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냥 나대로 살려고요.

어떻게든 되겠지

by 효수

하루를 열심히 살기도, 한 거 없이 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더니 서른 후반이다.

학생에서 아가씨 그러다 아줌마, 곧 할머니도 되겠지.

나는 그냥 계속 나였지만 보이는 것이 바뀌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보톡스를 맞으러 가기도 동안소리에 기뻐하기도 하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인생은 가스라이팅이다.

남한테 당할 바에 스스로에게 하는 쪽을 선택한다.

멋져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도 싶었다.


아등바등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제대로 못하던 아이는 목소리를 덜덜 떨어가면서도 강사가 되었고,

툭하면 맞춤법 틀리고, 띄어쓰기도 잘 모르는 아이는 자꾸만 글을 쓴다.

시험기간에 놀고, 시험 끝나고 도서관 가는 공부 못하던 아이가 배움을 이어가고자 하며,

운동은커녕 정상체중에서 한참을 벗어났으면서도 언젠가는 근육이 도드라지는 멋진 몸매를 희망한다.

아이였던 나는 늙어가면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바란다.

희망하는 마음 끝 언제나 언짢음이 따라왔지만 그럼에도 온전히 나를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날 내 삶은 아등바등이란 말이 어울린다.


오늘은 기분이 좋다.

바다를 보러 갈 예정이라.

며칠 전 지루한 하루를 보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일주일 뒤에 죽으면 난 뭐가 하고 싶을까


침대에 누워 핸드폰 보다가 죽을까.

누워있는 걸 좋아하니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한참을 생각했고, 문득 바다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일정을 계획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 엄마에게 함께 가자고도 했다.

엄마를 기다리며 카페에 있는 이 시간이 설레어서 뭐라도 해야지 싶다가 글이 쓰고 싶어졌다.

굉장히 오랜만에.

나 글 쓰는 거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쓰는 글인데 혹시 나의 설렘이 묻었을까.


직장생활을 멈추고, 간간이 강의를 했다.

초등학생, 고등학생, 군인, 경찰.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환경의 새로운 사람들.

그들과 함께한 시간 끝에 느낀 감정은 생소했다.


잊었던 지난날의 내가 그들에게 있었다.

꿈에 대한 열정, 애정, 설렘.

미래에 대한 불안.

그들을 통해 지루하고, 고루했던 내 생각 속에도 새로움이 싹튼다.

기쁜데 눈물이 날 것 같기도, 서글프기도.

그래서 난 이 감정을 벅차오름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반짝거리는 저들에게 받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무엇으로 돌려줄 수 있을까.

그러다 배움을 이어가기로 했다.

좋은 것들을 더 익혀 내 생각을 유익하고, 풍요롭게 하자.

그러다 보면 내 입에서 나오는 말도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유익해지겠지.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말고, 내가 나한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한다. 해야 하는 거 말고 좋아하는 거 하다 보면 스스로가 멋진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나대로 살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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