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우 May 24. 2022

마음속 갈대

문득 작은 바람에도 정신 못 차리며 휘둘리는 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작은 바람에도 요란스레 즐거워하고, 작은 바람에도 깊은 내면의 우울 속으로 빠져버리는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감정의 폭이 넓은 걸까.


감정 기복 없이 잔잔하고 싶었는데, 도무지 나에게는 어려운 마음인 것 같다.


몇 년 전 순천만에 다녀온 기억이 떠오른다.


가을이었고, 갈대가 많았고,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소리가 났다.


소리가 참 가을과 닮아있었다.


 싱그럽지 않지만 너무 스산하지도 않은 소리가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갈대는 얇고, 작은 바람에도 몸의 방향을 바꾸며 흔들렸다. 그래도 부러진 곳이 많지 않았다.


아마도 정원을 관리하는 직원의 노력 덕도 있겠지만 갈대는 강한 바람에휠지언정 부러지는 일이 많지 않다.


요란하게 흔들리는 갈대가 정말 변덕스럽기만 한 걸까 약하기만 해서 바람에 나부끼는 걸까.


갈대의 변덕이 갈대의 요란함이 나와 닮아있다. 그리고 꺾이지 않은 것도 닮았다. 난 나약한 정신을 가졌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부러져도 진흙밭에 처박히는 것보다 옆 갈대에 기대는 편이다. 그러다 결국 꼿꼿이 혼자 제대로 설 수 있다.

 

친하지 않은 사람은 나의 감정의 폭이 얼마나 다양하고 넓은지 알지 못한다. 오히려 건조한 사람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나는 꽃 같은 표정보 풀 같은 단조로운 표정을 보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표정은 꽃이다.



나의 내면에는 식물을 기르고 있다. 그것이 좀 더 맑고 밝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단조롭게 휘둘리며 바람이 지나간 순간 다시금 꼿꼿할 수 있는 갈대가 나와 어울리는 것 같다.


부러지지 않게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잘 휘날리며 고민하다 다시금 꼿꼿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불안이 불안을 부를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