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김 워커 (6화)

by 에이나


암탉이 놀라서 우왕좌왕했다.

젠장, 귀찮게시리!

끔찍하게 갈라진 탁한 음성이었다. 녹슨 도끼로 닭장을 긁는 소리도 그보다는 부드러울 성싶었다. 남자가 걷어차려 하자 암탉은 종종걸음과 날갯짓을 섞어가며 황급히 내뺐다.

오랫동안 이 집에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메리 김 워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남자가 ‘안녕하세요?’하고 말하곤 웃었다.

아니면, 실례한다고 해야 하나?

검은색 가죽 잠바에 청바지, 너절한 카우보이 장화를 신고, 사십 줄이나 되었을까. 원숭이처럼 다리에 비해 팔이 길고 두툼했다. 키는 비슷한 것 같아 순간 어깨를 펴고 홀린 듯 바라보던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에게서 씻은 지 오래된 악취가 풍겼다.

저승사자라도 본 얼굴이군.

어깨에 닿는 떡이 진 금발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쌍꺼풀 없이 검은 눈, 휘어진 코와 옴폭 패인 뺨에 새겨진 상흔, 온갖 종족이 섞인 듯 불온한 인상은 정말이지 저승에나 어울릴 것 같긴 했다.

누, 누구냐 넌?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겨우 물었다. 남자는 대답 대신 땅에 침을 칙, 내뱉고선 검은색 모자 티를 눌러쓰고 말했다.

이러고 낫이라도 들으면 진짜 저승사자 같겠지?

그녀의 굳은 표정 앞에서 혼자 배를 잡고 웃는 시늉을 하던 그는 이내 정색을 하며 쳐다보았다. 눈빛이 왠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예전 자신의 눈, 학대와 궁핍에 절어 악다구니하며 반들반들해진 두 눈을 떠올렸다. 숲에서 노숙이라도 했는지 남자는 옷 여기저기 솔잎을 묻히고 있었다. 빈 닭장을 두리번거리며 짐짓 여유를 부리던 그가 말했다.

어째 후라이드 치킨이 될 놈이 하나도 없네, 얻어먹을 게 좀 있나 했더니.

그녀는 픽 웃음 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돼먹지 않은 수탉의 모가지를 넣고 푹 곤 육수는 있었지. 그러자 퍼뜩 떠올랐다. 이 살쾡이 같은 놈이 바로 닭도둑인가? 그녀는 물었다.

대체 여긴 왜 온 거냐?

장작 패는 소리가 나기에 일감이나 얻을까 해서. 나도 도끼는 좀 다룰 수 있거든. 당신 같은 노부인이 장작을 패는 건 어울리지 않잖아. 혹시 일꾼이 필요하지 않나?”

젊지도 않은 남자가 자신을 노부인이라고 하는 말에 메리 김 워커는 조금 놀랐다.

나는 누구도 일꾼으로 부린 적이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고.

그녀의 말에 남자는 두 손을 모으고, 조롱하려는 속셈을 감추지 못한 간절한 투로 말했다.

계속 굶주렸단 말이야. 오늘 내가 뭘 먹었는지 알아?

내가 알 게 뭐야.

새 새끼. 새 새끼를 먹었어. 어젠 들쥐를 먹었지. 왜, 역겨워? 놀랍나? 새 새끼보다는 들쥐가 더 먹을 만했어. 주둥아리부터 살살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다음 불에 구우니까 자글자글 기름이 떨어지더라고.

그녀는 찡그리며 코웃음을 쳤다. 살아남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혹독한 계절이 생각났다. 그녀도 들쥐를 먹었었다. 그것도 뼈째 오도독 씹어 먹었다. 들쥐뿐이랴, 도마뱀과 굼벵이, 지렁이와 잠자리까지 먹은 적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오늘 저녁의 메뉴는 어떤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간장양념 돼지고기 요리. 생각만으로도 혀에서 침이 녹아내렸다. 게다가 초겨울에 딴 붉은 열매로 담근 술도 있었다. 봄을 맞아 이제 보약처럼 익었을 그걸 맛보고자 했었다. 그녀는 식단을 정할 때 오늘처럼 좋아하는 메뉴는 한 달에 한 번만 배정했다. 먹는 즐거움을 다른 하찮고 쉬운 일처럼 여기고 싶지 않았다. 선호하는 음식을 양껏 먹는 대신 절제를 통해 끼니 나름의 소중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먹을 걸 원하는 거면 좀 나눠줄 순 있어.

하지만 그는 가볍게 비웃곤 구두코로 땅을 툭툭 차더니 다시 메우고 말했다.

사실 지금은 식욕이 없어.

원하는 게 뭐야?

일감이 있냐고 이미 말했는데 말이야. 나도 자존심이란 게 있어. 그렇게 못 알아들으니 내가 생각이 많아지잖아.

‘꿈은 아니겠지.’

메리 김 워커는 가만히 눈으로 도끼를 찾았다. 장작에 박힌 채 땅에 뒹굴던 도끼는 남자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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