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크루즈 14박 15일(01)
[5월 20일(화)~6월 2일(월)]
크루즈 사업을 하는 회사를 선사(船社)라고 부른다. 선사는 크루즈 사업을 하기 위하여 여러 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보유하고 항공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의 온 바다에서 크루즈 선박들이 돌고 있다. 그 중 지중해, 알래스카, 카리브해 크루즈가 가장 인기가 있다. 우리 부부는 이탈리아 회사인 코스타(COSTA)가 보유하고 있는 파시노사(Fascinosa)를 타고 지중해 크루즈를 하였다.
항공사는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비행기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크루즈는 운송이 아니라 탑승 고객들에게 여가와 유흥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크루즈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리조트 단지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리조트 단지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일을 바다 위의 거대한 선박에서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크루즈를 하면서 왜 많은 나라 또는 여러 도시를 들르지 않는가, 기항하지 않고 몇날며칠을 왜 바다 위에 떠 있는가 라는 따위의 불평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부산에서 떠난 크루즈가 코 앞에 있는 일본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면서 일주일에 걸쳐 돈다고 할 때 비행기를 타면 1시간 거리에 있는 그곳을 가기 위하여 크루즈를 타는 것은 이상하다고 반문하는 것은 크루즈 여행의 의미를 모르는 질문이다.
우리나라 여행사에도 크루즈 상품이 있다. 한국손님들이 단체로 크루즈를 타고, 가이드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에 편리한 점이 많을 것이지만 직접 크루즈와 예약할 때와는 달리 당연히 비용추가가 된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경우에는 한국인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웬만큼 영어가 된다면 굳이 크루즈 여행에서 가이드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크루즈 선사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직접 예약하는 방법도 있고 예약을 대행해주는 에이전트를 통해서 예약을 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를 통하여 크루즈 상품을 구매하든, 직접 크루즈 회사와 계약을 하든 상품가격에는 차이가 없다. (에이전트는 크루즈 회사에게 커미션을 받을 것으로 추측된다.)
크루즈도 저가와 고가가 있다. 내가 탄 코스타의 파시노사는 저가에 속한다. 저가는 캐빈(선실)과 하루 세끼 먹을 것이 공짜이고 그 외에 음료(생수, 커피, 술), 인터넷 사용료, 세탁비, 기항지 투어(excursion) 비용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배 안에서 먹고 자고 배 밖으로 일체 나가지 않고, 술과 생수 등을 사먹지 않고, 인터넷도 쓰지 않으면 이론상으로는 추가로 돈 쓸 일이 없다
나는 코스타 크루즈가 저가인지, 고가인지 모르고 1년 전에 예약을 했다.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마침 크루즈 여행을 좋아하여 여러 번 다녔고 그 분이 소개해준 에이전트에게 그 선배가 탔던 지중해 크루즈와 똑같은 크루즈를 예약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유튜브를 보면서 크루즈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가의 크루즈일수록 술과 인터넷, 기항지 투어 비용 등이 크루즈 가격에 처음부터 모두 포함되어 있다. 자동차 구매로 비유하면 고가는 full option 차를 사는 것이고 저가는 깡통차를 사는 것과 같다. 자동차는 옵션만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을 뿐, 차 자체는 똑같지만 크루즈 고가와 저가는 단지 부가 서비스 가격이 포함되어 있는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서비스의 quailty도 달라진다.
최고가 크루즈는 집사(butler)도 있다. 어떤 요청사항이 있으면 집사에게 말해서 해결한다. 예를 들면 크루즈의 여러 식당들 중 오늘은 A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싶고 메뉴는 무엇으로 하고 싶다고 할 때 식당에 전화를 걸어서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집사에게 시키는 것이다.
직접 하는 것이나 집사에게 하는 것이나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내가 탄 파시노사의 경우에 Reception Desk가 고객의 컴플레인을 처리하고, My Tour Desk에서는 기항지 투어에 관한 요청사항을 처리한다. 처음에 배를 타면 각종 불편한 사항이 발견된다. 선실 내의 설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빨래를 맡기는 절차와 비용이 궁금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해결하려면 Reception Desk에 가야 한다. 줄이 길 뿐만 아니라 서양인들은 뒷사람 생각하지 않고 오랫동안 상담직원과 이야기를 한다. 차례가 오기까지 한참 기다려야 한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한국 억양이 있는 영어를 하고, 상담원은 이탈리아 억양이 있는 영어를 하니 소통이 순조롭지 못하다. 말을 알아듣기 위하여 서로 인상을 쓰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집사가 있으면 집사와 소통을 하므로 - 집사와 나는 계속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영어에 익숙해질 것이다 - 이런 불편이 없다.
초반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내는 우리가 로마에서 하선(disembarkation)하는 날에 로마 기항지 투어를 신청해 놓았다. 아내의 계획은 로마 시내를 관광한 후 로마에서 60km 정도 떨어진 치비타베키아 항구까지 굳이 돌아오지 않고 바로 로마 시내의 호텔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치비타베키아와 로마 시내까지 거리가 있으니 셔틀 버스 값은 1인당 100유로이다. 합해서 200유로. 거의 30만원 돈이다. 기차값은 싸지만 캐리어들이 크고 무거워서 생고생을 한다. 아내의 생각은 로마 기항지 투어를 하면 투어를 할 수도 있고(투어 프로그램 값은 1인당 약 135유로), 투어가 끝나면 배가 있는 치비타베키아로 안 돌아오고 바로 로마의 호텔로 가면 치비타베키아에서 로마로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기항지 투어를 할 때 하선 준비를 하고 기항지 투어를 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즉 캐리어를 모두 챙겨서 들고 나와 기항지 투어를 하는 버스에 실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말할 것은 우리 부부는 로마에서 크루즈 선박을 타고 14박 15일 후에 로마에서 내리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파시노사는 [로마(치비타베키아)->카타니아(시칠리아)->헤라클리온(그리스)->로드스(그리스)->산토리니(그리스)->미코노스(그리스)->케팔로니아(그리스)->이비자(스페인)->바르셀로나(스페인)->마르세유(프랑스)->제노아(이탈리아)->로마(치비타베키아) -> 카타니아(시칠리아)... ...]의 순서로 계속 같은 코스를 순환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바르셀로나에서 타서 바르셀로나에 내리고(역시 14박 15일 일정), 어떤 사람은 제노아에서 타고 산토리니아에서 내릴 수도 있다(10박 11일 일정) 순환노선인 지하철 2호선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어떤 사람은 역삼역에서 타서 한바퀴 돈 후 역삼역에 내리고 어떤 사람은 홍대입구역에서 타서 한바퀴 돈 후 홍대입구역에서 내리고, 어떤 사람은 강남역에서 타서 선릉역에 내리는 것과 같다.
나는 배를 타기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로마에서 타고 로마에서 내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하선하는 날에도 기항지 투어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내리기 바쁜에 로마 관광을 한다고?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의문을 품다가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곳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마로 돌아왔을 때 우리같은 사람은 내리고 바르셀로나에서 탄 사람들은 로마가 중간 기항지이니까 기항지 투어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내의 계획대로 우리는 로마투어를 하고 거기서 바로 호텔로 가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기항지 투어를 할 때 하선준비를 다 한 후 캐리어까지 끌고 기항지투어 일행에 합류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Reception Desk에 가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왔을 때 물어봤다. 담당직원은 자기 생각에는 그것이 가능할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My Tour Desk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My Tour Desk 앞에는 Reception Desk 보다 더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거기 가서 물어보려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 시간 낭비를 하게 된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할 때는 하선하는 날에 기항지투어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기항지 투어를 할 때 버스같은 것이 있겠으나 그 버스에 우리 부부의 큰 캐리어 2개를 실어줄지도 모르겠고 버스가 아니라 밴 같은 것으로 기항지 투어를 한다면 캐리어를 싣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었다.(이런 문제도 집사가 있다면 경험많은 집사가 금방 적절한 대답을 해주었을 것이다.)
크루즈 경험이 많은 선배에게 카톡으로 물어보았다. 선배의 회신에 따르면 하선 전날 밤에 캐리어를 선실 문 앞에 내 놓게 되어 있고 그러면 크루즈 직원들이 캐리어들을 모두 수거해서 다음날 아침에 배가 도착하면 그 캐리어들을 항구에 내 놓는다는 것이었다.
하선절차가 그렇다면 마지막 날에 기항지 투어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았다. 전날 밤에 캐리어를 문 앞에 내 놓지 않고 우리가 그 다음 날 아침 직접 들고 나가서 기항지 투어를 하는 버스에 실어달라고 하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사전에 그 부분에 대해서 분명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당일날 문제가 생겨서 안된다고 하면 270 유로를 지불한 기항지 투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돈은 환불도 되지 않는 것이다.
다시 My Tour Desk 로 갔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그 담당직원은 자기 매니저에게 물어본다고 하면서 매니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상담원은 4사람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손님이 뭔가를 물어보면 매니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물어본 후에 답을 해주었다. 이런 한심한 인간들이 있는가. 그럴 바에는 매니저가 바깥으로 나와서 직접 상담을 해주든가, 아니면 직원들 교육을 제대로 시키든가 해야 할 것 아닌가. 이윽고 담당직원이 나오더니 취소를 해주겠고 100% 환불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말 뿐이었지 취소를 해주고 100% 환불을 해준다는 문서적 약속은 없었다.
정확하게 하려면 하선하는 사람은 마지막날 기항지 투어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막아 놓았어야 했다. 또한 취소되었고 100% 환불되었다는 식의 이메일이나 문자 같은 것을 즉시 보내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취소 이메일은 한참 후에야 온다.
그 이후에도 우리가 신청한 기항지 투어가 취소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이 배에는 영어를 쓰는 승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기항지 투어를 할 때는 가이드가 있는데 영어를 쓰는 승객은 많지 않으므로 어떤 날은 이탈리아 사람들과 섞여서 투어를 하고 어떤 날은 스페인 사람과 섞여서 투어를 하게 되는데 그 숫자가 많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취소가 되어 버렸다. 기항지 투어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크루즈 선박이 부산항에 기항하면 부산의 투어 프로그램은 여러가지다. 항구에서 버스를 타고 멀리 경주까지 가는 프로그램도 있고 해운대 일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가 신청한 제노아에서의 A 프로그램 투어가 정원미달로 취소되면 우리는 다른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서 다시 구매하게 된다. 구매할 때는 즉시 결제가 되지만 취소한 것에 대한 환불은 즉시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C 프로그램이 강제취소되어서 D프로그램을 앱을 통하여 다시 구매했는데 담당직원이 우리 선실로 전화를 해와서 신청한 프로그램이 취소되었으니 다른 프로그램을 살 의향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D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나는 D 프로그램을 앱으로 구매한 것이 구매가 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D 프로그램을 사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앱으로 구매한 것에 문제가 없었고 그 직원은 나와 통화를 한 후 D 프로그램 결제를 또 함으로써 결국 D 프로그램 구매를 이중으로 하였음이 밝혀졌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사실을 확인받았는데 결제 취소가 되었는지 여부는 모른다.
이런 일이 하도 여러 번 생겼고 그 때 마다 제대로 취소되었는지를 확인하기도 귀찮아서 지금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확인을 한들, 그 취소를 받으려면 우리나라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코스타에게 이메일을 보내야 하는데 그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그냥 믿는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일처리를 하는 것을 보면 100% 믿기도 어렵지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