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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Jan 28. 2021

미국식 마케팅 - 2) 리워드

헬스케어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눈여겨본 일곱 가지

미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쇼핑을 다니며 하나 둘 늘어난 소지품이 있다. 바로, 자동차 키와 연결된 고리에 끼워 넣는 멤버십 카드들이다. 새로운 마트와 상점을 갈 때마다 할인을 받고 리워드를 받기 위해 회원으로 등록하면 작은 플라스틱 카드로 된 멤버십 카드를 나눠줬다. 대략 가로 5.4cm, 세로 2.5cm 크기의 작고 아담한 사이즈이다. IKEA, BLICK 화방, 로컬 마트인 Kroger와 한인 마트인 H Mart에서 CVS까지, 다니는 곳이 늘어날수록 차키에 매달린 플라스틱 카드의 수도 늘어났고 가입한 고객 보상 프로그램들의 수도 늘어났다.


사진. 자동차 키에 연결해 함께 가지고 다니는 각종 상점 회원카드들

고객 보상 프로그램(Customer Rewards Program) 또는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Customer Loyalty Program)은 기업이 자신들의 상품을 자주 이용하는 충성 고객에게 보상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고객이  해당 서비스를 계속 반복해서 이용하고 더 많이 구입하도록 유도하면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헬스케어는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서비스이고, 고객 보상 프로그램은 반복적인 이용을 장려한다. 때문에, 헬스케어를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미국에서는 고객, 이용자 또는 환자의 볼륨을 높이고 이들이 고객으로 계속 남아있으면서 반복적으로 상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객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 10 Lessons Hospital Marketers Can Learn From Loyalty Marketing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2019/2/14))


미국에서 헬스케어 제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며 가장 먼저 이용하게 되는 고객 보상 프로그램들 중 하나는 의약품과 함께 생필품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들의 프로그램이다. 상점 내에 약국을 가지고 있는 드럭스토어들은 보통 구역을 나누어 한쪽에는 화장품, 세제, 사무용품, 식품, 음료 등을 진열하고, 또 다른 쪽에 의약품, 영양제, 의료 용품을 진열하며 그 안쪽으로 약국과 리테일 클리닉을 배치한다. 약을 구입하러 온 사람이 이왕 온 김에 과자와 음료에 세일 표시가 붙은 영양제와 생필품까지 구입하게 되는 배치이다. 판매 상품들이 비슷하다 보니 드럭스토어들이 상품만으로 경쟁에서 돋보이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고객들이 매장 내의 다양한 제품을 더 많이 반복적으로 구입하고 자신의 상점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도록 고객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참고. Pharmacy and Drugstore Loyalty Programs: A Comprehensive Guide (2020) (Antavo, 2020/7/2)). 2019년 미국 내 처방약 판매량 기준으로 약국 1위인 CVS(24.5%)는 ExtraCare와 CarePass, 2위인 Walgreens(18.9%)는 myWalgreens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CVS의 내부. 입구에 들어서면 화장품, 세제, 사무용품, 식품, 음료 등의 생필품이 진열되어 있고 그 안쪽으로 의약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가장 안쪽에 약국이 있다.

CVS의 무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ExtraCare의 경우, 이용 내역에 따라 다음 CVS 쇼핑에 사용할 수 있는 익스트라벅스(ExtraBucks)라는 크레딧을 제공한다. 30일 처방전으로 처방약을 구입하거나 가족을 회원으로 등록하면 1점, 90일 처방전으로 처방약을 구입하거나 처방전 관리 서비스에 등록하거나 예방접종을 맞으면 3점을 얻을 수 있다. 크레딧 10점은 ExtraBucks $5에 해당하며, 회원 한 명이 일 년에 ExtraBucks $50까지 받을 수 있다. 회원의 구매 습관에 따라 개인화된 쿠폰도 제공한다. (참고. CVS ExtraCare Pharmacy & Health Rewards® Program Rules)


화면. CVS ExtraCare 포인트 적립 방법 (참고. https://www.cvs.com/extracare-cvs/rxrewards)

이에 더해, CVS의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CarePass는 매달 $5의 가입비 부담 시 매달 $10에 해당하는 보상을 제공하며, 처방약과 CarePass 적용 상품의 1~2일 무료 배송과 24/7 약사와의 상담 (Pharmacist Helpline), CVS Health 브랜드 상품의 20% 할인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 쇼핑의 일반화로 드럭스토어의 생필품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상태에서 2018년 Amazon이 PillPack을 인수하며 약 판매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시작되었다. (참고. CVS is testing a membership program as Amazon pushes into prescription drugs (CNBC, 2018/10/31))


제조사들도 고객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더 많이 구입하고 반복해서 구입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상품을 자주 구입하는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참고. 7 Proven Customer Loyalty Programs That Work (Sleeknote(Denmark), 2019/10/29))


국민 브랜드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Tide 세탁세제, Bounty 키친타월, Pampers 기저귀, always 생리대뿐만 아니라 Clearblue 임신테스트기, Oral-B 칫솔∙치약, NyQuil/DayQuil 감기약과 ZzzQuil 수면보조제의 Vicks, Safeguard 비누∙손세정제 등 60개 이상의 브랜드를 가진 P&G는 P&G Good Everyday라는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퀴즈를 풀면 10점, 설문조사에 답하면 25점, P&G 제품을 구입한 영수증을 입력하면 50점, 친구를 가입시키면 최대 5명까지 각 50점을 받아 스타벅스나 도미노 등의 기프트카드로 교환하거나 원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다.


포인트를 기부에 사용하는 과정에는 기대보다 훨씬 흡입력이 있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1일분의 세탁 세제를 지원하는 TIDE LOADS OF HOPE, 도움이 필요한 소녀들에게 생리 1사이클 분량의 물품을 지원하는 ALWAYS #ENDPERIODPOVERTY, 코로나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손세정제를 후원하는 COVID-19: SAFEGUARD AMERICA와 같은 프로그램들에 대한 소개를 읽고 선택하는 몇 초 간, 이 시대의 정말 중요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Tide, Always, Safeguard라는 단어가 이전보다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상 프로그램(P&G Good Everyday is a rewards program for people who want to make an impact.)'이라는 설명답게, P&G Good Everyday는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이 포인트를 쌓고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P&G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여한 성과들을 자세히 보여준다. 거대 생활용품 업체로만 알고 있던 P&G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화면. P&G Good Everyday 홈페이지의 리워드 프로그램 소개


화면. P&G Good Everyday 가입 시 받는 포인트 25점의 기부처 옵션들. TIDE LOADS OF HOPE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1일분의 세탁 세제를 지원하고, ALWAYS #ENDPERIODPOVERTY는 도움이 필요한 소녀들에게 생리 1사이클 분량의 물품을 지원하며, COVID-19: SAFEGUARD AMERICA는 코로나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손세정제를 후원한다.

2020년의 가장 가치 있는 제약 및 컨슈머헬스 회사로 평가된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Care Club이라는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Tylenol, Benadryl, Motrin, Zyrtec과 같이 보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사의 일반의약품이나 Aveeno, Listerine이나 BAND-AID 반창고 등의 일반 제품을 구입한 영수증을 업로드하고 제품을 리뷰하고 설문에 참여하고 글이나 영상을 보고 친구를 초대해서 받는 포인트로 경품 행사에 참여하거나 아마존 등의 기프트카드를 받을 수 있다.


화면. Johnson & Johnson의 보상 프로그램에 Care Club에 참여하는 브랜드들. 대표적인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기약 베나드릴(Benadryl)과 지르텍(Zyrtec), 지사제 이모디움(Imodium), 이부프로펜(Ibuprofen) 진통제인 모트린(Motrin), 타이레놀(Tylenol), 반창고 BAND-AID, 기저귀 발진 크림 데시틴(Desitin), 한국의 마데카솔이라 할 수 있는 상처연고 네오스포린(Neosporin) 등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 https://mycareclubrewards.com/National/en-us/Products)

구매 금액에 따라 당연스럽게 적립금을 받는 일반적인 보상 프로그램들을 긴 시간 이용해 오다, 웹사이트와 앱에서 쿠폰을 등록하고 내가 모은 적립금으로 기프트카드를 받거나 후원을 하게 해 주는, 참여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열정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나니 부담도 늘어났다. 쿠폰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쿠폰들 중에서 원하는 것들을 직접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적립금으로 좋은 일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포인트를 받기 위해 영수증을 입력하고 설문에 참여하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충성 고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또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님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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