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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un 06. 2022

멋지길 바래

누군가의 멋짐을 본 적이 있다.


외적인 멋짐부터 내면의 멋짐까지 다양한 멋짐들 속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나의 취향 것이다.


네이비색 특정 브랜드의 남방에 눈이 간다. 남녀불문 어느 장소에서건 그 옷을 입은 사람에게는 눈이 더 가는 것을 느낀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 사지 않아서 미련이 남나 보다.


어느 날에는 주유소와 편의점이 함께 있는 곳에 방문해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샀다. 나오는 길에 어떤 남자가 서있었고, 네이비색 남방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그 남자에게 다가가 여자 친구가 있냐고 물었고, 그 남자는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네이비 남방에 홀렸, 남자의 대답에 정신을 차렸다.  민망했고, 부끄러웠지만 이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것 나였다.


"아.. 네.."


쭈뼛거리며 도망치듯 차로 돌아왔다. 세상에.. 내가 미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신원이 분명 낯선 남자에게 여자 친구의 유무를 묻다니, 혹시 없다고 했다면 나는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려나,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의심이 많은 나는 남자에게 여자 친구가 있음에 감사했다. 이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길거리 만남 시도일 것이다.


운동에 재미를 붙인 내가 누군가의 등을 보고 설레었던 적도 있다. 등근육이 선명히 갈라지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 선명한 등근육을 멋지다고 생각하는구나'


아쉽게도 선명한 등근육을 가진 남자와 좋은 인연이 되지는 못했다. 단지 등근육이 멋지다는 이유로 인연을 맺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가장 큰 어려움은 상대방이 나를 멋져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거절당한 것이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었다. 나는 멋짐을 잊지 않기 위해 휴대폰 메모장에 좋아하는 멋짐을 적어놓았다.


-네이비 남방, 등 근육..


현재는 세 가지가 적혀있다. 아마 가짓수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멋짐을 가진 남자를 만나볼까 했지만 그것에 실패한 나는 생각했다.


멋진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내가 멋진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결론도 내렸다.


가장 멋진 이가 나이길 바란다. 우선 내가 멋지다고 느꼈던 것을 직접 가져보기로 했다.


월급날을 기다린다.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순간 가격이 부담스러워 살까 말까 고민한 옷을 구매하려 한다. 


헬스에 재미를 붙여 퇴근 후에 주 3일 이상은 운동을 하는데 선명한 등근육을 위해 상체 운동의 강도를 높인다. 운동할 땐 힘들고, 다음날 다다음날엔 근육통으로 괴롭지만 멋진 등근육을 가진 나를 생각하면  정도야 충분히 참아낼 수 있다.


멋진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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