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우 Apr 07. 2022

일요일 오후에 죽고 싶다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요즘은 나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듯한 기분이 든다.


평일 오전 오후는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지내고, 퇴근 후엔 취미생활을 하는 날이 많다.


하고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어 게으른 몸과 정신을 이끌고, 취미생활도 한다.


몇 달 전까지 매번 실패하긴 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운동을 하면서 건강과 외적인 아름다움을 늘리고 싶었고, 운동이 취미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고, 운동하는 사람들의 특유의 에너지를 갖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은 한다. 퇴근 후에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하고 집으로 오면 몸은 고단하지만 나에게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어 만족하고 있다.


전보다 글을 쓰겠다는 열망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글쓰기가 취미인 사람이고 싶어 글도 쓴다.


가끔은 공부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물론 시험 전에 벼락치기 공부긴 하지만 그래도 문제집을 펴고, 앉아있는 그 순간이 기분이 좋다. 만족스럽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필기에 떨어진 적이 있지만 속상한 마음은 잠깐이었다.


아마도 시험에 응시한 자격증이 갖고 싶은 것보다 업무외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내가 갖고 싶은 것 같다.


게으름과 꾸준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만 그래도 나의 평일은 할 것들이 많다.


가진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그 에너지를 평일에 몰아서 쓰니, 주말은 에너지를 보충하는데 쓸 수밖에 없다.


신체의 노화에 적응할 틈도 없이 한해 체력은 떨어지지만 회복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까진 게으름을 잔뜩 피운다.


침대에 늘어져 휴대폰을 하고, 야식을 먹고, 늦잠을 자고, 낮잠도 자고, 드라이브도 하고, 엄마와 카페에 가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수다를 잔뜩 떨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일요일이 오후쯤 나른한 기분이 든다. 다시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긴다.


일요일 오후는 쉰다는 생각보다 평일을 맞이하기 전 바쁜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보낸다.


샤워를 하고 책을 한 권 챙겨 카페에 간다. 습관처럼 매주 빠지지 않고, 일요일 오후에는 카페에 간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한다. 책을 읽고, 여유를 부리다 보면 내일부터 다시 힘 내보 자라는 생각이 드는데 문득 그 시간이 너무 좋고, 행복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가 생각났다.


한 캐릭터가 생각이 났는데 드라마 상에서 갑작스럽게 시한부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다 죽었다.


언젠가 모두가 죽겠지만 당장 죽지 않을 거란 생각에 나의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는 순간이 많다.


며칠 전 목에 멍울이 만져졌는데, 나이가 드니 아픈 곳이 많아지는구나 싶어 진료를 받으러 갈 다짐을 했다. 혹시 암이면 어떻게 하지. 지방종이면 좋겠는데. 수술하면 흉터가 남으려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진료를 받기 전까진 내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언젠가 죽게 된다면 일요일에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든 생각에 어이없기도 했지만 왠지 죽는 날 이런 기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무탈하고 크게 아픈 곳 없이 오래 살고 싶지만 훗날 죽음의 날이 일요일 오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삶의 굴곡 줄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