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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un 22. 2021

나는 어떤 사람이지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나는 나로 태어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생각지 않은 불안하고 불편 마주하게 되었고 이 시간들이 어느 정도 흐른 뒤 평온하고 별일 없 어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왜 이러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유난스럽게 힘들어하는 걸까 시답지 않은 궁금증이 생겼다. 힘들 땐 불행을 견디느라 이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지만 평온해지니 이런저런 생각을 할 정도로 여유도 생겼나 보다.


평온하고 여유로운 순간을 그냥 만끽하면 될 것을 굳이 질문을 만들어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성격인가 나는 이런 사람인가 싶다가도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짧은 생각으로 나를 정의하기에 삼십 년을 훌쩍 넘긴 경험의 시간들은 결코 짧지 않다.


다른 사람으로 산 것도 아니고 내가 나로 살기만 했는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나마 기억이 나는 것은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치면 좋을까 고민했던 기억들이다. 타인에게 비치고 싶은 이미지를 그리고 그에 맞게 행동도 했던 것 같다.


'이미지 메이킹‘ 말 그대로 보이기 위한 고민들이었다.


원하는 이미지의 필터를 씌우기 위해 꾀나 오랜 시간 공들였다. 괜히 서글퍼졌다. 막상 나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 나이 가족관계와 같은 것들이다. 아마도 A4용지에 적는다면 반이나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 궁금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어떤 성격인지 여러 가지를 궁금해하면서도 가장 소중해야 할 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나 보다.


배가 고프면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지는 사람 나는 배가 고프면 성질을 잘 낸다는 나에 대한 특징을 들었다. 알아내지 못했고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들었다. 그제야 배가 고파서 더 짜증이 났구나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를 잘 아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들 알겠지만 살다 보면 마냥 꽃길에 기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힘든 일들은 언제나 불쑥 머리를 들이민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어떻게 하면 내가 괜찮을지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는지를 알아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타인의 위로도 좋지만 힘들 때마다 위로를 적재적소 하게 건네기에 힘든 일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매번 다독여 줄 타인도 힘든 일 투성이다. 그러니 적절하게 내가 해야 한다. 직접 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좋아하며 사는지 어떤 행동을 싫어하는지 애정을 갖고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다행히도 어느 날 문득 나에게는 나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생겼고, 그것에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 먹고살기 바빠 하루하루 자신을 소비하며 살아온 평범한 삶에 이 사소한 질문이 참으로 중요하단 것을 알아버렸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순간 그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고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매 순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나를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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