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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un 26. 2021

어쩌라고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살다 보면 무례하고 예의 없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소비하게 되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


나한테 잘해주면 좋은 거고 잘해주지 않으면 싫은 것이라 좋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아쉽다


가깝게 여겨 감정을 쌓고 만남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가끔은 실례가 되는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상처 입힌다.


 편안해진 탓일까 서로의 선을 침범하는 일이 생겨버린다. 그것이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데 필요에 의해 엮인 사람들은 얼마나 더 하겠는가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썩 달갑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알지만 마음 상하는 일을 막기가 쉽지 않다.


걱정이 많고 작은 일에도 불안을 크게 느끼는 나로서는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람을 쉽게 사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이 못된다. 부정적인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놓고 적대감을 표현하거나 누가 들어도 실례가 되는 말을 하는 사람과는 안보는 선택을 하겠다. 하지만 돌려서 감정을 깎아대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는 눈이 아직은 없다. 몇 번은 깎여야 내가 까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때는 이미 마음에 생채기가 난 다음이다.


사람 보는 눈은 경험으로 인해 축적된다. 여러 관계에서 얻은 실패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니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테지.


 나는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아니 덜 받기 위해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생채기를 줄이기 위해 방안을 생각해보기로 한 나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이 (마주침을 선택할 수 없는 학교, 회사 등에서 만나는 사람)에서 상대의 말을 들은 후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든다면 되물어보기로 했다.


 '날 돌려서 까고 있는 건가요?' 


담백하게 묻고 싶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비겁한 직장인답게 묻는다. '말에 가시가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내지 '뼈 잇는 말인가요'  


손절을 당하거나 반갑지는 않지만 만만해 보이지는 않을 인연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를 오해할 수 있으니 질문을 통해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다. 


질문을 받는 입장에선 답을 한다. 아마 가시가 잔뜩 박혀있는 말이 었어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도 좋다. 그럼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진솔한 대화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진 말이 통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질문하거나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대화를 하고 노력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나는 아닌 사람에게까지 노력을 기울일 정도에 좋은 사람도 아니고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이 특히 상하관계에 있는 사이라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내가 그만두거나 상대방이 그만두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본다. 언제나 걱정이 많고 불안도가 높은 나를 위해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을까 고민한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명확한 해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심적으로 놀랄 일들이 여러 번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큰일 날 정도는 아닌데 자꾸만 심약해져 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걱정의 걱정이 꼬리를 물고 불안의 불안은 꼬리를 물어댔다. 꼬리물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인 것 같다. 즐거움도 즐거움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만 좋으련만


내가 어찌 수 없는 상황에 수긍하는 태도를 취한다. 일이라 생각하고 일을 하면 그만이다. 마음까지 상황을 지지하진 않을 것이다. 


 개소리에는 개소리가 답이지만 나답게 조금은 비겁하게 대응한다. 무적의 주문을 외친다. 나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마법사가 나온 영화를 많이 봐서 주문을 외울 수 있다. 집중한다. 그리고 읊조린다.


 '어쩌라고'


 온전히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 주문이다. 친한 사람이 많지 않지만 적이 많지도 않은 맹맹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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