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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Aug 01. 2022

마음의 소리

실제의 이유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Listen to your heart)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하고 주인공은 회사를 때려 치우고 나온다. 기타를 잡는다. 유명한 가수가 된다. 또는 사업을 시작한다.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 드라마나 헐리웃 영화의 단골 스토리다.


샐러리맨이 적성인 사람은 잘 없을 것 같다. 또는 적성이라고 해도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나름대로의 포부는 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이 회사에 붙어 있는다"가 대다수의 생각일 것 같다.


용기 있는 사람은 본인의 포부(抱負)를 실천하기로 하고 사표를 던진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 동안 몸 고생, 마음 고생을 많이 했으니 몇 달 간은 쉬기로 한다. 쉬면서 꿈을 실현할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기로 한다. 


실제로 꿈을 이룬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 확률은 낮다. 대부분은 평범한 실업자로 전락한다. 실업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말 궁핍하게 되면, 그리고 본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자발적 실업'이라는 말이 자기 자신에게조차 먹히지 않게 되면, 다시 직장을 찾아 나선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거짓말이었을까? 그런데 정말 마음의 소리가 그에게 직장을 때려 치우고 작가의 길을 걸으라고 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마음의 소리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놀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본능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본능에 따라 사는 동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동물은 정말 배가 고플 때만 먹을 것을 찾아 다닌다. 그 외는 빈둥거린다. 재미삼아 사냥을 다니는 맹수는 없다. 맹수 중에도 싸이코패스가 있다면 모를까.


그래서 야생동물은 굶주린다. 배가 고플 때야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데 그 때, 그 때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 외에 지능이 있다. 지능이 있으므로 사육을 하고 농사를 짓는다. 먹거리를 찾아 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지 않기 위해서다.


마음의 소리는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 주는 기능을 한다. 배가 고파서야 나서면 이미 늦다고 말해 준다. 학생보고는 공부하라고, 성인에게는 돈을 벌어주는 일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본능은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합리화에 능한 사람은 마음의 소리를 왜곡한다. 사실은 출근하기 싫은 것이 실제 이유였는데 내게는 작가의 소질이 있으므로 돈을 포기하고 작가의 생활을 시작했다는 식이다.


본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대체로 본능이 마음의 소리를 이겨 버린다. 


넷플릭스 영화 '그레이맨'은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을만큼 한심한 영화이지만 멋진 대사 하나는 건질 수 있다.


"They say that life in its most unadorned expression is a battle of wills."


여기서 말하는 '의지의 싸움'이란 타자 간의 싸움이겠지만 나는 각자의 본능과 마음의 소리 간의 싸움에도 해당된다고 본다.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으면 마음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본능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다고 매번 전쟁터의 병사처럼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마음의 소리도 그렇게 둔하지 않다. 하루종일 넷플릭스 보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여 느긋하게 텔레비젼 앞에 앉는 것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일하는 자가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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