻔 한다. 어떤 킬러가 미키 할러를 죽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극적으로 미키 할러는 목숨을 구하고 범인은 경찰에게 체포된다. 범인은 다름 아닌 사라진 배심원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날 의뢰인과 그 여자 친구도 살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 범인은, 의뢰인이 살해한 자기 아내의 정부인 독일인의 아버지로 밝혀진다.


유능한 변호사를 만나면 오. 제이. 심슨 사건처럼 배심원 평결(Verdict)은 살인범도 풀어주는 것으로 나오기 일쑤이므로 그 독일인의 아버지는 Brass Verdict를 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Brass는, Brass(놋쇠)로 만들어진 탄피를 의미한다. 즉, 총알로 거리에서 평결을 내린 것이다.


미키 할러는 다음 날 아침 법원장을 찾아 간다. 법원장에게 당신이 배후의 인물이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뇌물을 받은 사람도, 그 배심원을 심은 사람도, 그 배심원을 사라지게 한 사람도, 그 배심원으로 하여금 제리 빈센트를 죽이게 한 사람도, 그 배심원을 시켜서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도 모두 법원장이었다.


법원의 컴퓨터로 무작위로 배심원 후보를 뽑는데 그 컴퓨터를 조작하여 그 인물이 배심원단 후보(pool)로 선정되게 할 수 있는 인물은 법원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배심원은 미키 할러를 집 바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미키 할러가 예전에 마약 중독 회복을 위하여 들어 갔던 재활센터에서 알게 된 어떤 여자 이름을 팔았는데, 미키 할러가 재활 센터에 들어 갔었고 그 여자와 친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법원장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이 소설은 끝난다.


이상이 이 소설의 큰 줄거리이다.


작가는 이 줄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생각하였을 것이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줄거리, 그러나 말이 되는 줄거리. 이것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 줄거리는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달리 내용을 붙여 가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또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남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줄거리가 만들어지면 작가는 그 다음 순서로 무엇을 할까.


등장인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등장인물을 만들어 내는 원칙은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인공은 더욱 그렇다. 매력은 일차적으로 개성과 연결된다.


형사 콜롬보를 생각해보자. 그는 매력적이다. 잘 생겨서? 아니다. 독특한 개성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은 매력적인 성격이 못될지 몰라도 어떤 특징이 사람에게 매력을 주는 가에 대한 연구가 되어 있어야 한다.


드라마의 줄거리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매력 있는 배우가 출연하지 않으면 그 드라마는 죽듯이 소설에서도 멋진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에 못지 않는 개성이 있는 조연들이 등장하여야 하는 것이다.

죤 그리샴은 그의 소설에서 그 주인공을 최고의 엘리트로 만든다. 엘리트는 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미키 할러는 뚜렷한 학벌 배경이 없다. 마약 중독 경험도 있고, 이혼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이혼한 전처를 비서로 쓰고 있을만큼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미키 할러 라는 인물을 우리가 직접 만나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 캐릭터의 묘사가 생생하다.


주인공과 조연의 성격을 만들고, 그리고, 적당한 숫자가 몇 명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산만해지고, 너무 적으면 단조로워진다.


다음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듯이 이 줄거리와 주인공에 살을 붙이고 장식을 달아야 한다.

여기서 소설가의 전문가적 솜씨가 드러난다. 먼저 할 이야기, 나중에 할 이야기, 길게 할 이야기, 짧게 할 이야기를 구분해야 한다.


이 소설은 그런 이야기의 결합이 놀라운 솜씨로 연결되어 있다. 항상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 만든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줄거리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주인공와 조연의 캐릭터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번째 파트에 가서는 막힐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수많은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고, 전문가로부터의 지도도 필요할 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훌륭한 소설가는, 독자적으로 등장했다. 누구에게 배워서 소설가가 된 것이 아니다.


이현세는 만화는 엉덩이로 그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성실함이 요구된다는 의미이다.


내가 성실할 수 있다면, 소설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내에 본업 외의 일에 성실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매거진의 이전글재능있는 리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