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물이 새는 경우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집 화장실 천장에 물이 조금씩 배기 시작하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윗집에 찾아가 수리를 부탁했더니 그 집 주인은 자기에게 책임이 없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전하는 말은, 그 집 주인이 자기에게 책임이 없는 이유를 법률용어를 쓰면서 뭐라뭐라 설명을 하였는데 자신은 무순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가 윗집에 직접 전화하여서 정중하게 고쳐 줄 것을 요청했다. 윗집 주인은 역시 법률용어를 한참 늘어놓으면서 책임이 없다고 했고, 자신이 무슨 로스쿨 교수인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던 아내는 벽에 부딪히자 내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회의실에서 나와 내방으로 와서 전화를 했다. 윗집 주인은 아까 부인에게 충분히 설명했는데 왜 또 전화했느냐고 짜증스러워했다. 해결이 되지 않으니까 전화한 것이 아니냐고 나도 말이 시작부터 곱게 나오지 않았다.
윗집 주인의 논리는, 자기가 자기 집 화장실 바닥 수리도 하지 않았고 기타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물이 새는 것이 어떻게 자기 책임이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에게는 고의도 없고, 과실도 없으므로, 즉 그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후로 화장실 바닥에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고 분양받은 그 상태로 지금까지 계속 평온하게 살았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완전 핏대가 올랐다. "아니 그러면, 국가가 설치한 도로가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군데군데 파여 그 패인 곳에 자동차 가 튕겨 나가 사고가 생겨도 국가가 한 짓이 아니라 비와 바람이 한 짓이므로 국가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겁니까?"하고 물었다.
상대방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내 입장은 충분히 설명했으니 더 이상의 대화는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다.
"이 양반이 미국 영화를 많이 봤나? 대화를 더 이상 원하지 않다니. 내가 대화하기 위하여 당신에게 전화를 한 줄 아세요. 문제를 해결해야 내가 더 이상 전화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하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상대방은 이제 내 말투를 갖고 시비를 걸었다.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상대방도 좋다고 하였다. 그런데 집에서 만나지 말고 아파트 로비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자기 집에서 나한테 봉변이라도 당할까 봐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통화 내용을 설명하고 나중에 퇴근해서 그 작자를 직접 만나서 담판 짓겠다고 하였다. 얼마 후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내가 윗집 사람에게 고운 말로 다시 전화를 했고, 그러자 집주인은 우리집으로 내려와서 천장의 물 새는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수리업자를 불러서 견적을 내보라고 말하고 갔단다. 그러면서 자기 명함을 주었단다.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의 로스쿨 교수였단다.
그 사람은 내 직업이 뭔지 물어봐도 되냐고 했단다. 아내는 망설이다가 변호사라고 했단다. 그 사람은 다혈질인 내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니까 아마 양아치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내는 인터넷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입력하여 찾은 인물정보를 불러 줬다. 명문대학 법학박사에 기타 경력이 화려했다. 그리고, 무슨 법학학회 학회장 등, 사회활동 이력이 풍부하고 지금은 상법교수라고 했다.
대학교수들이 이런 경력 쌓기를 좋아한다. visiting scholar로 1년이나 2년 갔다 온 후에 경력에는 버젓이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환교수라고 쓴다. visiting scholar는 그 대학교 도서관 열람증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교환교수가 되는가. 조금 양심있는 사람은 방문학자라고 경력에 새기고 다닌다. 단어 뜻 그대로 번역한 것이지만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걸핏하면 언론에 말썽꾸러기로 등장하는 강모 변호사는 Harvard Law School 출신이라고 자랑하는데 Law School 과정, 즉, 3년을 공부하는 J.D.(Juris Doctor) 과정에 입학하고 졸업한 것이 아니다.
LLM (Master of LAW) 과정이라고 1년 짜리 코스이며 자기 나라에서 Lawyer 자격이 있으면 대강 입학시켜 준다. 비교법학 석사 학위를 주는 것이다. 강모 변호사 등 LLM 출신들은 미국 법정에서의 구두 변론은커녕 일상생활에서도 제대로 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공개방송에 서 native speaker와 대화를 하게 하면 간단하게 입증된다. 뿐만 아니라 Legal Opinion 1장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1년 LLM 코스를 수료했다는 것은 그 수준밖에 안된다.
내친김에 말하면 미국의 대학에서 로스쿨을 졸업하면 국제 변호사라고 지들 스스로 부르고 있고, 언론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데 이것도 완전 엉터리다.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증은 이 세상에 없다. 그냥 미국 어느 한 주(State)의 변호사 자격증만 취득했을 뿐이다. 로버트 할리가 유타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국제변호사라고 언론에서는 말하고 있는데 이 세상에 로버트 할리에게 단 한 건의 사건이라도 맡길 고객이 있을 것 같은가?
지금 우리나라도 그렇게 됐지만 미국에서의 변호사 자격증 취득은 너무나 쉽다. 미국에서는 변호사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Top 10에 들어가는 로스쿨(사실은 Top 14으로 분류한다. 8위부터 14위까지의 학교들은 자기들끼리 해마다 순위 변동이 있으므로 딱 10위로 자르기 어렵기 때문이다)을 졸업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로펌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학교수들은 자기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 외의 법은 잘 모른다.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밑에 사는 집 천장에 물이 새면 윗집에서 고쳐 주어야 하는 것은 국민 상식이거늘, 법학교수이며 법학박사라는 윗집 주인은 그 상식을, 자기가 아는 법이론(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으로 부인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그 윗집 사람 말이 맞다.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첫째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해야 하고, 둘째 그 손해와 원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셋째 그 손해발생에 관하여 가해자에게 책임(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한다.
그 요건에 맞추어서 생각해보면 첫째 우리 집 화장실 천장에 물이 새는 것은 손해가 발생한 것이 다. (손해발생 요건 충족) 둘째 윗집 화장실 바닥에 균열이 생겨서(원인), 우리집 화장실 천장에 물이 새게하는 피해를 초래(결과)한 것이 맞으므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인과관계 성립 요건 충족)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셋째, 윗집 화장실 바닥에 균열이 생긴 것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윗집 주인인가? (책임요건 충족?) 먼저, 고의가 있는지 보자. 윗집 주인은 화장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일부러 망치 같은 것으로 두드려서 균열을 만든 미친 사람이 아니다. 고의는 없다. 과실이 있는가 보자. 윗집 주인이 화장실에 욕조를 새로 설치하거나 교환하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겼다면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윗집 주인은 아무 짓도 안하고 분양받은 그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따라서 과실도 없다.
그렇다면 아파트 시공회사의 책임인가? 이 세상에 어떤 물건이든 세월의 흐름에 이길 장사는 없다. 아무리 훌륭한 자동차라도 세월이 흐르면 여러가지 보수를 해야 한다. 건물도 똑같다. 그래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즉 건물의 노후에 따른 문제에 대하여 시공 건설회사는 책임이 없다.
마침내 찾았다. 아파트 관리회사다. 그들은 아파트 유지, 보수하라고 돈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천만의 말씀이다. 아파트 관리회사의 관리 범위는 복도, 로비, 엘레베이터, 보일러 등 공동시설이다. 각자의 집 관리에 대해서는 아파트 관리회사의 책임과 무관하다.
그럼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민법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법조문을 만들어 놓았다. <제758조(공작물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 ①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전항의 규정은 수목의 재식(栽植:나무를 심는다는 뜻이다) 또는 보존에 하자있는 경우에 준용한다. ③전2항의 경우에 점유자 또는 소유자는 그 손해의 원인에 대한 책임있는 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
민법 제758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공작물의 점유자, 소유자에게 고의, 과실이 있을 것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문제를 일으킨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인지 아닌지 여부만 따진다. 점유자는 현재 살고 있는 사람(예를 들어 임차인 등)이고 소유자는 소유권자를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윗집 주인이 소유자인 동시에 점유자이므로 그 구분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윗집 주인은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인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만 알고 있었다. 즉 민법 제758조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이다.
윗집 주인은 나중에 자기가 직접 수리업자를 보내서 우리 화장실의 윗 천장을 깨끗하게 수리해 줬다. 배운 분은 다르다. 아직 나와 윗집 주인은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 잘 살고 계실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