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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Jan 27. 2023

코로나 체험

건강한 생활

처음에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죽을병인가 하고 놀랐지만 치명률이 높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하지 않았다. 치명률이 낮은 코로나로 인류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2주 전 금요일 오후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꼈다. 지난 몇년간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렸었기에 감기가 한 번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내가 코로나 자가검진 키트를 갖다 주면서 체크해보라고 했다. 테스트 지(紙) 선이 두 개가 나와야 코로나라고 하는데 선이 한 개 밖에 안 나왔다.  


그 다음 날인 토요일에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아내가 한 번 더 테스트 해보라고 했다. 이 번에는 테스트 지에 선명하게 선이 두 개 나왔다. 


아내가 몇 달 전 코로나에 걸렸지만 각방을 쓰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 사무실 직원이 코로나에 걸렸고 같이 점심식사를 하였지만 나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 


혹시 내게 코로나 슈퍼항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슈퍼항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코로나에 감염되었지만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약해서 본인이 느끼지 못한채 지나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후손(변이)들이 그만큼 독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로 확인되었어도 좀 쉬면 낫겠지 하였다. 토요일은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 있었지만 일요일은 조금 나은 것 같아서 침대와 리클라이너 소파를 왔다 갔다 했다. 


월요일 새벽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급하게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몸이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이까짓 코로나로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집에서 퍼져 있는 것이 싫었다. 


이게 잘못된 행동이었다. 월요일 오후에 몸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고열이 있거나 목이 아파서 침을 못 삼킬 정도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고 감기몸살을 앓을 때처럼 몸 전체가 아프고 움직이기가 싫었다. 


화요일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코로나를 확인하였을 때는 이틀 정도 쉬면 낫겠지 싶어서 굳이 약속 취소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월요일 오후에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자가검진 키트로 검사하였더니 여전히 양성반응이 나왔으므로 약속취소를 하였다. 친구들이 전염될 수도 있으므로.


목요일에는 부산의 어머님 댁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고령이신 어머님께 혹시 코로나를 옮길지 몰라 잠깐 걱정을 했지만 목요일이면 코로나에 걸린 날부터 거의 일주일 정도 지난 시간이므로 예정대로 내려가기로 했다. 차를 가지고 갔는데 아내가 대부분 운전하였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한 목요일에 자가검진 키트로 검사해보니 여전히 양성반응. 어머님께 전염할까봐 많이 걱정되었다. 몸 컨디션도 여전히 좋지 않았다. 움직이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집중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토요일에 다시 검사했다. 여전히 양성반응이었다. 꼬박 일주일이 지났는데 여전이 양성반응이라니 실망스러웠다. 나는 슈퍼항체는 커녕 보통사람들보다도 면역시스템이 약한 것 같았다. 


마침내 일요일에 음성반응이 나왔다. 15분 이상 기다려도 검사지에 한 줄만 나왔다.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는 내 몸에서 축출되었지만 여전히 냄새는 맡지 못하였다.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아무 냄새 없는 세계에 사니까 희한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전히 목이 붓고, 간간이 기침이 나오면 폐까지 그 진동이 미쳤다.  


일요일에 사무실에 나와서 모처럼 스핀 바이크를 타고 운동을 하였다. 속도를 높이면 기침이 심하게 나왔다. 


월요일부터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시작하였지만 운동은 당분간 자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벌써 오늘은 2주일이 지난 금요일이다. 여전히 아무 냄새도 못 맡고 있다. 몸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침은 간간이 한다. 이른바 코로나 후유증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후유증에서도 벗어나리라 믿지만 아무튼 앞으로는 조심할 일이다. 


늙는 것은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은 이유는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순정 파이터'에서 '삶은 돼지고기는 더 이상 끓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자전거를 탈 때도 비를 흠뻑 맞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웅덩이를 피하지 않게 된다. 체념(諦念) 또는 수용(受容)이 두려움을 상쇄(相殺)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는 것은 무섭다. 살아 있으면서 죽은 것과 마찬가지의 시간을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이 번의 코로나 체험으로 다시 한 번 몸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몸이 제기능을 해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산해진미의 밥상이 눈 앞에 있어도 내 몸이 오감으로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몸이 정상이라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때 시간을 소중하게 써야 한다. 수동적인 삶은 즐기는 삶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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