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가 저지할 새도 없이 그는 장작에 박힌 도낏자루를 잡고 땅에 내려쳐서 장작을 쪼개며 동시에 도끼와 분리해 냈다. 그는 새로운 장작을 올려놓고 안정된 폼으로 도끼를 내려쳤다. 굵은 장작은 순식간에 토막이 나서 뒹굴었다. 제법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누그러지자 그가 씩 웃더니 또 다른 장작을 올려놓았다. 팍팍 연달아 도끼질하는 사내를 그녀는 잠시 구경하는 꼴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묘한 조바심을 알아채기라고 한 듯 그가 숨을 몰아쉬며 동작을 멈추었다. 그녀는 팔을 쳐들다 만 그에게서 도끼를 낚아챘고 땅에 떨어진 장작개비 하나를 집어서 나무 둥치 위에 다시 세우곤 말했다.
이렇게 굵어서야 장작으로 쓰기가 어렵지.
그녀는 단숨에 도끼를 내려쳐서 그가 쪼갠 장작개비를 다시 두 쪽으로 만들었다. 남자는 한쪽 입술이 당겨져 올라간 웃음을 지었다. 비열해 보이는 입매가 워커를 연상시켰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도끼를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이리저리 고르더니 가느다란 통나무를 하나 올려놓고는 또 해보라고 손짓했다. 못할 것 없지. 그녀는 허리를 펴고 도끼를 들었다
혼자야? 아무도 없어?
뜬금없는 그의 말에 그녀의 집중력이 깨어지며 허투루 도끼를 내려치고 말았다. 아까보다 더 깊이 박혀 버린 도끼가 통나무와 같이 땅에 뒹굴었다. 얼굴에 흙탕물이 튀긴 그녀를 보고 남자가 키득거렸다.
아유, 더 세게 내려쳐야지, 이렇게!
그녀는 손등으로 얼굴에 흐르는 걸 훔치며 그의 과장된 몸짓을 쏘아보았다. 남자는 아랑곳없이 춤추고 노래하듯 무릎을 굽히고 허리와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며 원숭이처럼 떠들었다.
이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살다니. 살아도 모르고 죽어도 모르겠네. 죽이고 살아도 아무도 모르겠네.
이 작자가 대체 무슨 소릴 지껄이는가 싶던 그녀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퍼뜩 장작에 박혀있는 도끼로 시선을 옮기자 역시나 남자의 눈이 그걸 쫓았다. 그녀는 재빨리 다가가 도낏자루를 낚아채고는 나무토막에 한 발을 얹고 잡아당겼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놈의 덜 마른 장작 같으니. 발을 바꿔 다시 낑낑대며 시도하자 그가 다가왔다. 그녀는 단호하게 소리쳤다.
오지 마!
내가 빼 줄까?
저리 가라니까!
내가 빼준다니까, 좀 비켜 보란…!
그녀에게 다가선 그는 하지만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멍청히 뻣뻣하게 서서 몇 초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가 장작 패던 동작으로 반원을 그으며 남자의 정수리에 못을 박듯 당수를 내려친 것이다. 놀란 쪽은 남자만이 아니었다. 생각지 못한 폭발적인 힘의 방출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녀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스르르 힘이 풀린 그가 진흙탕에 철퍼덕 엉덩이를 처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