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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an 20. 2021

이 시국에 한 이별

12화#

혹시나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당장은 시국이 좋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말이라도 해주고 싶다. 지금은 친구들을 만나기에도 여행을 가기에도 적합한 시국이 못되니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에는 조금 더 난항을 겪을 것이라  예상한다.


충동적인 마음으로 이별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새해맞이 이별에 넋이 나간 상태였고 이별은 극강의  쓴맛이었다.


며칠간 냉랭한 기운이 돌기는 했지만 갑작스러운 헤어짐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아니 애써 하지 않았다.


서로 바빴고 그날에는 만나지 않기로 했었지만 서로 냉랭한 기운에 예민해진 탓이었을까 통화만으로도 싸움에 불이 붙어버렸다.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 아니었고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는 조금도 없는 대화였다.


기분이 상한 탓에 상대를 심적으로 몰아붙였다. 모진 말에도 모진 말을 참아가며 말 끝을 흐리던 상대는 결국 그만 만나고 싶다고 했다. 순간 내 시간이 잠시 멈춰진 것만 같았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지만 애써 침착하기로 했다.


그 말 진짜 후회 안 하냐고 물었고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후회를 하든 말든 이제는 너 알아서 해라는 말과 함께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상대방의 의사에 나 역시 동의했다.


상대방에겐 나의 목소리가 덤덤하게 들렸는지 아무렇지도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차였는데 무슨 말을 해?라는 조금은 이상한 답을 했다. 비난을 하고 싶지도 눈물 흘려가며 잘 지내 건강하고 이러한 말들 마지막 통화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전의 헤어짐로 다 경험했으니 마지막 이별은 담백하고 싶었다.


이후 의미 없는 몇 마디를 마지막으로 통화를 종료했고 연인 사이의 관계도 종료되었다.


깊은 인연이었고 질긴 인연이었다. 서로의 가장 예뻤던 시간들을 함께 공유했다.


많이 사랑했고 익숙함에 헤어졌으며 그리움에 다시 만났다. 반복했지만 결국 서로를 잃는데 동의. 이제는 우리에서 남으로 서로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해야 한다.


잃었다는 생각에  힘들어겠지만 이 시간이  어영부영 지나가기를  이별에 슬퍼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조금은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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