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우 Dec 09. 2022

굳이, 꼭, 십 년 뒤를

서른 중반의 나는 내가 낯설다. 나이가 낯설고 주름진 얼굴이 낯설다. 직장인, 미혼 혹은 비혼, 운동도 하고 악기도 배우러 다니고 십 년 전 계획했던 나와 비슷하게 되어있다. 딱구체적 인계획은 아니었다. cs강사로 일하고 있으면 좋겠고, 운동을 꾸준히, 자기 관리하는 사람. 한 가지 악기 정도는 완벽하게 다룰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당시엔 삼십 대의 내가 너무도 훗날이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중년의 삶이 코앞이다. 이미 시작되었나.


 헐렁한 성격이 현실로 펼쳐질 줄 알았더라면 좀 더 구체적로 계획을 세울 걸 그랬다.


이제 와서 계획을 세우는 게 의미가 있나 내일모레면 서른다섯인데. 회사는 다니되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는 조용한 사직 상태. 월급날을 기다리고, 기대도 희망도 없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기를 바라보는 하루. 탈없이 보내는 하루에 감사한 어른 되어버렸다.


닥치는 불운을 겨우 버티는 삶.


삼십 대는 체력의 떨어짐 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일은 벅차고 사랑이 귀찮다. 십 대 이십 대엔 사랑이 전부였는데 사랑꾼이었던 나는 이제 까마득 과거가 되어버렸다.


요즘 나는 평생 하고 싶은 운동을 결정했다. 요가

다만 짐작하던 아름다운 몸매는 아니다. 시르사 아사나 연습으로 목이 자라가 되어가는 중.


요즘 나는 평생 하고 싶은 취미를 찾았다. 글쓰기

다만 취미를 돈벌이로 활용하려는 영악함에 즐거움을 잃간다.


요즘 열심히 하고 싶은 악기를 찾았다. 기타

만 오시오 코타로의 황혼을 완벽하게 치면 그만둘 것이다. 오늘 C 코드 배운 기타 교습소 수강생.



그럼에도 나는 계획을 한다. 훗날 마흔넷의 나를. 죽고 싶지 않으니 늙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하지 스물넷의 나보다는 구체적으로 계획할 것을 다짐한다.


 굳이 꼭 해야 할 일. 십 년의 계획.


매 순간 스스로를 질책하지만 한순간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음을 잊지 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