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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Dec 18. 2022

걱정은 기도가 될 수 없다

걱정과 기도

변호사가 제일 괴로운 순간은, 내 의뢰인이 억울하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는데 선고결과가 반대로 나올 때이다. 판사의 무능 때문이든, 불성실 때문이든, 가끔씩 이런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이 생길까봐 당사자인 의뢰인은 물론 변호사도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선고 당일에는 아무 것도 못한다. 시계만 쳐다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걱정이 되는 것이야 피할 수 없지만 때로는 일부러 걱정을 하기도 한다. 걱정이 기도(祈禱)를 대신할 수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집중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떼를 쓰는 것이다. 


당연히 미신(迷信)이다. 시계바늘을 노려본다고 하여 시계바늘의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다. 염력(念力)을 작용하여 숟가락을 휘게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절박하면 미신이 신념이 된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점장이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운동선수들이 징크스(jinx)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걱정은 기도가 아니다. 작정하고 기도를 한다고 하여 신이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축구경기에서 이기는 팀은 기도를 많이 한 팀이 아니라 기량이 뛰어난 팀이다. 경기에서 불운과 행운이 있고 때로는 그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주장한다면, 억지다. 


내가 좌우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영역을 벗어나는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다. 화살을 쏠 때까지만 나는 정성을 다할 수 있을 뿐 그 다음에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은 어쩔 수가 없다. 


걱정은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독(毒)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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