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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Mar 05. 2023

검찰 개혁은 잘한 일일까? (마지막)

검찰개혁의 정리

개혁이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기득권 타파’다. 기득권층이 부당하게 누리고 있는 권력이나 특혜를 빼앗는 통쾌함이 개혁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진다. 


기득권층은 당연히 개혁에 저항한다. 그래서 개혁이 쉽지 않지만 만난(萬難)을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하면 그 과실은 국민 전체의 이익으로 귀속된다. 


가장 대표적인 개혁이 1993년에 단행된 금융실명제이다. 금융실명제는 마땅히, 진작에 했어야 했다. 그러나 부패한 정치권 인사들은 뇌물을 받는데 지장이 되기 때문에,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부자들은 탈세를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다. 지하경제가 죽으면 전체경제가 죽는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내세웠다. 30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금융실명제 때문에 경제성장이 저해된다거나 기타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반면에 금융실명제 덕분에 범죄수사에서 증거를 모으는 일이 수월해졌고 탈세 방지와 조사에 있어서도 금융실명제는 지대한 기여를 했다.


검찰개혁도 국민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그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까? 나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앞의 글에서 설명하였듯이 오히려 ①늑장 수사 ②부실 수사 ③세금 낭비 등의 폐해만 낳고 있다.


검찰개혁의 명분은 이렇다. “검찰은 지난 수십년간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해 왔는데도 그 동안 단 한 번도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았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버려야 한다.”


검찰이 늘 권력자에게 충성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검찰 외에 다른 공무원 조직이 집권자에게 대든 적은 있었던가? 이른바 권력기관 또는 사정기관이라고 불리우는 감사원, 국세청, 공정위, 경찰 중에서 누가 권력자에게 대항하였는가? 아무도 없었다. 


검사들이라고 특별히 용감한 집단은 아니다. 그들도 결국은 자기 일신의 보신(保身)을 먼저 생각하고 안위(安危)를 따지는 평범한 월급장이 공무원들이다. 


모든 공무원들이 권력자에게 떨고 있을 때 검사들만 용감하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검찰의 독립은 검사들의 개인적인 용기에 맡겨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전체의 선진화 수준에 달려 있다. 


검찰이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게 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검찰을 부려서 정파적 이득을 취하려는 권력자 때문이다. 지난 번의 글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망치는 못을 박으라고 만든 것이지만 쥐는 사람에 따라 다른 사람의 머리를 깨는데도 쓰일 수 있다. 둘째는 순종적이어서 그렇든, 야심이 있어서 그렇든, 권력자의 지시에 맹종하는 검찰 수뇌부의 비겁함 또는 교활함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정치적 사건은 전체 형사사건의 0.01%도 안된다. 요즘도 언론에서는 연일 이재명 대표의 수사기사가 톱뉴스가 되고 있으므로 검사들은 그 사건 수사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1년에 전국에서 접수되고 있는 형사사건의 숫자는 수십만건이 된다. 그 수십만건의 사건에 고소인, 피고소인, 참고인으로 관련된 일반 국민들의 숫자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정치세력들은 자기들이 정권을 놓치게 될 때 그 동기가 정치보복에 있든, 적폐청산에 있든 수사를 받을까봐 겁을 낸다. 경찰보다는 검사가 더 예리하게 칼을 쓴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경찰이 지난 세월 동안 권력자들의 부당한 지시를 단호히 거부하였고 편파없는 공정수사를 해 왔다면, 능력있는 수사를 해왔다면, 그리고 권력의 주구 노릇을 유독 검찰만이 해 왔다면 마땅히 검찰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그렇게 검찰과 달리 강직, 공정, 유능했었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드라마, 영화에서 검사들은 비열한 인간들로 묘사된다. 정치가의 하수인이고, 재벌의 똘마니이고, 출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말종들이다. 


그런 검사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검사는 그렇지 않다. 대다수의 검사는 올곧고 강직하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나 재벌을 만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권력자나 재벌이 관련된 사건을 검사 재직 시절 동안 한 번도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 사건 관련자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검사가 경찰과 독립하여 수사권을 가지는 일이 있다, 없다는 검찰개혁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지난 70년 동안 검찰 조직이 수사를 위한 역량을 키워온 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수사역량이 범죄인을 처벌하는데 있어서 제대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치판에서 권력자의 편을 드는 것이 문제라면 검찰을 개혁할 것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수십만명이 망치를 못박는 목적으로 쓰고 있는데 몇사람만이 사람을 해하는데 망치를 쓴다면 망치를 없앨 것이 아니라 그 몇사람을 응징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70년 동안 수사를 위해서 검사와 수사관을 충원하였고 물적 설비도 확충해 왔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하면 유휴인력과 유휴설비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남는다. 공무원의 신분은 법률로 보장되어 있어서 기업의 정리해고 방식을 적용할 수도 없다. 국민의 세금은 검찰개혁 이후에도 검찰조직의 유지를 위해서 똑같이 지출된다. 특히 검찰청에서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있는 검찰 수사관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현재 검사들은 검사실에 있는 수사관을 사실상 통제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어차피 검사실에서 해결해야 했지만 이제는 송치사건도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되므로, 수사관에게 일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수사관에게 일을 시키려고 하면 싫어하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낸다. 검사들에게는 수사관에 대한 인사권한도 없다. 수사관들에 대한 인사권은 검찰 일반직으로 구성된 사무국에서 행사한다.


검찰수사관은 수사를 하지 않게됨에 따라 수사실력은 점차 퇴화할 것이다. 수사실력의 퇴화는, 기소되어야 할 범죄인이 기소되지 않게 하므로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연결된다. 


검사가 직접 관련자들을 부르면 즉시 수사할 수 있는 것을 보완수사 요청문을 첨부하여 경찰에게 사건기록을 되돌려 보낸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청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헛된 수사를 하기 일쑤다. 보완수사 요청 내용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표현하지 못한 검사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도 있고, 대충 읽어서 오해한 경찰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검사는 보완수사 내용으로도 기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또다시 보완수사 요청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한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시킨 후에 기소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사건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통계를 내보면 한심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독자 중에는 조국 전 장관이나 이재명 대표 사건을 보면 검사들이 엄청 많이 등장하고 수사관들도 수십명이 동원되어서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중요사건만 그렇게 한다. 


나는 조국 전 장관이나 이재명 대표가 억울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없는 죄를 억지로 검사들이 만든다고도 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검사들이 그 정도로 썩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믿으면 안된다. 


그러나 일반 사건에서는 검사들이 그렇게 열심히 수사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검사들이 그 백분의 1이라도 열성을 갖고 수사해준다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감동받을 것이다. 검찰개혁 이전에도 검사들은 점차적으로 게을러져 왔지만 검찰개혁 이후에는 수사무기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검찰개혁과 관계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런 사건은 판결문도 수백쪽이 넘는다. 일반 사건의 판결문도 그렇게 판사가 정성들여 판단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100억원을 예금하는 사람과 10만원을 예금하는 사람을 은행원이 똑같이 대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모든 사건을 똑같은 열정으로 검사, 판사가 대해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 차이가 난다. 조국 전 장관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나 공소유지를 보고 일반사건도 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붙는다고 하여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비열한 정치인들의 또 하나의 속임수일 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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