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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받기

삼성 vs. LG

by N 변호사

결혼하면서 나는 텔레비전, 비디오 등 가전제품을 삼성에서 일괄구입했다. 직장동료 A는 LG(그 때는 금성이라는 상호였을 것이다)에서 가전제품을 일괄구입했다. 그 때만 해도 가전제품은 LG가 삼성보다 인지도 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었다.


1년 후에 나와 A는 똑같이 비디오에 고장이 생겼다. 둘 다 A/S 센터에 의뢰했다. 삼성에서는 며칠 내로 A/S 기사가 집으로 와서 고쳐 주었다. LG에서는 도무지 오지 않았다. A는 몇 번이나 A/S 센터에 전화를 하다가 마침내 분통을 터뜨렸다. 내가 다시는 LG 제품을 사는가 봐라 하면서 씨근거렸다.


무려 35년 전의 이야기이다.


의뢰인이 LG Gram 노트북(lap top)을 들고 미팅을 하러 왔다. 화면이 큰 데도 들어보니 무게가 놀랍도록 가벼웠다. 홀딱 반해서 구매하였다.


영어권에서는 무릎(lap) 위(top)에 놓고 쓰는 컴퓨터라고 해서 lap top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책 크기만하다고 해서 노트북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단어의 변화가 재미있고 그 경위가 궁금하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라는 말도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영어권에서 모두 Social Media라고 부르고 있는데 굳이 다르게 이름 붙였다. 알면서도 일부러? 아니면 누군가가 자기 혼자서 창작을 해서? 창작을 하려면 한국어로 만들지 왜 영어로 만드는가?


문서를 작성할 때 글을 입력할 지점에 마우스를 움직여서 커서를 갖다 놓는다. 문장을 계속 쓰다가 잠시 생각을 하고 다시 타이핑을 한다. 그런데 어느새 커서가 저 위로 흘러가 있고 내가 타이핑한 글자는 커서가 옮겨 간 그 쪽에서 입력이 되고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서 내가 입력하고자 하는 위치에 옮겨 놓는 순간 다시 커서가 위로 올라가 버린다. 다시 마우스로 커서를 끌고 온 다음에 잠시 고요히 놓아두면 그 때서야 커서가 고정된다. 계속 문장을 입력하다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순간 커서는 또다시 위에 올라가 있고 글자는 그 위에서 입력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Cont+Z를 여러 번 입력하여 오입력된 글자들을 원위치 시키거나 아니면 delete키로 오입력된 글자들을 삭제한다. 터치패드로 커서를 움직일 때나 외부 마우스를 사용해서 커서를 움직일 때나 똑같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니 짜증이 난다.


외부 키보드를 연결하여 사용하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노트북은 이동성이 핵심인데 키보드를 들고 다닐 수는 없다. LG Gram의 키보드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매한 지 2년 정도 된 삼성 노트북에서 배터리를 교환하라는 메세지가 자꾸 떴다. 배터리는 소모품이니 교환해야 한다는 부가설명도 따라 왔다. 나중에는 진짜 배터리의 충전기능이 완전히 소멸되어 코드를 연결하지 않으면 부팅조차 되지 않았다.


사무실 바로 근처에 있는 삼성 A/S 센터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면 기계에서 순번대기표를 뽑게 되어 있는데 머리카락 하얀 내가 이런 것을 잘 다룰 줄 모른다는 인상을 주었는지 재빠르게 젊은 여성직원이 다가와서 여기에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시고요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20 여개의 부스(booth)에서 A/S 직원들이 상담을 하고 있었고 접수증에는 내가 몇 번의 부스에 배당되었고 대기인원이 몇 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25번 부스라고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25번 부스는 건물 안쪽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5번 부스 직원이 건물 안쪽에서 나오더니 나를 데리고 갔다. 배터리 교환을 하러 왔다고 했다. 나는 핸드폰이든, 노트북이든 배터리가 완전히 기능을 잃는 일은 처음 겪어본다고 했다. 그 A/S 직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언제 노트북을 구매했는지 내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평소의 내 성향으로 미루어보건대 구매 등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구매하신지 2년이 안됐으니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15분쯤 후에 "교환했습니다. 배터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노트북을 돌려주었다. 돈 주고 배터리를 교환할 줄 알았다가 그렇지 않으니 쪼잔하게 기분이 좋았다.


다시 LG Gram으로 돌아가자. LG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원격으로 조정해서 고칠 수도 있으니 예약신청을 해라고 나와 있었다. 예약을 했다. 일주일 후로 시간이 결정되었다.


일주일 후 그 시간에 LG 상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증상을 말했다. 내가 타이핑을 할 때 터치패드에 손목 등이 닿여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했다. 더구나 커서가 움직이는 것은 내가 타이핑을 중지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니까 원천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상담원은 그렇다면 직접 들고 A/S 센터에 가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신 예약을 해줬다. 오후 3시에 가보란다.


LG A/S 서초센타는 고속터미널 역 근처에 있었다. 미로같이 얽혀 있는 고속터미널 역을 무사히 빠져나와서 서비스 센터를 찾아갔다.


여기서도 여직원이 친절하게 번호표 뽑는 것을 도와주었다. LG A/S 센터는 삼성에 비하여 부스 개수도 적고 사무공간도 좁았다. 내장객은 거의 없어서 한산한 편이었다. 번호표에는 내가 3시에 예약되어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안내 여직원은 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잘 못찾을지도 몰라서 미리 출발했더니 이제 겨우 오후 2시 30분이었다. 둘러보니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A/S 상담원들도 한가하게 보였는데 굳이 3시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것 같았지만 일찍 온 내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여 얌전히 기다렸다.


15분쯤 후에 부스 쪽에서 나를 불렀다. 원래는 4번 부스에서 상담하게 되어 있지만 4번 부스가 계속 상담하고 있으므로 3번 부스인 자기가 대신 봐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 다녀 온 이탈리아 같았으면 - 사실은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나라도 마찬가지다. - 어림없는 일이다. 뺀질이들.


3번 부스의 상담원은 내 노트북의 증상을 듣더니 또 터치패드에 손목이 닿고 어쩌고, 그리고 LG 노트북의 터치패드는 유달리 예민해서 어쩌고를 읊었다. 나는 똑같은 설명(해명)을 하였다.


그랬더니 이 번에는 호환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하였다. 호환은 무엇과 무엇의 교환이라는 말인데 무엇과 무엇이 교환되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프로그램 충돌 문제 같다고 그랬다. 무슨 프로그램이 충돌하느냐고 물었다. 뭐라고 설명했는데 나는 못 알아들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LG 노트북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노트북 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 동안 여러 개의 노트북을 써왔는데 한 번도 이런 문제가 있지 않았다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 상담원은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였다. 뭐, 어쨌든, 지금은 못 고친다는 말 아닌가.


나는 내 노트북만의 문제인지, 비슷한 시기에 제조된 LG Gram의 다른 노트북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고 상담하러 온 사람이 있는지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별로 소통이 될 것 같지 않아서였다.


비슷한 문제를 겪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면 타이핑할 때 터치 패드에 손목이 닿아서 어쩌구 하는 1차 반응이 안 나와야 할 것 아닌가. 또한 터치 패드에 손목이나 손바닥이 닿지 않았다니까 바로 프로그램 충돌 문제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은 또 뭔가.


상담원은 대증요법을 제시했다. Fn 키와 F5 키를 동시에 누르면 터치패드의 작동이 중지된단다. 그러면 터치패드로 마우스는 쓸 수 없지만 커서가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Fn+F5로 터치패드를 중지시키고 블루투스 마우스를 썼다. 과연 커서가 움직이지 않았다. 제법 긴 글을 쓸 때도 커서가 계속 움직이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이 글을 쓰고 있다.


밖에서 글을 쓸 때 마우스도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커서가 움직이지 않으니 스트레스 받지 않고 LG Gram으로 글을 쓸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 삼성전자의 고위임원과 업무 때문에 만난 적이 있었다. 신혼 때의 경험을 말했다. 그 분은 껄껄 웃더니 삼성가전이 뒤늦게 출발하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LG가전 보다 기술이 부족했다고 했다. 이병철 회장인지, 이건희 회장인지, 회장님이 A/S로 따라잡자고 하면서 A/S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에 엘리트를 계속 보냈다고 하였다. 엘리트의 특징은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책임감이 있으면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LG보다 삼성이 낫다고 말하기 위해 - 그렇게 말해봤자 조회수가 수십회에 그치는데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는가^^ -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커서가 고정이 되는지 시험하기 위하여 이 글을 썼다.


또한 모니터는 LG 것이 좋다고 하므로 나는 사무실이나 집의 모니터를 모두 LG 제품을 쓰고 있다.


하지만 확실히 A/S는 삼성이 더 나은 것 같다. 전통이 세워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대는 법대가 세고, 연대는 경영대가 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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