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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an 09. 2021

언젠가 있을지 모를 작은 도움을 위해

7화#

가족이 있다. 엄마 아빠 언니 여동생 남동생 그들은 33년째 나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끔은 존재만으로도 엄청난 안도감과 행복을 주고 가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처를 주는 애정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미묘한 감정 폭탄을 던지는 존재들이다.


지금보다 어린 나의 생각으로는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살기가 팍팍해서 그런가 점점 더 그들에게 들이는 감정들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가족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쉽게도 감정 외엔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거의 없다. 언니가 시집갈 때 제대로 된 선물 하나 해주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결혼이기도 했고 선물을 해달라고 하지 않았기에 생각 없는 동생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언니는 나에게 무얼 해줬지?


추억을 떠올려 본다. 20대의 난 그다지 욕심도 없었고 뭘 소유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돈을 벌면 돈이 있구나 돈을 벌지 않으면 돈이 없었구나 하던 시기였다. 태평함이 잔뜩 있던 그때 내 뒤엔 부모님과 언니가 있었다.


돈이 부족할 때 부모님은 용돈을 주었고 언니는 내 먹을 것을 주었다. 언니랑 둘이 자취한 적이 있는데 언니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한다. 햄버거가 먹고 싶다. 내지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언니가 음식 꾸러미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돈이 별로 없었고 언니도 돈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해도 월세며 교통비며 다른 고정지출들로 생활비가 부족한 사회 초년생인 건 둘 다 마찬가지였을텐데 동생의 전화에 싫은 기색 없이 언니는 먹을 것을 사 왔다.

'돈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들 딸을 생각하는 마음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 덕이었을 것이다.


언니가 시집가던 날 결혼식장에서 나는 사연 여자처럼 흐느껴 울었다. 형부 쪽 가족들은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웃음을 보였던 것 같은데 신부의 동생인 나는 그렇게 눈물을 쏟은 것이다. 언니 결혼식에 참석해 주었던 내 남자친구가 눈물을 펑펑 쏟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 울어' 걱정스러운 말에 알겠다고했지만 속으로는 '네가 내 마음을 알아? 언니를 빼앗기는 것 같단 말이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언니에게 우리 말고 다른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이 슬펐?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는 것이 슬펐?


그렇게 언니는 결혼을 해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었지만  나는 또 잘 살아갔다. 언니에게는 새로운 가정이 생겼고 귀여운 아들도 둘이나 있다. 지금은 그들을 모두 사랑한다. 언니가 만든 가족이니까


가족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 는 거짓말이다. 감정만으로 사랑하기 이미 너무 어른이 되었다.


일방적인 헌신은 좋지 않은것같다.부모의 헌신을 당연한듯받고 살아와 놓고는 '내가 이만큼 했는데 왜 나한텐 안 해줘?'서운함이 드는 이기적인 사람이란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언제나 나를 위한 적금 들었다. 그런데 이번달부터는 가족을 위 적금 들. 엄마아빠 언니 여동생 남동생을 위  매달 얼마의 금액을 쓸 수 있을까? 한 번의 용돈이라면 큰돈도 가능할 것 같지만 3년 뒤 5년 뒤 10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 부모님이 돈이 필요한 순간 언니가 돈이 필요한 순간 주어야지 동생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주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이 되려나?


가족을 사랑하는 행위에 깊은  감정이 필요하고 언젠가는 돈이 필요할 것 같다. 있는 힘껏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도록 감정을 분산해본다. 가족을 상대로 대충 어영부영이란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아 표현을 자제한다.


그래도 너무 열심히 몰입하지는 말아야지 평생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상태의 감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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