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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an 03. 2021

최소한의 선택

5화#



날씨가 많이 춥다. 매서운 바람에 저항할 마음은 금도 없기에 집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방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생각이 많아진다.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주로 좋은 기억보다 나빴던 기억이 더 많이 생각났다.


문득 지금의 나는 누가 만들었을까 의문이 생긴다.


지금껏 해왔던 선택  결과인가? 대답은 '글쎄'


대부분 스스로 결정한 것이 많기는 하다. 타인의 억지스러운 강요로 흘러간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정해지진 않았지만 다들 따라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선들에 의해 슬쩍슬쩍 떠밀리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공부를 못해도 굳이 대학 가고, 웬만하면  내로라하는 기업에 입사해서 일도 해야 할 것 같고, 나이 차면 결혼도 하고 아이 낳아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살 노인이 되어야지 튀지 않게 무난하게 남들 는 것처럼 말이야


이 무난하고 평범한 인생이 최선이란 말인가?


최선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이 무난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정도면 부모님이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 앞에서도 지인 모임에서도 어깨뽕이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지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나도 보이지 않은  따라 첫 줄까지는 간 것 같은데 흐리멍덩한 줄이겠지 말이다.


둘째 줄부터는 못 간 건가 안 간 건가 하는 고민을 해본다.


간 거라고 말하긴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빈수레는 요란하고 익지 않은 벼는 머리를 꼿꼿이 편다.  


안 간 거라고 하기엔 거짓말 같기도 하고 그 중간 어디쯤으로 해야겠다 '안... 못....'


조금 전 에어프라이에 날계란 5개를 맥반석 계란 느낌으로 구워내기로 했다.


온전히 스스로 한 결정이다.


배가 고팠고, 계란을 먹을까 생각했고, 찔까 구울까 고민했고, 3개를 넣을까 4개를 넣을까 고민하다 5개를 에어프라이 안에 넣고 온도를 맞췄다.


온도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달걀을 먹기까지 여러 고민과 결정을 했다.


'훗' 뭐지  이 몽글몽글 따뜻한 감정은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뿌듯한 건가 명확하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줄 만한  결정을 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부담이 크지 않을 정도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선택과 결정을 스스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작은 선택과 결정으로 살아왔고 그것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그 어딘가에 내가 있겠지


부담스러운 선택은 부담을 내려놓고 대충 하기로 해본다.


스스로를 평가하고 괴롭히기보다 아주 작은 선택을 하고 결정된 일에 책임을 지는 일을 해나가려 다.  


그러다 보면 최선 최악 그 어딘가 조금 더 원하는 곳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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