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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an 05. 2021

어설픈 달리기

6화#

새해가 밝았고 한 살이 늘었다.


12월과 1월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직까진 별게  없다. 하지만 한 살 더 늙었다는 사실에 새삼 불안하다.


괜스레 생각이 무거워진다. 별 거 아냐 의미두지 말고 대충 넘겨 라고 마음을 달래 보아도 삐걱대기 시작한 마음은 잔잔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유튜브와 sns에서 주워들음) 20대에 방황하다가도 30대는 미래를 위해 일도 많이 하고 스펙도 쌓아야 한다고 암튼 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도대체 왜 어영부영 30대를 살아보려고 한 걸까 내 생각이 잘 못된 걸까


부정적인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다. 꼬리 자르기에 실패한 물음 답을 내지 못하고 뇌를 지치게 만든다.


지침의 끝은 과식이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1인이라 맛도 없는 떡볶이 만든 후 맥주 힘을 합쳐 뱃속을 과하게 채워본다. 저녁 많이 먹고 배도 불렀지만 그래도 입속에 욱여넣는다


씹고 마실 땐 좋았으나 배가 불러 잠을 자기도 그렇고 마냥 앉아있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아 밖으로 나가본다.


새벽시간은 조용하고 적막해  마음에  든다.


'눈이 왔구나' 언제 온 걸까 눈 위로 찍힌 발자국이 많지 않을걸 보니 내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으며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눈은 새삼 더 반갑다.


걸어볼가볍게 뛰어볼 전속력으로 달려볼까


그럼 토하겠지 그냥 걷기로 한다.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이 마저도 호강에 겨생각이구나 싶었다.


을 보며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  얼마 되지 않았다.  오전부터 교육이 있을 땐  현장으로 직근을 해야 하기에 도로 상황이 중요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차가 밀리니 더 일찍 출발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건 참 피곤했고 고속도로 위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서산 갔다 돌아오는 길에 폭설을 만났고 강릉 가는 길에 폭우가 쏟아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거의 울면서 비상등을 켰다. 태풍을 뚫고 달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나의 여린 자동차가 뒤집어 질까 겁났고 미끄러질까 덜덜 떨던  유쾌하지 못한 추억들이 많다. 


이 오면 욕이 나왔는데 이제는 설레는 감정이 생긴다.


이동이 많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한 덕분에 이제는 이동이 많지 않다. 이직을 잘했구나 싶다.


뜬금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궁금했다. 이제는 뜬금없는 질문이 튀어나올 때도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뛰는 것보단 걷는 게 좋고 걷는 것보단 누워있는 게 좋'


남들이 뛰니 함께 뛰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땐 주변에  달리 사람 보고 무작정 렸는데 그 방향이 결승선 아니란 사실을 알고 무서워졌다. 


그래도 가던 길이니 계속 달리다 보면 뭐라도 있겠지 걷고 싶었지만 쉬면 뒤처질까 다시 달리기 싫어질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러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아파하다 결국 멈췄다.


어설프게 남들 뒤꽁무니 따라 달라지 말고 걷고 싶다 생각했을 때 을껄 잠시 쉬어갈걸


여유 있게 살고 싶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만 뒤로 밀려나는 기분에 뭐든 열심히 해야 할것같앗고  강박처럼 스스로를 다그쳤다. 쉬지 말라고  멈추지 말라고


이런 것들을 경험니 또 하고 싶지는 않다.


한 번은 경험이었다 쳐도 굳이 두 번 하고 싶지는 않은 게 지금의 선택이다. 이렇게 어영부영 세월아 네월아 하다 보면 정말 뛰고 싶은 날이 오겠지 앞도 보고 옆도 보고 그러다 뒤도 보면서 천천히 걷기로 한다. 걷는 것도 싫어지면 대충 걷는 척만 하다가 잠시 숨 고르기 해보자


내 삶인데 누군가는 감도 내놔라 배도 내놔라 하는 웃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결국엔 애써 무시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그것을 잘 해내는 데는 연습이 많이 필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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