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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0 AM
아침을 먹고 베란다 의자에 앉았다. 친구는 참새와 교감한다고 어제 산 귤 한 조각을 떼어서 손바닥 위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참새는 오지 않는다. 우리 방은 pool directly access 룸이어서 베란다 앞은 바로 풀이 있다. 풀의 한편에서 거품 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오늘 조식을 먹으며 개발자인 친구에게 피엠의 고민을 토로했다. 사업팀에서는 예정된 일정대로 기능을 내오라 하고, 외주 개발팀에서는 계속해서 일정이 밀린다. 그 사이에서 심적으로 쫄리는 것은 물론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 외주 개발팀에 찾아가서 부둥부둥하며 응원이라도 해야 할지, 내부 개발팀으로 리소스를 돌려야 할지. 대응책, 대응책, 대응책,… 어렵다. 그래도 이것이 피엠의 책임이라면 이런 역경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게 아닐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끄는 피엠의 역할은 위대하면서도 대단하다. 또한 그 책임을 지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듯하다.
22년도에 피엠이 되어, 지금까지 2년 1개월 간 잘 성장해 왔으니 26년도는 아마 누구나 알법한 프로덕트를 관리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모든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고, 나를 믿으면 어느 순간에도 인사이트는 생겨난다는 것을 아니까. 고민의 방향성은 단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냥 나를 믿고 지금의 길에서 한걸음 더 내디뎌보는 건 어떨까. 너라면, 충분히.
— 10:59 AM
그냥 킵고잉 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마음이 조금 편하다. 어제 사온 망고를 먹기 위해 도구들을 챙겨 다시 베란다로 나왔다. 어제 125페소에 산 망고 두 개. 망고 하나는 주먹을 두 개 정도 붙여놓은 크기이다. 그리고 읍내 마트에서 구매한 일회용 칼과 포크, 숙소에 있던 찻잔 접시와 유리컵, 물티슈까지 준비하면 망고 먹을 준비 완료.
1) 망고는 먼저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우린 귀찮으니까 이 과정 패스. 2) 망고를 바닥으로부터 세로로 세운다. 3) 망고 중앙으로부터 1cm 오른쪽으로 떨어진 지점을 세로로 잘라내려 가기 시작한다. 4) 잘라진 망고 한쪽 면을 망고 살이 보이도록 가로로 둔다. 5) 망고 살을 위에서 아래로 찹찹찹 가른다. 6) 오른손잡이라면 망고 한쪽 면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은 유리컵을 쥔다. 7) 유리컵을 망고 껍질과 망고살 그 사이로 밀어 넣는다. 8) 유리컵을 최대한 껍질과 가깝게 두고 쭈욱 긁어낸다.
이렇게 하면 유리컵에 잘린 망고들이 가지런히 담긴다. 포크로 한 조각 콕 집어 입에 넣는다. 필리핀 현지 망고의 달콤함을 느낀다!
— 이미 1/1 이 되어버린 새벽 02:22 AM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에서 열린 불꽃축제를 보고 음악이 나오는 바도 들렀다 숙소로 복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봤는데 별이 무자게 많이 보였다. 그리고 한국에 비해 유독 크고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