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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Nov 27. 2022

아이템

은퇴 후의 삶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동업자 간에 분쟁이 생겨서 그만 두고 회사에 취직하여 임원으로 있는 A와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다시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요?"


"있지요. 오너 아들이 아닌 다음에야 월급장이 생활에 비전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사업을 하는 것은 너무 큰 리스크를 지는 것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그래서 쉽게 시작 못합니다. 그나마 있는 재산을 다 날릴 수 있으니까요."


"사업의 성공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대답하였다. 


"아이템입니다. 아이템을 잘 찾아야 합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은퇴를 하면 돈은 부족하고 시간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재벌 2세가 아닌 다음에야 또는 능력있는 부모에게 큰 빌딩을 물려받지 않고서야  돈은 인생의 어떤 시기에서든 늘 부족하다. 따라서 노년의 고유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나는 그것이 사업하는 사람이 아이템을 찾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뜨면 잘 때까지, 그리고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일주일, 한 달, 일년 동안 계속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노년의 아이템이다.


돈까지 벌어다 주면 금상첨화지만 돈을 벌기 위하여 속박을 당하거나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내가 말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그냥 늙어서도 돈을 벌기 위하여 해야하는 노동에 불과하다.


R선배는 농촌으로 갔다. 땅을 사고, 농막을 지었다. 사람 만날 일이 있을 때만 서울로 오고 나머지는 혼자 농막에서 지내면서 혼자의 힘으로 나무를 키우고 작물을 재배한다. 돈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이 내가 말하는 아이템이다.


나도 그런 아이템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아이템을 찾으려면 우선 내 적성을 알아야 한다. 


나는 사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은행만 바꿔도 한 달에 최소한 몇십만원의 예금이자를 더 챙길 수 있겠지만,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일을 끔찍하게 귀찮아 한다.


얼마 전에, 법률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고, 법률가라면 누구나 곁에 놓고 수시로 참고해야 하는 민법 교과서를 쓴 교수님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런 분이 학자다. 나는 그런 학자가 될 능력이 없다.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많이 읽으면 쓰는 것도 되고 잘 쓸 수도 있다고 하지만, 조기축구 한다고 프로 축구선수 될 수 없듯이 내게는 작가의 자질도 없다.


내 친구 Y 는 주말만 되면 자전거를 끌고 나가 하루 종일 탄다. 나도 자전거를 타지만 그렇게까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의 자전거 타기는 운동 쪽에 더 비중이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아이템 찾기를 중단할 수는 없다. 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템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도 안된다. 


사실은 어느 산을 올라가야 할지 망설이는 시간에 아무 산이나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이 맞다. 그 산 자체 보다는 올라가는 과정이 의미가 있고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에 올라간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야호 한 번 외치고 다시 금방 내려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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