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大家)
IMDB 웹사이트가 있다. 영화, 드라마에 대하여 10점 만점으로 평점이 매겨져 있다.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볼지, 말지를 결정할 때 나는 IMDB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콘텐츠에 대한 평점을 참고한다. 평점이 낮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평점이 100% 내 취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로멘틱 코메디 장르를 좋아하므로 대체로 그 쪽 영화, 드라마에 대하여 관대하다. 그러나 IMDB는 여지없이 나쁜 평점으로 깔아 뭉갠다.
반대로 다큐멘터리는 IMDB의 평점이 높더라도 나는 보지 않는다. 나는 다큐멘터리에 대하여 의심을 많이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내가 보는 이유는 For Fun이므로 그것에서 진실을 찾지는 않는다. (하기야 검사 생활을 단 하루도 해보지 않은 인간들이 드라마, 영화에서 보여주는 검사들이 실제 검사들과 같다고 믿고 있는 것을 보면 의외로 사람들은 드라마, 영화조차도 다큐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다큐는 fact가 아니다. 매우 편향적이다. 제작자의 악의가 그 이유인 경우도 있지만(선정성은 매출 증대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 면만 보기 때문에(의도적으로 단순하기에) 그렇기도 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요즘 나는 HBO의 ‘석세션’과 ‘밴드 오브 브라더즈’에 푹 빠져 있다(쿠팡플레이에서 HBO의 드라마들을 볼 수 있다). 위 두 개의 드라마는 IMDB의 평점이 매우 높은 편이다. 높은 평점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석세션은 재벌가 집안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모두 정상이 아니다. 이른바 막장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고급스럽다. 조금도 유치하지 않다.
밴드 오브 브라더즈는 2차 대전 때 참전한 미국의 공수부대 이야기이다. 내가 전쟁에 직접 참가한 것 같다.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일류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위에서 손가락이 자동차 바퀴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음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막힌다.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들의 performance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잘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감독과 작가에게 그런 경외감을 느낀다.
뛰어난 지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리처드 도킨스나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읽을 때 한 번에 훅 지나가지 못한다. 현란한 드리블 끝에 슛을 하는 메시의 묘기를 슬로우 비디오로 자주 되돌려 보듯이 그들의 문장을 되돌아가서 다시 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