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과 모욕
명예훼손죄라는 것이 있다.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는 징역 몇 년 이하 또는 벌금 얼마 이하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허위로 꾸며낸 사실 뿐만 아니라 진실의 사실을 남에게 괜히 알리는 것도 죄가 된다.
예를 들어 미쓰 김은 시집도 안 간 처녀인데 애를 두 번이나 지웠다라고 말한 경우에 실제로 미쓰 김이 애를 두 번 지운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진실한 사실을 알리는 것도 명예훼손죄가 된다면 신문기자들은 매일 명예훼손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진실한 사실을 알리는 것은 명예훼손죄가 안된다.
버스기사를 채용하려는 버스 회사의 관계자에게 A는 음주운전 경력이 여러 번 있고 현재도 생활이 불성실하니 졸음운전 가능성이 있다고 제보하는 것도 공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위사실을 알리는 것이라면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면책이 되지 않는다.
모욕죄라는 것도 있다. 명예훼손죄와의 차이점은,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모욕죄는 그런 것 없이 경멸감을 표현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방탕한 년이라고 욕하는 것은 모욕죄이고, 애를 두 번이나 지웠다고 말하는 것은 명예훼손죄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나 공연(公然性)을 요건으로 한다. 공연성은 여러사람들이 알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미쓰 김과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 "너, 애를 두 번 지웠다면서?"라고 말하거나 "너는 음란한 년이야."라고 욕을 해도 공연성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안된다.
법이 만들어질 때는 목적이 있다. 보호법익(保護法益)이라고 한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피해자의 감정이 아니라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이기 때문에 공연성을 요건으로 한다. 피해자를 기분 나쁘게 했다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나쁘게 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다.
性性性性
여기까지는 일반사람들도 잘 안다. 일반사람들이 억울해하고 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미쓰 김이 애를 두 번 지웠다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그 말을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제일 친한 직장동료에게만 이것은 절대 비밀이다라고 엄중히 주의를 주고 말했는데 그 동료가 그 말을 퍼뜨리고 다녔기 때문에 소문이 났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처벌받을 때다.
그런 경우 당사자가 억울해하여도 법이 최초의 발설자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전파 가능성 이론이다.
네가 누구에게 무엇이라고 말한 순간, 그 누구에게 아무리 주의해라고 신신당부하였다고 하였어도 그 누구는 그 말을 전파(傳播 :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네가 결국 책임져야한다는 것이다.
법률은 이와같이 사람의 심리 내지 본성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사람의 본성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 들은 비밀을 자기 혼자 간직하지 않을 것이고 남에게 다시 이를 전파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하는 옛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 있다.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미쓰 김의 친어머니에게 위와같은 말을 해도, 미쓰 김의 친어머니가 이러한 말을 퍼뜨릴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재판과 관련하여 변호사에게 미쓰 김의 이야기를 하여도 역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이야기를 비밀로 하여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 재판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가 아니라 친구인 변호사에게 타인의 수치스러울 수 있는 비밀을 이야기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전파가능성에 주목한 법률이론에 수긍이 가지 않는가. 나는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파악한 이론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아는 비밀을 친한 친구나 직장동료에게 "너만 알라"고 하면서 털어놓는다.
당신은 정말 당신의 친구가 그 비밀을 끝까지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중에 그 친구가 발설한 것이 돌고돌아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당사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당신을 찾아와 당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 때 당신은 정말 너만 알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한 다음 이야기한 것이었다고 변명하면 당사자가 용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남자가 멋진 아가씨와 러브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을 어떤 여자가 보았다. 그 남자는 친구의 남편이다. 쪼르르 달려가서 친구에게 고해바친다. 상당히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사실은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하고 운을 뗀 후 "네 남편이 어떤 젊은 여자와 러브모텔에 들어가더라."라고 일러준다.
고자질하는 여자는 정말 자기 친구를 생각해서 말해주는 것일까? 그 고자질이 어떻게 자기 친구에게 도움을 준다는 말인가.
친구와 친구 남편이 이혼소송 중인데 그 친구가 자기 남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잘 살고 있는 친구 부부인 경우에는 불화거리만 제공하게 된다.
어떤 남자가 젊은 여자와 러브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그 남자의 장모라고 생각해보자. 그 장모가 딸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이 이야기를 해줄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인 여자보다 장모인 여자가 인격적으로 성숙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친구는 친구의 행복을 시샘하는 입장이고, 장모는 딸의 행복을 진정으로 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친구가 자신을 믿고 털어놓은 아픈 비밀이 있으면 그것은 평생 입을 다물고 지켜야 한다. 그 비밀을 술김에 또는 깊은 밤 감정이 고조되어 등등의 어떠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된다. 그것이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다. 그런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
고자질을 믿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아무 문제도 안될 뻔한 일도 고자질을 통하여 알게 된 이상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하는 일로 번지게 된다.
직장의 후배가 나를 욕하였다고 하자. 후배는 그 날만 나를 욕한 것이고, 술김에 과장까지 한 것이었다. 후배는 그 다음날부터 나를 다시 진정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후배가 딱 한 번 나를 욕하였던 일을 누가 일러바치면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상하여 그 후배를 기분 나쁘게 대하게 된다. 푸대접을 받게 된 후배는 그 때부터는 진짜로 나를 미워하게 된다. 좋은 후배를 잃게 되는 것이다.
고자질을 하는 사람의 심보는 대부분 자신의 숨겨진 이익을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행운과 행복을 시샘하기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 바람피는 남자의 아내인 친구가 자기 보다 훨씬 못살고 시샘의 대상이 처음부터 되지도 않으면 굳이 그 친구를 찾아가서 그 남편의 비행을 일러바치지도 않는다.
오래 전에는 혼인빙자간음죄라는 것이 있었다. 검사시절에 혼인빙자간음 사건을 여러 건 조사해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대체로 남자가 그럴 듯한 지위에 있고, 여자는 반대로 그 남자보다 많이 기우는 입장에 있었다는 점이다. 남자가 사법시험 합격자가 되었을 때 혼인빙자 고소 대상이 되는 것이지 남자가 계속 시험에 떨어져서 나이만 먹은채 변변한 직업도 없는 실업자가 된 경우에는 혼인빙자로 고소하지도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만의 부끄러운 비밀을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것이다. 당신 입에서 처음부터 나오지 않은 이야기라면 전파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없다.
그러나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겠는가. 가슴 아픈 사연이 있으면 술 한 잔 놓고 친구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은 그런 친구가 있는가?
아니, 당신은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오로지 친구를 위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가벼운 세치 혀를 붙잡을 수 있는 친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