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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Aug 16. 2022

좋은 책 소개

엔드 오브 타임

제목 : 엔드 오브 타임 (Until the End of Time: Mind, Matter, and Our Search for Meaning in an Evolving Universe)

저자 :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역자 : 박병철

출판연도 : 원서-2020, 역서-2021


텔레비전 자막을 보면 시청자 투표를 국민투표라고 부르고, 골키퍼 정면으로 오는 공을 잡아도 슈퍼 세이브라고 하는 판이니 정말 국민투표와 정말 슈퍼세이브는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이렇게 남발되는 단어로 '천재'가 있다. 아무나 보고 '천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진짜 '천재'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진짜 천재(?), 슈퍼 천재(?)


그렇다고 뉴톤이나 아인슈타인처럼 몇백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사람에게만 천재라고 부르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들은 천재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물리학자다. 자신의 전공분야(끈 이론)에서도 대단한 업적을 쌓은 것 같지만 아직 노벨상을 받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과감하게 천재라고 부르고 싶다. 글을 쓰는 능력에서, 설명하는 능력에서 이 분은 천재라는 칭호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시간의 시작과 끝이다. 시간의 시작은 우주의 탄생인 빅뱅이다. 시간의 끝은 우주의 소멸이다. 생각도 할 수 없을만큼 먼 훗날이지만 현재 우주가 마침내 소멸할 것이라는 것에는 모든 과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끝이 날까에 대해서는 학설이 나뉜다.


[참고 : 우주의 소멸은 아득한 훗날이지만 태양은 그보다는 훨씬 빨리 죽는다. 지금으로부터 50억년 후다. 스스로 빛을 내면 별(Star)이라고 부른다. 실제로는 움직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 항성(恒星)이라고도 부른다. 빛을 내는 이유는 수소 핵융합 반응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의 원인(재료)이 되는 수소가 고갈되면 태양은 죽는다. 태양이 죽으면 지구도, 아니 지구의 생물도 같이 죽는다.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은 모르겠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선배가 내게 물었다.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한 것을 너는 안 믿지?" 하고. "믿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과학의 입장에서 보건대 그렇다는 것이지?" 하고 재차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배는 회심의 일격을 가한다는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우주의 탄생은 열역할 제2법칙에 명백히 위배되는데 그것은 과학, 즉 물리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했다. 나는 열역학 제2법칙이 뭔지도 잘 모르거니와 수많은 물리의 법칙 중 하필이면 왜 그 법칙이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한 근거가 된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하였다.(세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열역학 제2법칙에 예외가 생긴 것이고, 그러니까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그 선배는 대단히 학식이 깊은 사람이어서 즉 엉뚱한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라서 적어도 그 선배의 말에 근거가 있다는 생각은 했다.


그 선배가 내게 그 질문을 던진 것은 10년 전이었다. 가끔씩 그 선배의 말이 생각나고 도대체 열역학 제2법칙이 왜 빅뱅 이론과 모순이 된다는 것인지 가끔씩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선배의 질문을 이해했다. 우주의 탄생에 관한 이론 가운데 빅뱅 이론이 정설로 굳어진 이후에 열역학 제2법칙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오랜 세월 동안 물리학자들이 고심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entropy)에 대한 법칙이다.


일단 쉽게 이야기해서 무질서도는 계속 증가한다는 뜻이다. 오래된 집이 많은 세월이 흘러 노후되고 마침내 붕괴될 수 있지만 거꾸로 세월이 갈수록 그 집이 더 새 것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주는 대폭발(빅뱅)하면서 파편(원자)이 튀었고 그 파편이 뭉쳐져서 별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별이 만들어질 수가 없다. 별은 '질서'이기 때문이다. 나무 조각들이 저절로 뭉쳐서 집이 만들어졌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과학자들의 고민을, 저자가 이렇게 표현했다. "빅뱅 후 제2법칙에 따라 무질서도가 마냥 증가하는 우주에서 별과 은하처럼 질서 정연한 물체들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을까? 별이란 한 무리의 입자들이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되면서 만들어진 질서 정연한 천문학적 구조물인데, 이것을 어떻게 ‘물리적 과정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쪽으로 진행된다’는 제2법칙과 조화롭게 결부시킬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물리학자들은 연구 끝에 마침내 그 이유를 찾았다. 저자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참고 : 무질서의 정도, 즉 엔트로피는 100%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동전 100개를 던졌는데 100개 모두 앞면이 나오는 것은 확률상 거의 희박하지만 확률이 0 인 것은 아니다. 엔트로피도 마찬가지다.]


엔트로피에 대한 충분한 강의 후에 별이 만들어지는 것이 왜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것인지 저자는 설명한다.


과학이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는 왜 우주가 탄생했는지와 생명이 처음 어떻게 생겼는지다. 우주가 탄생한 이후부터는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최초의 단세포가 생긴 이후부터 인간의 탄생까지는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하나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의식'이다. '마음'이라고 달리 불러도 좋다. 뇌를 이루고 있는 세포도 결국은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는 무생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불안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고, 계획을 세운다는 말인가.


저자는 물리학자로서 단지 우주의 탄생과 소멸 뿐만 아니라 이런 마음, 종교, 예술에 대해서도 제법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언급을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저자의 독서 편력의 나열 같아서, 달리 말하면 다른 책들에서 늘 보던 내용이라서 크게 흥미롭지 못하였다. (진화심리학은 어떻게 보면 말장난에 불과할 때가 있다) 그러나 워낙 다른 부분의 내용이 탁월하기에 이 정도는 흠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저자의 분량 욕심이라고 해두자.^^


지난 10년간 내게 있어서 가장 놀라운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 였다. 두번째가 유발 하라리였다. 세번째로 추가해야 할 사람이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이다. (능력 순서가 아니라 내가 알게 된 순서다)


번역도 좋았다. 이런 책을 번역하려면 번역자의 수준도 그만큼 높아야 한다. 번역하신 분도 물리학 박사다. 브라이언 그린도 대단한 문장가이지만 번역자의 번역문도 매끄럽기 그지 없다. 이 분은 브라이언 그린의 전작(前作)들도 모두 번역하신 것 같다. 나도 짧은 글을 몇 번 번역해보았는데 번역의 노고는 상상을 초월한다. 차라리 논문을 쓰는 것이 번역보다 더 수월하다는 말도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번역 오류, 오타가 있는 듯 하다. 좋은 책이므로 번역서도 완벽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세세하게 지적한다. 내가 오해한 것일 수도 있다. 내 지적이 맞다면 이것은 자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편집부가 세밀하지 못한 탓이다. 전자책으로 읽었으므로 페이지를 적시할 수는 없고 해당 문장이나 글자가 있는 챕터만 표시한다.


(1)(거의 모든 것의 이야기) 첫번째 '주인공'은 2장의 주제인 엔트로피(entrophy)다. -> 첫번째 '힘'은...


(2)(열역학의 법칙들) 당신은 동전 한 무더기를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모두 앞면이 위를 향하도록 손으로 일일이 뒤집어서 '고-엔트로피' 상태를 만들어 놓았다. -> '저-엔트로피'...


(3)(볼츠만과 빅뱅)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해도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소'해도...


(4)(무질서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 내가 겪었던 '오픈' 폭발 사건의 경우에는... -> '오븐'...


(5) (생명에서 마음으로) 뉴턴이 시도했던 과학의 '예술'이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관측 대상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공략가능한 수준으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 '예술'을 '기술'이라고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 원문은 art로 추정된다.


(6) (검은 태양) 궤도가 비교적 큰 화성은 수성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어서 안전하다. '금성도 화성처럼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시뮬레이션에서는 태양이 팽창하는 속도보다 금성이 도망가는 속도가 조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의 순서다. 화성은 태양을 기준으로 할 때 지구 보다도 더 먼 쪽에 있으므로 안전하다. 저자도 안전하다고 써 놓고, 난데없이 '금성도 화성처럼 잡아 먹힐 가능성이 높지만'(?)


(7) (필사의 의미) 그러나 성취감은 '불별'의 희생양으로 사라질 것이다. ->'불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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