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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an 01. 2021

소고기를 이긴 대충

4화#


취미가 글쓰기라 글을 쓰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가 재미가 없어졌다.


'취미가 밥 먹여줘?'


이 생각으로 글을 쓸 즐거웠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들을 생각나는 대로  글로 옮겼다.


 키보드를 따닥거렸고 스트레스받을 때는 펜을 잡은 손에 힘을 잔뜩 주며 글을 썼다. 적은 종이를 잔뜩 구 쓰레기통에 던지는 순간 짜릿함을 느꼈다.


말로 꺼낼 수 있는 생각은 입을 통해 뱉어냈고, 입 밖으로 내보내기 어려운 묵혀둔 생각과 감정은 글로 꺼냈다.


걸 유난히도 잘하면서 잘하지 못했던 어린아이는 그대로 어른이 되어 표현하는  방법을 이것저것 익힌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말 좋은 것들은 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로  오랜 시간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현명하다 현명해


을 쓰는 것이 어려워진 순간을 명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충 글이 돈으로 바뀌었던 찬란했던 순간이지 싶다.


처음 글을 써서 돈을 벌어본 것은 취미로 쓰던 웹소설이었다. 말 그대로 취미였고 들쑥날쑥 연재에도 어린 패기유료화로 연재도 했었다.


프로모션 신청한 게 운 좋게 수락돼서 홍보가 되었고 구독자 수도  늘었다. 글이 돈이 되었을 때 세금을 제외하고 통장에 찍힌 금액은 두 명이서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정도다.


 딱 두 명이다. 세명이 먹기에는 부족 금액 그렇지만 생각지 못한 돈좋았다. 만 이후에 쓰기가 부담스러워지고 재미없어졌다.


 글을 돈 주고 보는데 재미가 없으면 괜히 미안해진다.


무료로 연재하기에는 이미 돈맛을 봐버렸다. 이후 쓸까 말까 고민하다 접었다.


한참 뒤 책을 출간하고 첫 인세로 소고기를 사 먹었다.


책은 대부분 지인들이 구매했고 가끔 모르는 사람도 사니 잊을 만하면 통장에 인세가 찍다.


두 번의 소고기 끝글쓰기 더 이상 취미라고 말하기 애매해졌다.


뭐든 잘하려고 하는 순간 마음과 달리 텐션이 떨어진다.


 하지만 웬걸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니 글이 쓰고 싶어 진다.


나의 글이 소고기가 되는 날이 또 올지 오지 않을지는 아직 모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니 그래도 지금 쓰는 글 누군가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생각하지 않고 쓴다.


글을 쓰는 것은 다시금 즐거워졌고 즐거워진 이유가 소고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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