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미국 같은 넓은 나라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다 보면 프랜차이즈(franchise) 브랜드가 위력을 발휘한다. 처음 가보는 낯선 지역에서 식사할 곳, 숙박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프랜차이드 브랜드는 그 식당에 어떤 메뉴가 있고 얼마에 먹을 수 있는지, 그 호텔에서는 하룻밤 숙박료가 얼마 정도 되고,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들어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랜차이즈 사업은 날이 갈수록 번성하고 있다. 해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들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인테리어를 해내고 영업 아이템을 개발할 능력이 없으므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선택하게 된다.
한편 법률은 해마다 수십개 또는 수백개씩 제정되고, 개정된다. 그 많은 법률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하여 분류할 수 있다. 공법, 사법으로 나누기도 하고 실체법, 절차법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 중 사회법이라고 분류되는 법률이 요즘의 대세다. 사회법이란 사회적인 약자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법률이다.
사법(私法)의 기본법인 민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고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체결의 자유,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 계약 내용 결정의 자유, 계약 방식 선택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 당사자 쌍방의 능력이 동등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은 원래 타고날 때부터 같지 않은데다가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빈부격차는 사회적 지위의 불평등을 초래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은 불가피하게 수정받게 되었다.
사회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수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법이 그런 것이다. 최저임금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 얼마 이상의 임금을 주라고 강제하고 있다. 계약자유의 원칙대로라면 근로자가 최저임금법이 정해 놓은 최저임금보다 적게 줘도 일을 하겠다고 사용자와 계약체결을 할 수 있어야 되련만 최저임금법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개입하여 계약내용 중 임금 부분에 대하여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발달함에 따라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점차 프랜차이즈 회사는 희망 사업자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명백히 갑의 지위를 구가하게 되었다. 갑의 지위에 있는 당사자는 을의 지위에 있는 당사자와 계약 체결을 하면서 은근히 계약 내용을 강요할 수 있다. 갑과 을의 협상능력에 차이가 날수록 그 강요되는 계약 내용도 더 많아진다. 갑의 횡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럴 때 국가는 사회법에 속하는 법률을 입법함으로써 갑의 횡포를 견제한다. 그런 의도로 프랜차이즈 사업 분야에 관하여 만들어진 법률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하, ‘가맹사업법’)이다.
그 법 제1조에서 <이 법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복지의 증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입법목적을 밝히고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사업과 관련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점운영권을 부여하는 사업자를 말하고, 가맹점사업자는 가맹사업과 관련하여 가맹본부로부터 가맹점 운영권을 부여받은 사업자를 말한다.
가맹사업법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거의 모든 내용이 가맹점사업자 편을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맹사업 분야에 있어서 가맹본부가 강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가맹점사업자가 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고려하여 가맹본부에 대하여 각종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다. 처음의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다시 계약기간을 연장하려면 계약 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상의 가맹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을 가맹점사업자가 수락하지 않을 때 등, 가맹사업법에서 정해 놓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가맹본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10년 동안은 가맹점사업자가 계속 그 가맹사업을 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에서 계약해지의 정당한 사유로 규정해 놓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가맹점사업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식의 감정적 이유 때문에 가맹점사업자와의 가맹계약을 10년 이내에는 해지할 수 없다.
처음에 가맹사업은 요식업종에서 발달하기 시작했고 요즘에도 여전히 식당업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병원 분야에서 가맹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치과에서 처음 가맹사업 브랜드가 생기더니 세월이 흐르면서 피부과에서도 여러 개의 유명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진료과목 전분야에서 병원 가맹사업이 꿈틀대고 있는 듯 하다.
그 중 H 한의원 브랜드도 유명 브랜드 중 하나로 발전하였다. H 한의원은 소아 한방 전문으로 유명해졌다. 보통의 한의원은 성인 환자들을 그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H 한의원은 특이하게도 어린아이를 타겟으로 하였다. 어린아이는 한약이 써서 잘 먹지 못하는데 H 한의원은 쓰지 않은 탕약을 개발하여 어린아이도 쉽게 먹을 수 있게 하면서 유명해졌다. 그 아이디어를 낸 젊은 한의사 몇 명이 동업자가 되어 주식회사 H 한의원을 설립했고 주식회사 H 한의원은 본격적으로 개업 한의사들을 상대로 분원을 모집했다.
분원이 되면 H 한의원이라는 간판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H 한의원이라는 브랜드가 표시되어 있는 탕약을 공급받게 되며 그 외에 진료 차트 관리, 한의원 근무 직원들에 대한 친절 교육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주식회사 H 한의원은 당연히 가맹사업법 적용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사업자를 위한 법률이고 온통 가맹사업본부에 대한 규제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임경업은 주식회사 H 한의원과 초창기에 분원 계약을 체결하였고 벌써 10년째 H 한의원의 소도시 분원으로 개업 중인 한의사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로 주식회사 H한의원과 사이가 벌어졌고 현재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주식회사 H 한의원은 임경업에 대하여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계약해지 통보를 하였다.
1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H 한의원이라는 상호로 같은 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해왔던 임경업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주변의 법률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법률 전문가는 <가맹본부가 가맹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사이에 가맹점사업자에게 조건의 변경에 대한 통지나 가맹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의 통지를 서면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계약 만료 전의 가맹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가맹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가맹사업법 제13조는 4항을 알려 주었다.
임경업은 계약해지 통보일자를 챙겨 보았고 주식회사 H한의원이 계약해지 통보를 계약기간 만료일로부터 90일 이전에 통보해주지 않고 그 이후에 통보했음을 확인하였다.
임경업은 그런 경우에 가맹사업법에 의할 때 지금까지의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가맹계약이 체결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주식회사 H 한의원은, 병원(한의원 포함, 이하 같음)은 아예 가맹사업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계약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경업에 대하여 계약기간이 끝났으니 지금 즉시 H 한의원이라는 간판을 철거하라고 요구하였고 더 이상 H 한의원 브랜드의 탕약도 제공해주지 않았다.
법원은 같은 종류의 사건에 관해서 이미 병원은 가맹사업법이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라고 여러 번 판단을 내린 바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품질이나 영업방식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의사들은 각자의 의료 전문지식에 의하여 처방과 진료를 하는 것이므로 본원(가맹본부)은 각 분원들의 의사들이 제공하는 의료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 ②한의원인 경우에 본원이 분원들에게 탕약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의료행위에 부수된 것에 불과하다
임경업은 이런 상황에서 나를 찾아왔다. 병원 사업 분야에서는 가맹 사업이 성립할 수 없다는 위 재판부의 논리는 얼핏 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전국 어디의 맥도날드에 가더라도 우리는 똑 같은 메뉴와 똑 같은 가격을 기대할 수 있는데 반하여, 병원의 의사들이야 각 의사의 전문 의료지식에 따라 환자에 대한 진료와 처방이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환자들의 상태 또한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현재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형태의 각종 병원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실제로 사람들은 그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신뢰 때문에 구태여 그 병원을 찾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위 재판부에서 병원 사업을 가맹사업이라고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각 의사들마다 환자들에 대한 진료 품질이 다르고 그 진료 품질은 통일될 수도, 통제될 수도 없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다면, 민병철 어학원이나 박승철 헤어 스튜디오 같은 경우는 어떨까? 어학원의 경우에도 각 강사들마다 강의의 품질이 다를 수 밖에 없고 미용사들도 각 미용사들마다 머리 손질의 기술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어학원이나 미용실 사업 분야도 가맹계약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인데 위 재판부도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유명한 어학원이나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은 그 브랜드의 학원 강사나 미용사들이 모두 동일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곳을 찾는 것이다. 또한 오로지 강의 기술이나 미용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학원이나 미용실에 가면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고 시스템이 여러 가지 점에서 편리하다는 이용 체험도 유독 그 브랜드를 찾아 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위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변호사 사업도 가맹사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변호사들의 변론도 각자의 법률지식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변호사들이 A 법률 주식회사를 차리고 특정 분야에 대한 사례 및 법률지식에 대한 연구를 깊게 하여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 시킨 후 가맹 법률사무소를 모집한 다음 그 전문지식을 공급한다.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하여 그 상호의 법률사무소들은 그 특정분야에 대하여 전문지식이 있다고 연일 광고활동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런 경우에 단지 변호사들의 법률서비스는 변호사들마다 각자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맹사업이 되지 않는 것일까?
한의원 프랜차이즈의 경우에 본원이 탕약을 공급하고 직원 교육 등의 지원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의료행위에 부수된 것이므로 가맹사업이 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 이유도 수긍하기 어렵다. 탕약 공급과 직원 교육 등이 의료행위에 부수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툴 여지가 없으나 그것이 가맹사업인지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깍두기'라는 브랜드로 유명해진 설렁탕 프랜차이즈가 있다고 한다면 깍두기는 반찬이므로 설렁탕에 부수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서울깍두기는 가맹사업법의 적용대상이 안되는 것인가?
H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은 그 H 한의원에서는 어린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탕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따라서, 그 턍약이 의료행위의 본질은 아니지만 H 한의원이라는 브랜드가 가맹사업이 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가맹사업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맹사업이 되는지, 안되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소는 상호 등, ‘영업표지’가 될 수 밖에 없다. 고객이 그 영업표지에 대한 신뢰 때문에 그 가맹점들을 찾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맹사업이 되는 것이다.
주식회사 H 한의원과 전국의 분원과의 관계는 의사가 진료용역을 제공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 가맹사업의 영업형태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주식회사 H 한의원은 전국의 분원들로부터 매월 진료비 매출의 10~15%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경영 컨설팅비라는 명목으로 챙기고 있는 점에서도 다른 가맹사업과 차이점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의사들의 진료행위는 일정한 품질로 통일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맹사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일반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가맹사업법의 입법목적은 가맹점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수준이 고르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가맹본부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업표지를 개발하여 그 영업표지를 쓰는 가맹점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에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할 의무를 가맹본부에게 부여하기 위한 것에 있다.
위와같은 취지로 나는 변론하였고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렸다.
내가 수임한 임경업 사건에 대한 판결 선고가 있기 2주일 전쯤에 다른 재판부에서 유사한 사건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그 재판부도 역시 병원 사업은 가맹사업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가맹사업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도 종전의 다른 재판부들이 설시한 내용과 동일하였다. 나는 우리 사건의 재판부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선고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승소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법원은 워낙 처리해야 할 사건들이 많으므로 다른 재판부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법률적 판단을 내리면 그 판단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상은 틀렸다. 우리 사건 재판부에서는 그 동안의 다른 재판부와는 달리 병원 사업에 대해서도 가맹사업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임경업에 대한 승소 판결을 하였다. 판결문의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①주식회사 H 한의원은 이 사건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임경업으로 하여금 H 한의원이라는 상표, 상호, 간판 등 주식회사 H 한의원의 각종 영업표지들을 사용하도록 한 사실, ②이 사건 라이센스 계약 제6조는 ‘주식회사 H 한의원이 제시하는 적절한 의료서비스 질의 준수, 주식회사 H 한의원이 제시하는 의료기관 시설 및 인테리어의 적절한 기준 준수’ 등을 임경업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주식회사 H 한의원은 임경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채택하여 판매 또는 전시하도록 하고 H 한의원 진료 매뉴얼 총론 및 각론 1, 2. 3권을 발간하기도 한 사실, ③이 사건 라이센스 계약 제2조는 주식회사 H 한의원이 임경업의 경영활동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교육, 지원, 통제를 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도 임경업은 주식회사 H 한의원으로부터 의료기구 및 약품공급, 운영 관련 컴퓨터 소프트웨어 공급, 경영자 및 직원에 대한 교육 등 경영 및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 교육을 받는 한편, 주식회사 H 한의원의 임직원 등의 출입 허용 등의 의무를 부담하며, 인테리어 설치기준, 매출액 기준 진료일수 등의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 당하는 등 주식회사 H 한의원의 통제를 받고 있는 사실, ④임경업이 H한의원의 영업표지 사용과 위와 같은 지원, 교육의 대가로 주식회사 H 한의원에게 매월 임경업의 진료매출 총액의 15%에 해당하는 컨설팅비를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①가맹사업법의 목적은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가맹점사업자의 지위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인 점, ②가맹사업은 특정 산업 분야에만 적용되는 거래방식이 아니고, 사업자가 가맹본부로서 가맹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그 경영 및 영업활동에 의료행위가 결부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맹사업법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임경업과 주식회사 H 한의원은 최초의 분원계약을 이 사건 라이센스 계약으로 변경하면서 의료행위를 경영 지원의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기존 거래관계의 실질이 변화된다고 볼 수 없는 점, ④가맹본부에 해당하는 주식회사 H 한의원이 가맹점사업자에 해당하는 원고의 의료행위를 통제하였는지 여부만으로 그 거래관계의 성격이 좌우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라이센스 계약은 가맹사업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가맹사업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내 입장에서는 구구절절 옳은 판단이었다. 이 판결에 대하여 주식회사 H 한의원은 항소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받지 못하였다. 임경업이 더 이상 주식회사 H 한의원의 분원을 유지하기로 하지 않고 독자적인 상호로 한의원을 운영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소송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임경업은 소 취하를 했다.
예를 들어 건물주로부터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은 임차인이 이에 대항하여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소송이 진행되던 중 스스로 그 건물에서 나가기로 하였다면 더 이상 그 소송은 유지되지 않는다. 법원이 그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고 확인해 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소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한 소송이 된다.
끝까지 가서 대법원 판결까지 얻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다고 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임경업에게 계속 H한의원 분원이라는 상호를 유지하면서 싸우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